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배려의 끈을 놓지 않는~

연둣빛이파리가 미풍에 흔들리는 5월 초순, 항암약 부작용탓인지 손톱마저 푸석푸석 부서진 손가락은 피골이 상접해 온기도 없을 것 같은데, 여인은 그 손을 잡고 창밖을 응시하며 독백 아닌 독백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 손잡고 푸른 나뭇잎 보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해요

“ ------- ” 묵묵부답인 초점 없는 눈의 남편을 응시하며 여인은 말을 잇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시간이라도 당신이 있어 고맙고, 내일도 이어지길요

여인의 눈자위가 가늘게 경련하며 촉촉이 젓습니다. 한 손마저 갖다 두 손으로 남편의 앙상한 손가락을 부여잡고 기도하듯 남편의 눈빛을 살핍니다. 애뜻함일지, 측은지심인지, 해원의 속죄인지를 얼른 가늠이 안 됐지만, 그 모든 걸 아우른 간절함일 거란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습니다.

창문을 투영해 들어오는 5월의 따스한 햇살에 여인은 지나온 시간들을, 그리움들을 반추하나 보였습니다. 결혼, 그리고 13녀 자식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었던 세월을, 그 길고 짧은 46년을 아내만을 사랑하고 자식들을 위해 우직하게 살았던 남편, 단 한 번도 자신만을 위해 오롯이 살아본 적이 없었던 부부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햇살에 아로새겨집니다. 

남편은 7년 전에 위암수술을 받았습니다. 완치됐다고 기뻐하며 다시 40년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은 건 작년 여름 이였어요. 폐암4, 어떻게 손쓸 수 없는, 6개월에서 1년이란 시한부종언을 안아야 됩니다. 온 식구가 매달리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아빠가 무너지는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단 무력감속에 아내는 좌절하지 않고 같이 있다는 지금의 행복을 발견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이 공존의 행복감이 부질없을망정 오늘 살아있어 같이할 수 있음이 고맙고 그래 행복이라고 자위하는 거지요. 애초에 영원이란 것은 없을 테니까요. 앙상한 손잡고 창밖을 보며, 초점 없는 눈망울일망정 마주치고, 어눌한 의사소통으로 이심전심하는 이순간이 행복인 거지요. 이 순간이 내일도 이어지고, 이별의 시간이 더디 오길 염원하며, 아니 올 스톱되면 좋겠단 생각에 병원을 향하는 발걸음은 그래서 가볍고 설렘이 따르는 겁니다.

며칠 후면 남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남편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어 살았어도 죽은 거라고 생각되는 여인은 오늘 남편과의 시간이 바로 행복인 게지요. 남편의 고통을 지켜보는 순간마저 어쩜 행복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여인 같았습니다.

부부란 무엇인가? 행복한 부부의 삶이란 어찌하는 건가?를 여미게 하는 거였습니다. 행복이란 건 참 단순명료하달까요. 상대를 향한 배려속에서 위안을 얻는 거 말입니다.

오늘따라 창밖에선 초록이파리가 더 흔들거립니다. 이별의 행커치프 나붓대듯 말입니다. 사랑한다는 건 배려의 끄나풀을 꽉 잡고 놓지 않는 시간입니다

# 이 글은 5월27일23시 반, 우연히 ebs<메디컬다큐7요일>를 시청한 후에 가슴이 먹먹하여 쓴 글입니다. 방송과는 달리 주인공을 부러 밝히지 않았으며 장면설정이 작위적인 게 있습니다  

             2017. 06. 27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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