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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원시림의 맥리치(Macritchie Reservoir Park)트레킹

원시림의 맥리치 (Macritchie Reservoir Park)트레킹 (2015. 12. 05 토)

줄곧 어제의 일정에 녹초가 돼 늦잠이 일상이다시피 했는데, 오늘은 새벽6시에 우리식구 모두가 기상하여 트레킹나선 건 오후에 차이나타운엘 가기위해서였다. 산이 없는 싱가포르사람들에게 맥리치 저수지(Macritchie Reservoir)트레킹은 최상의 산책이자 산행맛을 느끼게 하는 곳이란다.

새벽의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전철에 오른 우린 매리마운트(Marymount)역에서 하차, 5분쯤 걷자 맥리치자연 입구(Macritchie Nature Trail)에 이르렀는데 의외의 주인들이 우릴 반기는 통에 큰애는 기절초풍했다. 원숭이 일가족이 어슬렁거리다가 그 중 두목이 큰애가 들고 있던 사과비닐봉지를 낚아채려 돌진한 땜이다. 놈들은 전혀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경계의 눈초리로 허점만을 노릴 뿐이다.

선선한 안개 속의 저수지아침을 깨우는 카약을 운반하는 사람과, 이미 타는 사람으로 부산했다. 한쪽엔 노란유니폼을 입은 일단의 학생들이 모여 있고, 푸른 잔디밭 노거수 아래에선 이곳 어른들이 아침운동을 하는 슬로모션이 극히 평온해 보인다. 벌써 질주하는 조킹족들의 가픈 호흡이 물안개 속으로 번져 호수를 일깨운다.  

-카약은 임대도 가능-

아내와 세 딸이 앞서서 저수지갓길을 속보한다. 축축히 젖은 초원의 아름드리나무들이 저수지가 지피는 엷은 안개를 거둬들이는 잠결의 호반은 한 폭의 그림이다그 신선한 풍정에 빠져들고, 또 디카에 담느라 난 후미에서 뜀박질하다시피 한다. 큰애의 말에 의하면 트리탑(Tree Top Walk)코스를 완주하려면 3~4시간은 족히 소요되기에 오전에 트레킹을 마치려면 서둘러야 한다는 게다.

-맥리치저수지-

근데 아침의 맑은 호수와 푸른 잔디와 거목, 울울창창한 원시림속의 정글탐험 같은 정황이 트레킹 자체보다 나의 맘과 눈길을 한사코 붙잡는 거였다. 눈과 맘의 호사에 트레킹은 걸림돌이 됐다. 원시림 속을 누비는 조붓한 숲길을 우리식구 다섯 명이 탐험(?)에 나선기분이어 난 여간 행복해하고 있었다. 멀리 상하의 나라 싱가포르에서 울 식구들의 원시림탐험이라니~!  꿈같은 얘기다. 여행은 명승지 답사 아님 트레킹스케줄이 있음 더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현지인들의 아침체조-

울 식구들,  두 시간쯤 속보를 했는데도 모두가 활달해서 뿌듯했다. 모두가 그동안 나름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어서일 게다. 열습이야 좀 느끼긴 하지만 물기 한 껏 머금은 상록이파리들과 잘 다져진 오솔길은, 이제껏 산행 때 맛 볼수 없었던 생얼의 신비감도 한 몫 했을 터다. 이틀이 멀다고 산행하는 아내가 늘 뒤처지고 있었다. 아침이 밝아오자 트레킹족들이 늘고, 아까 노랑유니폼의 학생들의 조킹 대열에 정글의 고요가 깨지고 있어 아쉬웠다.

꼭 아침이 아니어도 외국인들은 달리길 선호한다. 여기도 조킹하는 사람이 많다. 노랑유니폼의 학생들은 죽기살기다. 숲을 파고드는 햇살도 여지없다. 떠도는 습기가 햇빛을 보듬고 뒹구느라 눈부시다. 간밤에 스콜 세수한 초록이파리들이 반들반들 여명빛 화장에 은빛 춤을 춘다꼬마원숭이들이 짬짬이 나타나 트레킹족들의 방심을 낚아채려 호시탐탐하는데, 귀찮다고 혼 내키려다간 봉변당할 수도 있단다이름 모를 새들의 청승맞은 소리가 거슬리고, 표현할 수 없을 숲 향이 결코 달콤치 만은 않다.

잠에서 막 깨어난 호수가 햇살에 눈뜬 초목을 그대로 품고 있다. 거울호수에서 숲들은 살포시 일어나느라 수면을 일깨운다. 두 개로 포개진 숲 사진을 들여다보니 거북이가 막 잠자릴 털고 있다. 호수가에 핀 야생화의 이름이 궁금하다. 그렇게나 아름다운 꽃을 이름도 모른 채 마주하는 나의 무식이 한스럽다. 무식해서 아린 탄식은 절정에 다달아 거대한 몸뚱이의 나무와 하늘을 찌르는 꺽다리나무들의 이름도 몰라 창피하기까지 했다. 꼿꼿하게 50m까지 자란다는 랑키나무는 단단하기도 하거니와 밑둥뿌리는 타조발목처럼 갈기를 뻗어 몇 백년을 살아도 끄덕 없을 것 같았다.

간혹 거목은 작은 명찰을 붙이고 있었지만 눈뜬 봉사인 나는 그래 더 슬펐다. 애들한테 물어봐도 식물의 학명인 것 같다고, 영어도 아닌 것 같고, 말레시아언지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니 울 식구 모두가 놈들한텐 무식쟁일 뿐이다모르면 재미도 없다. 돼지한테 금덩인 그져 돌맹일 뿐이듯이~. 수풀공부를 한다는 게 게을러 세월만 씹은 셈이다.  트리`탑 코스에 들었다. 약간의 오름길은 곧 나무데크길로 연결됐다. 트리`탑코스는 일방통행이다. 현수교출입문엔 나갈 순 있어도 들어올 순 없게 자동열쇠 잠금장치가 있다. '출입금지' 표찰도 엄포로 붙인 건 아님이다.

나무데크를 쇠줄에 얽어 공중에 매달아 현수교를 만들었다. 길이가 몇 백 미터는 되지 싶었다. 그 다리를 걷는다. 아니 나무들 위를 걷는다. 정글 위를 밟는다. 그 기분 또한 형언할 수 없는 상쾌함 그 자체다. 나무위를 걷다보니 딴 세상이 펼쳐졌다. 남청색하늘과 검초록숲의 스카이라인이 이 세상의 주인이 나 임을 일깨워주는 거였다. 살아있다는 게, 세상은 아름답다워 살 만하다는 각성에 감격하는 거였다.

-랑키나무-

정글 위로 솟은 키 큰 나무는 지 밑은 텅 비워놨다. 가지를 죽여가며 다른 놈에게 공간을 내 줬다.  둘째 놈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숲은 층을 이뤄 햇볕과 바람이란 영양을 나눠 공생한다. 키 작은 놈들 살라고~! 다 살아날 순 없으니  치열하게 경쟁하라는 성 싶었다. 그래서 우람하게 하늘로 치솟은 거목은 경건해 보이고 신성해 보이기까지 한다. 맥리치자연숲은, 트리탑워커는 그걸 실감케 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몇 날 몇 칠을 걷고싶은 하늘길 이였다. 

정글의 법칙은 인간보다 한 수 위다. 키 큰 놈은 작은 놈의 우산이 될지언정 깔아뭉개진 않는다. 우리의 고관들은 아랫사람들 등골파서 입신하려드니 높은 놈 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단 소릴 듣게 된다. 대통령부터 모든 책임은 아랫사람 아님 누군가에게 떠넘긴다. 설사 아랫사람이 잘 못 해 야기된 불상사도 그 책무에서 결코 벗어날 순 없다.  꺾다리나무 만도 못한 협량으로 치국을 논하니 나라가 시끄럽다. 

-트리 탑 워크--

우거진 밀림 아랜 캄캄하다. 높이가 20~30m 족히 될 터인데 현수교 위로 치솟은 놈들도 많다푸른 정글 숲 우듬지들의 유려한 곡선이 하늘과 맞닿았다. 그 맞닿은 곡선의 한 축을 파아란 호수가 두둥실 떠 있다. 또 다른 어퍼`퍼드저수지(Upper Peirce)였다. 언제 기회 있음 거기까지 가봤음 싶었다. 사실 맥리치공원 트레킹코스는 여러 개란다. 오늘 우리가 걷는 길은 고작 절반의 절반도 안 될 거란다. 이런 신비스런 원시림의 트레킹코스가 서울근교에 있다면 사람등살에 초토화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싱가포르사람들의 준법생활은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귀로의 전철 속의 풍정은 후쭐그래한 옷차림의 깜튀튀한 얼굴색으로 우중충해보였지만,  전철 속의 분위기는 질서정연하고 깔끔했다. 그들은 미소도 곧장이다. 울나라 사람들 같이 무표정 냉담하리? 차를 기다리다 갈증을 해소하려 물을 꺼내자 큰애가 질겁한다. 전철티켓을 사서 역사구내에 들어섰을 때부턴 물이나 먹거릴 먹다 들키면 50만원, 흡연100만원, 라이타나 성냥을 휴대하면 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단다. 해선지 열차나 구내도 깨끗하다. 하물며 공원에서 휴지조각 한 장인들 버리겠나?!

생각해보니 트레킹 4시간동안 누가 음식을 먹는 걸 보지 못했다. 간이쉼터와  휴식 중에도 물 먹는 사람은 있었지만 우리네처럼 보따리 풀고 식도락하는 풍경은 없었다. 글타고 트레킹 중에 음식을 먹으면 안된다는 법이 있는줄은 모르겠다. 원숭이들이 먹거릴 안주니까 사람들의 빈틈만을 노리고 훔치려드는가 싶었다. 얌체원숭이에 비해 도마뱀의 어슬렁거림은 애교였다. 출국하기 전에 한 번 더 트레킹하자고 울 식구 화이`파이브를 외쳤다. 잊을 수 없는 맥리치저수지공원의 트레킹~! 아! 그 원시림이 무진장 좋았다.

-호시탐탐 기횔 노리는 원숭이들-

- 전차 속 러시아워-

-매리 마운트 역사-

-저수지아침을 깨우는 울들-

--아침 기체조 하는 현지인-

-나무에 기어오르는 도마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