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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11) 뮤지컬 금면왕조(金面王朝) & 에필로그

베이징서 보름간의 기행(紀行)

 

11) 뮤지컬 금면왕조(金面王朝) & 에필로그

 화교성대극장

 

북경3대 뮤지컬 중 하나인 금면왕조는 화교성에서 창작하고 3억위안을 투자한 중국 정통공연작품이다. 최정상급 감독과 200명의 아티스트들이 심혈을 기울인 대형뮤지컬은 테마파크인 환락곡[happyvalley]에서 공연한다.

한 소녀가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고 꿈을 꾸는데 그 꿈 얘기가 금면왕조다.

 

 

중국고대 신화 속 두 남녀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를 전쟁,상전,단조,경전,월하,홍수,제천,환화의 8악장으로 구성된 무용서사극으로, 죽기 전에 봐야 할 중국 3대 뮤지컬이라 회자된다. 금면왕조 스토리는 옛날 금빛 가면을 쓴 여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여자들만의 금면왕국이 있었다.

 

 

근디 이웃에 남자들만 살고 있는 남면왕국이 금면왕조를 침략하여 전쟁이 시작되었다.  금면왕국은 온갖 고난을 극복하며 승리하였고, 남면왕과 병사는 포로가 되었다. 남면왕은 금면여왕의 진정성과 후덕한 치세에 감동하여 개과천선, 포로들과 함께 풀려난다.

 

 

남면왕은 금면왕과 사랑에 빠져들고 새로운 세상을 연다. 호사다마라고 어느 날 큰 홍수가 나자 금면왕은 신의 뜻으로 하늘재단에 투신 태양조로 부활하여 금면왕조를 다시 반석위에 올린다. 허나 스토리보다는 뮤지컬의 웅장한 무대와 화려하고 섬세한 기예는 관객의 넋을 빼게한다.

 

 

중국공연예술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후레시가 터져 사진촬영이 금지된 줄을 모르고 나도 못난 짓했다는 걸 후에 알았다. 못난 짓 한 건 798예술의 거리 어느 화랑의 동양화전시회서도 있었다. 

그림이 하 맘에 들어 한 컷 찍으려다 아내의 저지로 얼른 디카를 집어넣었지만 무안하기 낯짝 없었다.

 

 

사진촬영금지인데, 아니 남의 예술작품을 무단 복사하는 행위는  도둑질인데 난 멍청하게 푼수짓 했던거다.

이화원북쪽의 연산공원은 서태후가 이화원을 조성하며 파낸 흙을 모아둔 산이다. 얼핏 바다 같은 이화호수와 연산은 이난성 쌍둥이인 셈이다.

연산정상에서 조망한 자금성

 

  연산공원정상에 오르면 자금성을 한 눈에 조망할 수가 있다. 오직 사람의 손과 발로 대평원에 상상을 절한 왕궁과 호수와 산이 만들어졌다는 불가사이의 역사들이 누굴 위해 뭣 땜에 행해졌는지 멍청해지는 거였다. 사람은 참으로 영악하고 간사하며 우둔하다.

이화원

 

역사는 영악한 리더 몇 사람의 과욕과  선전술에 선하고 어진 사람들이, 그들의 간교한 술수에 악용당한 과대망상의 발자취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베이징은 중국의 정치, 문화, 교육의 중심지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살기 불편한 수도다.

 

 

그 소이는 여름의 무더위와 겨울의 혹한, 봄의 황사 현상이 극심해서다. 늦가을인 지금도 고비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로 대기는 뿌옇고 더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차량들로 스모크현상은 일상화 되었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수돗물이 있으면 베이징은 살기 좋은 대도시가 될 것이다.

자금성 북쪽 외궁

 

베이징엔 저층짜리 조그만한 건물이 없고 교회건물도 안 보였다. 지금은 신앙의 자유를 허용함인데 교회를 비롯한 여타의 종교건물이 적다는 건 국가발전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세계의 분쟁사는 종교의 세력다툼이고 지금도 국지전은 대게가 종교 땜이다.

 

 

거대한 땅에 13억의 인구가 다종교 신앙생활 한다면 분쟁이 빈번할 테고, 중국정부의 일방적 통치에 걸림돌이 될게 뻔하다. 티벳의 불교로 골머리 앓듯 말이다. 베이징은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면서도 정작 가이드북이나 관광안내지도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관광지매표소에서 안내지도서비스는 전무하다시피다. 필요하면 관광지도파는 곳에서 사라,는 식이다. 그렇다고 판매처를 친절하게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아니 아예 어디서 팔고 있는지를 모르는 성싶었다. 휴대폰검색을 이용하여 찾고 싶어도 와이파이 불통지역이 많고, 깨알같은 한문자라 단념하기 일쑤였다.

그랜드하야트호텔

 

내가 관광안내도를 구한 곳은 그랜드 하야트호텔에서였다. 특급호텔데스크에서 관광안내도를 대단한 귀중품처럼 책상설합 속에서 꺼내 줬다. 우리나라에선 관광지도를 구하려면 관광지와 연관된 어느 곳에서나 안내도가 넘쳐나는데 말이다. 우리의 관광인프라는 그 방면선 최첨단이다.

 

관광가이드도 안내도를 구해달라면 고개 흔들며 돈주고 직접 구입해야 된다,는 게다. 정작 구입처란 곳도 애매하게 대답하면서~? 베이징 웬만한 장소에선 영어회화도 불통이란다.  특별한 곳 말고 시내에선 오직 중국어만이 소통된다고 누군가가 귀띔했었다. 

그랜드하야트 12층객실에서 조망한 자금성외궁 고가들

 

 해외에 나가서 나의 어설픈 콩글리쉬는 바디랭귀지까지 섞으면 대충 통할 때가 있었는데 베이징에선 무통 이였다. 왕징소호 앞 분수대서 화장실생각이 나서 살바도르의 그림 녹아내린 촛농같은 건물로 들어서자 젊은 안내가 가로막아 섰다. 뭐라고 묻는 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헬프 미, 훼어리즈 토일렛?’라고 말하자 그는 뭔 뚱딴지소리냐?는 듯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콩글리쉬가 안 통하자 나는 유리도어에 세수간(洗手間)이라고 쓰면서 내 사타구니를 가리켰으나, 그는 뭔 짓거리 하느냐?는 듯 빤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때 저쪽카운터에 있던 데스크안내가 큰소리로 씨부렁대자 그가 무거운(?)손을 들어 세수간 있는 쪽을 가리키며 몇걸음 안내했다. 볼 일 보고 나오면서 일별하니 공간이 휑 터진 1층을 칸막이를 하고, 그 안에서 젊은학생들이 그룹별로 성형미용강의를 받나 싶었다. 미용학원일까?

그랜드하야트 레드`문카페 소파에서의 은이

 

난 그 젊은이에게 쎄쎄~’하며 미소짓자 그도 밝게 웃고 있었다. 내가 중국서 썼던 말은 오직 하나 쎄쎄였고 여차하면 쎄쎄하며 눈웃음쳤다. 천안문광장을 다시 찾아갔을 때도 소지품검사를 하는 공안원과 무언의 바디랭귀지쇼 한참 끝에 쎄쎄~!’를 뱉었었다. 소지품을 꺼내자 답답했던지 그냥 들어가라고 손짓 했었다.

 

그랜드하야트 레드`문

 

베이징의 큰 건물엔 간판이 없다시피다. 입주사무실 명표가 안 보였다. 또한 아파트는 단지정문에 이름이 있을 뿐 동(棟)수는 아파트아랫벽에  보일듯 말듯 써 있고, 호(戶)수는 아예 없다. 아파트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여간 난처하리라. 어느쪽 입구로 출입해야 할지 알수가 없다.

상관아파트단지

 

중국인들은 순하고 착하단 느낌이 들었다. 아파트단지내 산책로를 걷다가 택배꾼들한테 동`호수를 문의 받았지만 묵묵부답일 수 밖에~. 그 때마다 내 정체를 모를 택배꾼은 미소지으며 사라졌다. 사거리건널목 난장판 속에서 누구하나 고성치거나 얼굴 부라리지도 않았. 이리저리 피해가면 된다는 듯.

 

아파트단지 산책로(적색)를 한 바퀴 도는데 반 시간쯤 소요된다

 

베이징건물의 특징은 외양보다 내부치장에 신경 쓰나 싶었고 자제도 견고한 최상품을 쓰고 있었다. 아파트내장재를 보고 그들이 실용적이면서 좋은 자재를 쓰고 있단 걸 단박에 알 수가 있었다. 허지만 나의 식성 탓인지 고급음식점에서 여러 번 식사를 했지만 또 먹고싶을 만치 맛있단 식단은 없었다.

32년된 스코트랜드산 스카치위스키(42도) & 사천성의 홍주(52도) 

 

그들 특유의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선입견 탓 이련가? 내가 베이징에서 특별했던 경험은 42도~53도를 넘나드는 독주를 맛봤단 점이다. 술 안 먹는 내가 식구들의 술자리에서 사천성산(四川省産)의 홍주를 한 잔(잔이라야 한 모금 입 안에 넣을 만큼 작았다) 찔끔찔끔 여러번 마셨는데, 한 방울의 식감이 혀를 불태우고 콧속을 향기로 채우는 거였다.

 

또 하나는 스코틀랜드위스키 32년산 이였는데 혀를 알싸름하게 감싸며 내는 향은 그지 없이 좋았다. 특히 콧속을 한참동안 맴도는 은근한 향이야말로 그 순간을 그대로 잇고 싶을정도였다. 둔감한 내 혀가 느낀  기품있는 향과 맛은 홍주나 위스키 공히 유혹적이랄까. 그 독주를 한 잔 마셨는데도 훗입맛이 그리 개운할 수가 없었다.

 

애주가들이 그 맛과 향에 취하느라 한 병에 몇십만원을 아낌 없이 쓰는 걸까? 나만 빼고 울 식구들은 애주가들이다. 술값을 생각하면 정녕 미친짓거리란 생각에 나는 술자리를 더더욱 외면하곤 한다. 내가 신변잡글을 쓰며 흐뭇해 하듯 식구들도 한 잔  술에 기분좋은 순간을 맞는 자린데 말이다.

 

어쩜 그 뿌듯한 시간을 함께 공유하지 않는 내가 어설프고 한심한 존재다. 좋은 술을 기분 좋게 마시는 자리는, 좋은 인간관계와 풍요로운 삶에 이어 밝은 내일을 기약한다.

"인간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라고 시인 마야`안젤루가 말했었다.

   

 

베이징을 떠나면서 우리내왼 첨으로 퍼스트클래스석을 타봤다. 애초엔 왕복 이코노미석자린데 둘째가 굳이 귀가비행을 퍼스트클래스석으로 바꿔치기 해서다. 기내좌석이 수평이 된다는 것과, 스튜어디스의 극진한 서비스는 익히 들은 바다. 허나 탑승 전의  모든수속의 우선권과 1등석전용라운지를 이용하는 특별대우는 미처 상상 못한 것들이였다. 

베이징공항 1등석라운지,안락한 의자와 각종 음료와 뷰페식사를 공짜로 할 수 있다

 

비지니스맨들이 장거리비행을 하면서, 비행요금이 곱배기로 비싼 퍼스트클래스석을 굳이 선용하는 까닭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막중한 업무를 수행해야할 사람이 파김치 된 심신으로, 최선의 비지니스를 수행할 순 난망일 테다.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그만한 투자를 해야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1등석라운지

 

글고 비싼 요금 지불한 만큼의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고, 비행사는 특별한 대접을 할 책임이 따르는 게 당연할 것 같았다. 출장차 온 둘째가 같은 비행편인데 저만 퍼스트클래스석을 이용할 순 없다고 해서였다. 그래 보름간의 베이징여행은 피날레까지 감동이었다. 늙어서 즐거움의 하나는 자식들의 건재란 게 정설이다.   

 

"죽어서 여행가방이 텅 비지 않도록 '가슴 뛰는 순간'을 많이 살아야 한다"고 시인 류시화는 말한다.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들이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은 나의 가슴에 담긴 것들이다, 라고도 말했다. 맘자루에 담은 것!

그 담긴 것들이 재화일까? 가슴 벅찬 추억들일까?

 

숨 막히게 사랑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가? 숨 막히게 몰입한 순간, 삶과 숨 막히게 접촉한 순간, 그것이 꼭 거창한 순간일 필요는 없다. 호젓한 숲길을 걸으며 색색이 물들어가는 가을나무들과 동행하고, 베랜다에 신문지 깔고 빙 둘러 앉아 잔 나누며, 식구들과 나누는 이심전심이 곱게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이다.

 

 

또는 이미 떠나버린 그리움을 되새김질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 축복을 빌어주는 순간들이 애잔하지만 감동으로 남아있을 테다. 앤 올 12월 겨울방학엔 또 잠시 귀국한다나? 우린 귀찮은데~?

글면서 명년 5월 베이징의 봄날을 다시 즐기러 오라고 초청해줬다.

 

만남은 헤어질 걸 이미 알고 있기에 오늘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 오늘의 기쁨이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할 수 있기에~! 베이징은 나의 여행가방에 어느만큼 자리 했을까?

비행기자릴 침대처럼 눕혔다. 보름간의 베이징생활이 파노라마 된다.   2017. 10

 

베이징사람들은 공원에서 춤추는 게 일상이다

창포천공원에서 춤 구경을 하던 내게 이 여인이 손을 내밀어 달아났다가--- 

자금성외곽의 옛 주택들

sk베이징사옥

LG베이징 투윈타워

그랜드하야트서 조감한 자금성과 시가지

그랜드하야트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