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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체감온도 영하25도서울의 하루

체감온도 영하25도서울의 하루

 

 프라자호텔 중식당서 본 시청앞 광장야경

 

서울서 겨울철을 난지가 십수 번을 넘었지만 어제오늘처럼 혹한은 얼른 기억이 안 난다. 영하17,8도에 체감온도 영하25도라더니 밖에서 십여 분 있기도 고역이다. 하필 오늘 대상포진예방접종을 예약한 탓에 한 시간 반쯤 전철을 타고 상록수역까지 왕래해야했다.

 

얼어붙은 눈으로 꽃피운  소나무

 

건강하니까, 글고 17만원(울 부부 합34만원)짜리 예방주사를 꼭 맞아야할 급박함을 못 느낀다고 손사래 친 아내를, 기어코 막내가 안산에 있는 지 선배병원 예*내과에 선불예약을 해놓아 나선 발길이였다. 전동찰 기다리는 야외프랫폼에서의 잠시 동안의 혹한칼바람이 그렇게 매서울 수가 없었다.

 

호텔로비

 

근디 둘째가 귀가 길에 프라자호텔로비로 오라는 거였다. 추우니까 저녁식사하고 들어가잔다. 프라자호텔중식당에 베이징`덕을 예약했단다. 딸애들 덕에 호강하는 행복이지만도, 늙어가니 이젠 울 부부의 허락도 없이 지들이 결정하곤,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일을 자주 접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을 때가 빈번해 진다.

 

 

늙어지면 가사의 이니셔티브를 자식들에게 하나씩 넘기는 게 어쩜 자연스런 현상일 테지만, 왠지 꼭 즐겁지만은 않는 기분을 죄다 걸러내지 못할 때도 있다.

베이징`덕은 요리시간이 걸린다. 입가심 하자고 둘째가 아르헨티나 디세뇨 레드와인과 멘보샤(面包虾.새우살만을 으깨 사각샌드위치 사이에 넣고 튀긴 중국식토스트) 3인분을 주문했다.

 

 

나는 처음 맛보는(솔직히 술맛을 모른다) 와인이지만 아내와 둘짼 나름 품평(?)하며 식도락에 빠져드느라 입방알 찧는다. 모녀의 와인예찬 속에 영양실조에 기인한 대상포진얘기가 나오고, 아낸 살이 안 빠진다는 슬픈(?) 비만얘기로 비약했다. 내가 작년여름 익산에서 서너 달 동안 혼밥을 먹으면서 대상포진이 발병했었다.

 

 

천만다행으로 용케 발병이틀 만에 병원엘 찾아가 약물치료로 1주여 일 만에 완치한 전력을 다분히 비아냥대는 투였다. (서울서 살자는)아내 말 안 듣고 혼밥 먹다(영양실조로) 대상포진한테 혼쭐날 만했다고. 고집부리다 낭패당하기 마련이라고. 아내가 하자는대로 좇아서 손해 볼 일 없다고, 

 

 

내가 아내에게 맞받아쳤다. “당신 살 빼고 싶지만 소나기식 음식 먹고, 술 좋아하면 백년하청이라. 듣고 있던 둘째가 세종대왕도 비만뚱보였지만 훌륭한 생앨 살았으니 괜찮다. 더구나 엄만 절대 비만이 아니다라고 지 엄마편에서 응수하는 게 아닌가!

 

 

한 술 더떠서 오리고기와 와인 몇 잔은 건강에 좋으니 걱정마시라,고 내게 일침을 가한다. 셰프가 통구이 오리를 가지고 들어섰다. 잘 구운 껍질을 포 뜨듯 한다. 와인 한 병을 더 주문한다. 둘째말따나 세종은 뚱보였다. 고기 없음 밥을 안 먹을 정도로 육류를 엄청 좋아했다. 게다가 운동엔 젬병이고 밤낮으로 책만 읽는 책벌레(?)였다.

 

 

아버지태종은 자나 깨나 그게 걱정이었다. 건국일천한 조선왕권을 튼실히 하며 문화융성을 꿈 꾼 부왕태종은, 장자 양녕대군을 세자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하는 셋째 충녕대군에게 왕위를 양위했었다. 근디 공부만 하고 운동은 안한 채 고기만 탐하니 뚱보가 될 수밖엔 없었던 세종이었다.

 

 

그런 세종을 운동시키려고 아버지태종은 여차하면 사냥가자고 불러내곤 했다. 아버지의 아들사랑 아니 부왕의 나라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를 가늠하게 한다. 구운 오리포 전병을 씹는 맛은 여간 담백하다. 술맛 모르는 나도 와인 한 모금 입속에 넣고 미향을 음미하며 전병 하나를 씹는 식도락은 흐뭇한 희열 그것이였다.

 

 

통유리창에 명멸하는 겨울밤불빛이 새하얗다. 인적 없는 시청광장도 칼바람삭풍에 스산하다. 왼쪽구석 금호아시아나빌딩을 도배 칠한 찬란한 네온 빛이 겨울밤하늘처럼 허망해 보인다. 네온불빛으로 폼 잡을만한 깜냥의 튼실한 기업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전력수요가 최고인 강추위에~.

 

 

세종은 부왕과 충신들의 기원 속에서도 비만으로 야기된 당뇨,안질,피부병까지 앓아 궁중을 안타깝게 했다. 마흔 살을 넘긴 세종은 비만에서 탈출하려 애썼지만 합병증은 좀체 치료되질 않아 한탄했다고 세종실록은 전한다. 성군세종의 건강상태가 아주 좋았다면 훨씬 더 많은 업적을 남겼을 테다.

 

 

대친 양배추에 오리 살코기를 쌈 싸서 씹는 맛도 각별하다. 중국요리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허나 지난번 중국하얏트호텔의 베이징`덕 보다 여기 프라자 베이징`덕이 더 맛있단 건 울 식구 공감이었다. 하얏트셰프들은 흡사 로봇셰퍼들이 경연대회하듯 정연하게 손놀림하는 거었다. 밤 열시에 호텔을 나섰다.

 

 

빌딩숲에 날 갈아세운 골목칼바람 끝은 귓불을 잘라갈 양으로 애리하고 앙칼지다. 동장군은 성깔 좀 누그려뜨렸다 평창동계올림픽 때쯤 기세를 부렸으면 좋을 텐데~! 담 주에도 혹한은 계속된다나? 겨울이 겨울다워야 풍년을 기약한다지만.

인생후기의 행복은 자신의 건강과 자식들의 건재일 것이다.    2018. 0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