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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골 때린 선물

골 때린 선물

 

 

년 말이 되면 선물 주고받는 기회가 많다. 나의 삶이 단순해 년말선물은 딴 나라얘기지만 선물을 주는 사람의 심정은 사은(謝恩)의 즐거움 못잖게 선물을 고르는 세심함에 마음써야해 여간 신경 써야한다.

선물은 주는 자의 즐거움이 받는 자의 기쁨보다 설렐 터여서 간혹 받는 자의 불쾌지수를 간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엊그제 나는 뜬금없는 선물을 받았었는데 애초에 선물을 한 주인공의 심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골 때린 고민(?)을 하다 체념했다.

엊그제 늦은 오후, 막내친구 G가 지네 제수(弟嫂)씨한테서 받아온 모찌 한 상자를 내게 선물한데서 유쾌하지 않은 추리의 상상은 시작된다. G는 제수씨가 조그만 빵집을 운영하다 가게를 옮겨 축하차 들렸다가 받은 모찌 선물을, 귀가 길에 우리집에 들려 다시 선물한데서 시작된다. G의 제수씨는 천안서 빵가게를 하는데 얼마 전 일본에 제빵연수를 갔다 오면서 모찌를 구입해 왔던 모양이었다. 그 모찌 한 상자를 G에게 선물했는데 G는 우리집에 들려 나한테 다시 선물한 거였다.

 

 

막내와 학창시절부터 절친인 G는 내가 빵을 어지간히 좋아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우리 아파트근처에 왔다가 인사차 방문하여 그 모찌를 그대로 내게 선물함이다. 그의 마음 씀이 여간 고마웠다. 근디 문제의 골 때리긴 다음날인 어제부터 시작된다. 점심때 나는 모찌 두 개와 대봉홍시 한 개, 커피를 먹었다. 포만감은 두어 시간 후에 뱃속에서 바윗돌 구르는 소리를 내고, 이내 화장실 드나들기 시작했는데 용케 배앓이는 없었다. 다음날인 오늘 아침엔 다행이 뱃속은 정상을 찾아 아침식사를 했다.

 

 

아내와 나는 냉장고에 보관중인 문제의 모찌를 꺼내 살펴봤다. 일본어와 한문를 병기한 포장박스에 嘗味期限. 2017.12.07.’로 표기 돼 있잖은가? 유통기간이 벌써 보름쯤 지난 모찌였다. 그 모찌가 내 뱃속을 뒤집어 설사를 하게 했다는 건 내 추측일 따름이다. 허나 설사의 원인제공을 한 음식이란 의구심은 지울 수가 없었다. 어제 오후 내내 화장실 다닌 고역에 대한 원망보단 도대체 그렇게 유통기간이 훨씬 지난 모찌를 어떻게 자기 시숙(G)께 선물했느냐?로 의구심이 솟는 거였다. G는 물론 그걸 선물한 장본인인 G의 제수씨도 나의 설사곤욕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빵가게를 운영하는 여성이 유통기간이 훨씬 지난 생과일앙꼬 모찌를 시숙한테 아무 생각 없이 선물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골이 때렸다. G의 제수씨가 언제 일본서 모찌를 사왔는지 모르지만 일본유명메이커가 유통기간 지난 모찌를 판매했을지? 아니라면 그녀는 127일을 전후하여 일본서 모찌를 구입했을 테다. 나아가서 제빵전문업여성이 유통기간에 대한 무지를 상식화한 장사를 하고 있단 생각에 미치게 된다. 유통기간을 꼼꼼이 챙긴 여성이라면 구입한지 보름이 지난 생과일앙꼬 모찌를 시숙한테 선물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녀는 그 모찌를 팔수도 없고, 폐기시키기엔 아깝고 하여 설마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서 시숙께 선물했을 거란 생각에 미치자, 나는 골 때린 선물을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모찌 산돈 아깝고, 신선한 빵 선물하기도 아까워서 설마를 여수며 시숙한테 선물로 인사를 치루려 했다면 그녀는 수전노다. 그런 심사로 음식장사하면 망하기 일보직전이란 걸 얼른 깨우쳐야 한다.

선물은 주는 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받는 자의 입장에서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잘 못된 선물은 인간관곌 더욱 나쁘게 할 수도 있어서다.

 

 

금년 설부턴 선물가격도 농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상한선을 높인다고 김영란법을 손질한단다. 비싼 선물이 꼭 좋은 건 아닐 것이다. 비싼 선물은 오히려 받는 자에겐 부담이 될수도 있다. 선물은 오롯한 마음이고 정성이어야 함이다.

돈 아까워서 먹지도, 버리지도 못한 폐기용 음식을 선물하는 용맹무모(?)한 먹거리장사는 빨리 문 닫아야 한다. 감히 말 하건데 G의 제수씨도 하루빨리 빵가게 치우는 게 돈 벌고 행복해지는 길일 것이다.

아님 자기가 만들어 판 빵이 구매자에게 얼마나 맛있고 영양가 풍부한지만을 생각하는 환골탈태의 마음에서 장사를 하던지~.

2017. 12. 23

 

           # 여기에 인용 된 모찌그림은 글 내용과는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