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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페르세포네 & 타래난초의 사랑

페르세포네 & 타래난초의 사랑 

태양이 작열하는 7월 이맘때였습니다. 페르세포네는 홀로 정원 산책을 하다 지하의 왕 하데스에게 납치를 당하지요하데스왕은 진즉부터 미모의 그녀를 짝사랑했던 겁니다.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페르세포네어머니는 하데스왕의 계략인 걸 알아채고 우주의 신 제우스에게 도움을 청하지요

                         -타래난초-

딸을 구출해 달라, -. 제우스가 대답했어요.

도와 드려야지요. 근데 지하에서 음식을 먹으면 곧장 지하시민이 돼버려 데려올 수가 없습니다.”

허나 하데스한테 끌러간 페르세포네는 지하정원에서 탐스럽게 익은 석류를 보고 달콤새콤한 식감이 치솟아 나무에 달린 그대로의 석류를 한 입 베어 먹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제우스신에게 애걸복걸 통사정을 했어요.

제우스가 하데스를 구워삶아 중재안을 도출합니다. 페르세포네가 일 년 중 절반은 지하에서, 나머지 절반은 지상에서 살 수 있게 말입니다. 대신 페르세포네는 봄이 되면 지상에 올라와 싹을 틔우고 꽃을 만개시키며 열매를 맺게 해야 합니다. 글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지하로 내려가야지요.

6월 어느날, 페르세포네가 양지바른 잔디밭을 걷다가 무덤가에서 가날픈 꽃대궁을 뽑아 던저버리는 할아버지를 조우합니다. 까닭을 묻자 빙글빙글 꼬여피는 꽃이 무덤에 있으면 후손들 하는 일이 꼬여서 안 좋아 뽑아버린다는 거였습니다.

그 꽃이 타래난초였습니다. 황당하고 놀래킨 페르세포네가 할아버지께 타래난초의 사랑에 대해 얘기합니다.

"할아버님, 이 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꽃인데요. 자세히 보세요. 꽃대의 꽃이 먼저 핀 꽃망울을 피해 옆으로 살짝 비껴 피면서 또한 부딪치지 않으려 나선형을 이루며 위로 올려피고 있지요.

햇살을 가리지 않고, 마주치지 않으려 서로를 배려하고 자릴 양보하는 기막히게 앙증맞은 꽃이지요. 절대 자리다툼하지 않기로 약속한듯이 한 송이 한 송이가 딱 그만큼씩 떨어져 피며 나선형계단을 이루고 있잖습니까!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배려의 일생입니까?" 


 할아버지가 뽑아 던졌던 타래난초를 다시 주어다 뽑은 자리에 심습니다. 사람들도 서로의 삶에 방해되지 않게끔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참으로 살기 좋고 아름다운 낙원이 될 것 같지요.  하도 작고 여려 보일 듯 말듯, 있는 둥 마는 둥 양지바른 풀 속에서 여러해살이로 피는 타래난초는 매년 그 자리에 가면 볼수가 있습니다.

우린 풀꽃 하나도 하찮게 생각하며 홀대해선 안되겠지요.  꽃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니깐요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나타나질 않으면 지구상의 이쁜 꽃들을 못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상에서 페르세포네의 6개월은 새우잠 잘 틈도 없는 중노동이지요. 사람들을 위해서요. 타래난초의 사랑을 지구상에 충만시키기 위해서요.

  알랙산더대왕이 거적대기위에 앉아 있는 디오게네스에게 말 하죠.

"당신은 내가 누군질 알겠소? 소원이 있슴 말해 보시오. 다 들어 주겠소"

디오게네스가 힐끔 처다봅니다. 글곤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주시오"

꽃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제 종족번식을 위해 꽃을 피우고, 꽃 속엔 축축한 수술을 내밀어 꽃가루를 받아서 씨방에 생명을 잉태시키는 자연의 포르노그래피일 뿐입니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셈이지요. 

2017. 07

# 사진 : 블랙 ,    기사 ; 하동댁,      연 출 ; 유우니사막의 선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