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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悲戀

영원한 햇살 수녀와 수도사의 사랑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悲戀)

 

 

결점 없는 수녀의 삶은 얼마나 행복한가!

세상을 잊고, 세상으로부터 잊히니,

순결한 정신에 영원한 햇살!

모든 기도를 받아들이고, 모든 바람을 체념하니!“

                  알렉산더 포프의 시<엘로이즈가 아벨라르에게>에서

 

프랑스브르타뉴에서 태어난 피에르 아벨라르(Plerre Abelard.1079~1142)는 저명한 철학자이며 신학자로 30대에 당대 최고학문의 전당인 노트르담성당 부설학교강사가 됩니다. 서른아홉 살 때 아벨라르는 예쁘고 명석한 엘로이즈(Heloise.1101~1164)를 만나 홀딱 반해 빠져버리는데 그녀는 열일곱 살 이였습니다. 그녀는 퓔베르라고 하는 파리대성당성직자의 조카딸로 숙부의 열정적인 지원하에 재색을 겸비한 지성인으로 세인들이 선망하게 되었지요. 어느 날 아벨라르는 퓔베르를 찾아가 엘로이즈의 신학가정교사자리를 자청합니다.

 

영화<이터널 션샤인>

 

당대 최고의 철학, 신학선생이기도 한 아벨라르의 제안을 고맙게 여긴 퓔베르는 쾌히 응낙합니다. 중세시대의 가장 중요한 학문인 신학과 철학의 대가인 그가, 설마 스물두 살이나 연하인 조카딸한테 연심을 품었으리라곤 생각도 안했지요.

명예와 신분상승을 위해 학문에 올인 했던 아벨라르도 수도사답지 않게  엘로이즈를 향한 사랑의 포로가 돼 고뇌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게 사랑의 묘약!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선생과 제자는 신학공부보단 사랑공부에 혼신 합니다. 정염을 불태우다보면 임신은 당연지사. 두 연인의 스캔들은 파리뒷골목까지 퍼지고 숙부 퓔베르도 알게 돼 대노합니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동상

 

이판사판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와의 결혼을 청원하고 퓔베르도 할 수 없이 결혼승낙을 하게 되는 데 엉뚱하게도 엘로이즈가 반대를 합니다. 아벨라르를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는 엘로이즈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얼굴입니다. 그는 나중에 고백록에서

책은 펼쳐져있었지만 철학공부보다는 사랑에 관한 질문과 대답이 끊임없이 오갔으며, 학문에 관한 말보다는 입맞춤이 더 많았네.”라고 실토합니다.

 

중세의 학문-신학은 신부가 되기 위한 공부이며 그 길은 귀족이 아닌 평민의 출세가도였습니다. 아벨라르가 신부가 되기 위해선 결혼해선 안 되는 사실에 엘로이즈는 고뇌했지요.

 

영화<이터널 션샤인>

 

하여 아들까지 둔 그들은 비밀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 무렵 엘로이즈가 아벨라르에게 보낸 편지 한 구절입니다.

 신을 걸고 맹세합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황제가 제게 결혼의 영예를 바치며 온 세상을 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해도, 저는 그의 황후로 불리기보단 당신의 창부로 불리는 게 더 감미롭고 가치 있답니다.”

 

황후보단 창부로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그녀와 비밀결혼한 아벨라르는  엘로이즈를 수도원으로 데려옵니다. 두 연인은 수도원에서 사랑을 불태우지요.

 그 방에서 내가 정욕에 눈이 어두워 자제력을 잃고 당신과 그것도 수녀원의 식당 구석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당신은 알고 있을 거요. 그곳 말고는 우리가 단 둘이 있을 만한 장소가 없었던 거요.”라고 아벨라르는 고백록에 쓰지요.

 

 

비밀결혼에 이어 수도원으로 엘로이즈를 빼내 은둔시킨 행위를 용납할 수 없었던 퓔베르는 하수인들을 매수하여 한밤중에 취침중인 아벨라르 침실에 급습 그의 성기를 절단해버립니다. 미친짓이지요. 성직자가 조카딸의 애인인 수도사의 성기를 자르다니요? 글고도 하느님을 성호하는 성직자라뇨? 

 

고금으로부터 권세가들의 횡포는 혀를 차게 합니다. 천벌 받을 짓을 한 그들이 더 잘 산 걸 보면 정녕 하느님은 있기나 한지? 천우신조로 살아난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에게 수녀로 살아갈 것을 요구 수도자서원을 받게 합니다.

 

 

 

거세당한 아벨라르로썬 애인을 여느 남자가 아닌 하느님의 종으로 살아가게 함이 최선이란 생각에 이르렀을 겁니다.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의 비원(悲願)에 따릅니다. 이후 아벨라르는 수도원을 나와 아무도 모르는 황무지에 은둔하며 수도생활에 전념하며 엘로이즈에게 종적을 감추지요.

허나 그의 제자들이 수소문하여 따라와 파라클레수도원을 일으킵니다.

 

그렇게 은둔10, 엘로이즈가 머문 수도원이 파산하자 오갈 데 없는 그녀에게 아벨라르는 자신이 개척한 파라클레수도원을 몽땅 내 줍니다. 글곤 만나자마자 곧 떠나지요. 십년 만에 재회하는 두 연인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그 후 만남도 평생 몇 번이었으니 거세당한 애인을 향한 엘로이즈의 애증이 상상을 절합니다. 그들은 떨어져 살면서 12(1132~1137년까지 아벨라르가 쓴 8, 엘로이즈가 쓴 4)의 편지를 교환했는데 오늘날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편지>로 연애편지의 대명사가 됐지요.

 

 

 나에겐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는 회개의 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금욕한다 하더라도, 마음이 죄에 대한 뜻을 여전히 품고 있고 온갖 욕망으로 불타는데 어찌 진정한 회개에 대해 말할 수 있으리까.”

 수녀인 엘로이즈가 쓴 사랑의 열정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수녀의 맹세보다 더 순수하고 지고한 인간의 본성이 사랑 아닐까요!

 

프리색스가 만연한 지금도 엘로이즈의 영원한 사랑은 많은 애인들 속에서 현재진행중일 겁니다. 1142년 아벨라르가 세상을 떠나자 엘로이즈는 그의 시신을 파라클레로 운구해 옵니다.

 우리가 만끽한 저 기쁨이 너무도 감미로워서

  생각만으로도 너무도 사랑스러운 것이 행복하게 해주네."

아벨라르가 죽은 뒤로 엘로이즈는 22년을 더 살고 애인과 같은 나이에 영면합니다.

 

 

 

나는 가혹한 운명을 당신과 함께 전부 견디어냈나이다.

  청하오니, 이제 당신과 함께 잠들게 해주소서.

  시련이 끝나게 하시고

  빛이 있는 쪽을 향하게 하시며,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소서!"

그녀자신이 만든 노래를 애인의 무덤에서 수녀들과 함께 부른 엘로이즈를 그려봅니다.

 

청순한 처녀로 만나 사랑을 나눴던 시간은 채 3년도 안됐지만 그 사랑으로 헤어져 가슴 태웠던 30여년의 애절한 사랑. 그 사랑의 포로였던 엘로이즈도 1164년 눈을 감습니다. 그녀도 파라클레수도원의 애인 곁에 묻혔지요. 글곤 1792년 수도원이 해체되면서 1817년에 두 연인은 파리의 페르라셰즈 공동묘지에 최종적으로 나란히 영면하게 됩니다.

죽어서야 비로소 연인은 영원히 함께하게 된 거죠.

 

 

서두의 알렉산더 포프의 시 <엘로이즈가 아벨라르에게>영원한 햇살(이터널 션샤인 eternal sunshine)’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미셀 공드리 감독은 2004년에 영화<이터널 션샤인>을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칩니다.

 

헬 수 없는 세월이 흘러도, 철옹성 같은 수도원에 갇혀 살아도 기억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는 심저(心底)는 사랑하는 이를 등져야했던 아픔입니다. 그 아픔을 어찌할 수가 없이 세월이 흘러갈수록 마음속에 옹이가 되지요.

지순한 사랑의 아픔은 지울 수가 없지요. 연인은 사라져도 아픈 옹이는 시간의 나이테로 남습니다.

  2018.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