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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우아한 가난해서얻는 행복

우아한 가난해서얻는 행복

-설악 해넘이-

나의 친구K는 가난하다. 그가 끼닐 걱정할 가난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해서 행복해하는 우아한 신사여서다. 그는 평생을 도로공사직원에서 본부장까지 지낸 후 정년퇴임한 공직자였다. 그가 우리 기간산업의 수많은 토목공사를 주관감독했기에 떡고물 챙기려들었음 지금의 88아파트보다 훨씬 큰 아파트로 옮길 수도 있었을 테다. 그는 자기직무 외엔 결코 한 눈 판적이 없기에 어떤 친구들은 그의 청백리 삶을 경원하기까지도 했었다.

-개암사목련-

요즘 바짝 K가 생각 나는 건 깜도 안 되는 인사들이 장관하겠다고 구린내 나는 얼굴 뻔뻔스레 들고 청문회장에서 변명하는 꼴이 처량하기까지 해서다. 저렇게 창피를 당하며 장관하면 행복할까?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고 그런 현실이 슬프다. KJ대토목과와 서울대박사과정을 수학하고 건설부와 도로공사에서 평생을 봉사한 공직자로 장관자린 꽤차고도 넘칠 인물이다. 그의 올곧음이 해바리기성 줄서기 즉 영혼 없는 공무완 벽을 쌓아 평생을 우아하게 살줄 아는 선비라 하겠다.

-울금바위-

알렉산더 쇤베르크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중에서 가난해지는 순간 맘먹기에 따라 우아하게 사는 길이 열린다.”고 했다. 그에게 걸 맞는 금언이란 생각이다. K는 평생을 술 담배를 안 한 채 13녀의 가정과 직장만을 위해 헌신한 일생이다. 어릴 때부터 여태껏 K와 교분을 나누면서 나는 그의 우아하게 사는 삶을 엿보고 있기에 내 스스로 K와의 시간을 절재하고 흠모하고 있다. 그가 욕심내는 일은 전국에 기간산업망을 구축하는데 올인 하는 것 외엔 본 적이 없다.

-정자(느티나무)나무의 사랑-

바쁜 그는 늘 약속에 허둥지둥 달려오느라 숨차 있었다. 헛눈 팔지 않고 직무에 충실하여 얻는 행복이 우아함이고 단순한 가난이 아닐까? 곁눈질 할 줄 모르는 그의 빈 마음이 우아한 가난이라면 비약일까엊그제 영광엘 갔다 오면서 부안 우반동산자락의 반계서당엘 들렸다. 반계 유형원선생이 고금의 각종 서적과 전적(典籍) 1만 여권을 가지고 하향하여 서당을 열고 후학을 양성하며 실사구시학문을 집대성한 <반계수록>등을 저술한 장소를 찾았던 것이다.

-반계서당-

 선생이 지은 부안에 도착하여’(扶安)라는 시 한 수가 있다.

세상 피해 남국으로 내려왔소/ 바닷가 곁에서 몸소 농사지으려고
창문 열면 어부들 노랫소리 좋을씨고/ 베개 베고 누우면 노젓는 소리 들리네
포구는 모두 큰 바다로 통했는데/ 먼 산은 절반이나 구름에 잠겼네
모래 위 갈매기 놀라지 않고 날지 않으니/ 저들과 어울려 함께 하며 살아야겠네

-반계서당 입구의 실사구시 비석-

선생은 부패한 조정의 과거공부를 단념하고 귀향하여 흉년과 기아, 농민들의 참상을 목도하며 권세가들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비판하고 그들의 끈질긴 벼슬 권유도 사양했다. 선생의 아버지 유흠이 피비린내 나는 당파싸움에 죽자 부안 땅에 은거, 장수독선(莊修獨善)하며 나라에서 불러도 출사하지 않았다"라고 청죽잡지에 기록 돼 있다. 지금도 어찌보면 당파(좌우이념)싸움질에 국민들은 진절머리난다.

 -i대학 모모 아트하우스-

문재인정부가 시간 없단 핑계에 앞서 아웃사이더에 머물고 있는 인재발굴에 나선다면 지금의 청문회장의 희비극은 피할 수 있잖을까 싶다. 반계선생이나 K같은 인재가 은거할 테니 말이다. 가난을 즐길 줄 아는 우아한 삶이 일상인 인물들이 천거되면 좋겠다. 풍요로운 자본주의 사회가, 탐욕의 생존경쟁에 인간성마저 말라버린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

-i대 캠퍼스 기숙사길-

어쩌면 문명의 해택을 덜 받는 부족하고 가난한 나라. 불편하고 청결과는 다소 먼 어설픈 나라인 부탄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부탄 위정자들은 우선 부패하지 않다. 글고 안빈낙도의 자연에 동화된 일생 우아한 가난을 즐기기에 행복하다. 행복지수가 세계최상위인 것은 그들이 우아한 가난을 자연스럽게 생활화한 탓일 것이다.

청문장의 낯 뜨겁고 부끄러운 장면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온갖 부패로 얼룩진 인사들이 장관하겠다고 생쇼하는 걸 국민들은 보고 배우라는 건가? 우리의 자식들도 저렇게 부패해도 장관할 수 있다고 방송교육시키는 건가? 그동안의 학교교육은 거짓맹탕이고, 추잡하고 낯 뜨건 비리의 삶이 행복이라고 세뇌교육 받으라는 건가? 좀은 뎌디고 답답하드라도 우아한 가난을 즐기는 인사들이 나와서 우리들을 선도해가는 나라였음 좋겠다.              2017. 07

-영광염산갯벌-

-반계서당의 마르지 않는 샘-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