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에서 보름간의 기행(紀行)
1) 구름위의 산책
파란하늘이 한정 없이 드높았다. 코발트색 허공을 향해 땅을 박차고 굉음을 남기며 비상하는 문명의 날개위에 나는 발 디뎠던 지구를 떠나고 있었다. 그 지구가 코발트물감에 녹아든다.
그 땅덩인 섬에서 점으로 사라지다 창해로 둔갑하고 이낸 하얀 안무를 뒤집어쓰더니 두터운 장막 속으로 사라지는 거였다.
지구도, 창해도 없다. 구름위의 나를 인지케 하는 건 하늘 끄트머리를 테 두른 구름 띠 탓이다. 허나 그것은 신기루이기도 했다. 한참을 꿈꾸듯 하다보면 구름 띠 위아래 어디가 코발트하늘인지 바다인질 헷갈리게 해서다. 해도 상관은 없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그 길이 내 맘이 담긴 길이라면 행복한 여정이기에 말이다.
여행은 행복의 목적지가 아니라 마음과 동행할 때 행복이 발견되는 땜이다. 떠날 때 배낭은 가볍게 하고 일정은 가능하면 늘려 잡는 게 좋다고 했다. 엊그제 난 6주간 내 어깨를, 아니 심신을 불편하게 했던 깁스를 풀었었다.
얼마나 홀가분한가! 주치의가 재활운동을 이빨 잉깨지게 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켜줬지만, 왼팔은 아직 장애이긴 하지만, 장애로 산다는 게 얼마나 심신이 고달픈 질 통감했기에 깁스 제거한 것만으로도 구름속의 산책은 천국의 여정이었다.
“상처를 외면하지 말라. 붕대 감긴 곳을 보라. 빛은 상처 난 곳을 통해 네게 온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 아파봐야 온전함의 기쁨을, 고난의 여정일 때 행복해 진다는 건 삶의 진리다.
장막이,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거뭇한 땅이 보이고 문명의 공작물들이 구름위의 산책 아래 펼쳐지고 있었다. 행복은 땅을 단단히 디뎠을 때 오래오래 향유한다. 베이징은 그렇게 내 발 아래 깔리고 있었다.
20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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