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낌~ 그 여적

신마당놀이 '뺑파 게이트’ & 국제시장의 뉴욕

마당놀이 '뺑파 게이트’ & 국제시장의 뉴욕

 

 

서울공연에 이어 오늘 부산KBS홀에서 공연한 뺑파 게이트마당놀이의 틀을 깬 2018 ()버전 마당놀이다. 해학과 풍자가 빛과 소리의 하모니에 녹아 솟는 흥()이 관객들의 상상의 허를 찔러 요절복통, 폭소만발이란 쓰나미에 휩쓸리게 하는 거였다.

기똥차고 기발난 무대는 다양한 뉘앙스를 가진 우리말만이 해낼 수 있을 한국판뮤지컬이지 싶었다.

 

 

찌르고 빼기를 잘 해 뺑파란 별명이 붙은 안문숙과 천생 바보황칠이 심형래 커플이 인당수사건으로 심봉사가 챙긴 거액의 보상금을 노리는 넌센스사기극이 뺑파 게이트.

근디 노름꾼 외아들심창(윤문식)이 보상금을 탐내 온갖 술수공세를 해도 통하지 않는 수전노 심봉사(최주봉)가 뺑파의 육탄공세에 줄듯 말듯 밀당을 즐기는데~.  과연 질펀하게 펼쳐지는 섹시마당이 오금 절이게 한다.

 

 

여태 시집도 못 간 안문숙은 보상금 챙겨 병신들 따돌리고 완남과 결혼할 수 있을까? 찌질한 바보 황칠이는 보상금과 뺑파를 안는 꿩과 알을 다 먹을까? 아님 닭 쫓던 개 신세 되진 않을까? 끗발 오르려면 돈 떨어져 아빠(심봉사)를 찾는 심창인 언제쯤 판돈 한 번 싹쓸이 할까? 심봉사는 과연 뺑파와 밀당해서 늦둥이 얻을 수 있을까? 아니 심청이 목소리라도 들을 수가 있을까?

 

 

2018뺑파 게이트만장 펄럭이는 사물놀이패가 현란하게 놀아나는 고전마당놀이가 아니며 밀당고수들’의 코믹풍자도 결코 아닐 듯 싶었다. 라이브밴드에 가요와 안무를 버무린 고전을 비튼 뮤지컬판타지다. 뺑파의 진면목은 걸출한 밀당의 고수들이 감칠맛 나는 우리말의 색깔과 뉘앙스를 맘껏 비벼 뿜어내 관객의 허실을 꼭집어 포복절도시키는 망아의 시간에 이르게 하는 굿판이다.

 

 

속어,사투리, 은어,비어 등-우리말만이 해낼 수 있는 뮤지컬 뺑파게이트는 한류의 또 한 장르로 자리매김 할지도 모른다. 한 시간의 공연은 번갯불처럼 후딱이라 아쉽다는 아내와 국제시장을 향했다. 아내의 등산조끼 쇼핑과 자갈치시장에서의 생선 몇 마리 구입을 위해서였다. 주말이어선지 광복동거리는 인산인해다.

 

 

우린 쪼르륵대는 뱃속을 달랠 속셈으로 호떡포장마차거리를 향했다. 미인아줌마모녀가 정신없이 구워내는 호떡을 장성걸대같이 키 큰 서양남자가 허릴 구부리고 종이컵의 뜨거운 호떡을 먹느라 더더욱 정신이 없다(?).

 2천원에 3개의 호떡은 굽기가 바쁘다. 이 더위에 뜨건 호떡 먹으러 줄서있는 기이한 풍정은 현대판 몬도가네라.

 

 

몬도가네 볼거리는 호떡집은 저리 비껴라다. 파라솔지붕포장부스가 20~30여개 늘어선 사주팔자점집은 젊은이들 차지여서 더더욱 기이하다. 유행의 첨단을 구가하는 스마트폰새내기(?)들이 점집 앞에 줄서 있어 아까 본 뺑파 게이트의 연속마당인가 싶기도 했다. 뺑파는 심봉사를 낚으러 KBS홀에 있었는데 여기 청춘들은 비프(BIFF)광장에서 밀당상대를 헌팅할 찬스를 노리고 있는 걸까?

 

BIFF거리의 사주팔자운세 부스

 

 

암튼 광복동비프거리는 어중이떠중이 인파쓰나미에 아수라장이다. 늙다리우리커플도 종이컵호떡을 들고 후~우 불며 살아야겠다고 그 쓰나미 한복판에 휩쓸려가고 있었다. 어쩜 울부부는 오늘 행복한 쓰나미 익사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의 항해에 투항한 거다어벤트리호텔서 대청동으로 빠지는 국제시장 명품구제거리에 뉴욕이란 가게가 있다.

 

먹거리부스

 

40대안팍의 폼 좋은 사내가 여간 고객을 편안하게 한다. 거기다 가게엔 시쳇말로 아웃도어 상품은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신발에서 모자까지 오만 상품들이 십여 평의 매장 안에 빼곡하게 들어찼다. 하지만 뉴욕이 더 기똥찬 건 재수 좋아 잘만 고른다면 유명메이커상품을 상상의 허를 찌른 값으로 횡재할 수 있다는 매력이다.

 

KBS홀 로비

 

여름철등산조끼쇼핑 하려던 아내가 조끼 두 벌에 바지 하나를 골랐다. 덩달아 나도 조끼를 걸치고 바지와 랄프로렌셔츠를 낚았다. 긍께 여섯 개의 상품을 낚아 계산을 하고 골목길을 빠져나오며 울부부는 횡재했다고 싱글벙글댔다. 오늘 허를 찌른 뺑파 게이트로 박장대소 했었는데, 또 한 번 허를 찌른 뉴욕쇼핑으로 희희낙락하며 국제시장인파에 떠밀리고 있었다.

 

BIFF거리의 인산인해

 

글다가 아내가 느닷없이 당신 조끼 값도 계산했어?”라고  물었다. 아차! 나는 지금 CLIMB MOUNT조끼를 입고 있단 걸 알았다. 깜박 계산도 안 한채 말이다. “계산 해야지아내의 일격(?)그래 갑시다.”라고 되돌아서는 나는 마치 도둑놈 된 기분이 됐다. 우린 뉴욕(010-7399-8733)에 다시 들어섰다.

 

자갈치시장터미널의 부두

 

 

내가 입고 있는 조끼를 가리키며 옷값을 지불하자 당황한 사내는 고맙단 인살 몇 번이나 하는 거였다. 여차했으면 그는 오늘 울 내외한테 팔았던 옷값의 이익은 멜짱 도루목이 될 판이었을 게다. 그보다는 사내의 황송해하는 표정과 울 내외의 흐뭇한 감정은 돈 몇 푼으로 살수가 없는 진정한 기쁨 그거였다. 그 자족감은 공짜가 주는 순간의 우쭐함은 따를 수가 없는 신뢰감이 주는 행복일 것이다.

 

숙소 하버타운13층서 조감한 해운대백사장의 야경

 

자갈치시장으로 잰걸음 질 했다. 티셔츠위에 입어봤던 조끼는 마치 집에서 입고나온 차림이었다. 독특한 디자인이 내 눈길을 잡아 사내와 울 내외를 행복케 한 조끼로 재탄생함이라. 6시를 지나 해운대하버타운에 섰다. 사주팔자부스는 어느새 해운대메인스트리트에도 줄 서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고용불안의 시대가 낳은 깜짝이벤트성이길 고대해본다.

 

숙소에서 본 LCT쪽 해운대

 

그나저나 해운대백사장은 불야성이다. 젊은 뺑파와 황칠이와 심창이 부류의 밀당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나 일 없다는 듯 검은 바다는 해안 모래사장에 하얀거뿜을 쏟아내며 밤으로의 침잠여행에 들고 있다. 내일은 또 어김없이 밝아오리라.  2018년 여름풍정이 나의 추억앨범에 꽂힌다.

 

 

2018. 06.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