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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1) 잠 못 이룬 통증속의 새해여명

1) 잠 못 이룬 통증속의 새해여명 

병오년 새해맞이 해돋이

구랍22일 밤이었다. 소변줄이 시원찮은 데 자주 마렵고 횟수가 반복될수록 찌릿찌릿한 통증이 견디기 버거웠다. 시간이 갈수록 소변은 자제할 수 없을 만큼 찔금찔금 세고 있어 팬츠를 벗고 긴 플라스틱 컵으로 받쳐 잡고 있어야 했다. 빈 컵에 배뇨하는 몇 방울이 온몸을 바늘로 쑤시는 통증을 10분 간격으로 찾아왔다. 컵에 지린 몇 방울의 오줌은 묽은 핏물이라 더욱 신경 날 서게 하고.

▲병오년 초 이튿날의 여명 ▼

홀로 뜬눈으로 밤을 새우면서 119구급차를 호출해야 할까 하고 번민도 했다. 통증에 기진맥진해지자 옆에서 심부름할 아내 생각이 간절했다. 부부와 피붙이는 몸이 아플 때 얼마나 절실한지를 통감한다. 그렇게 초죽음(?)상태로 날이 밝았다. 병원에 간다는 안도감이 오줌 절일 때마다 감내해야 할 통증을 덜어주진 않는다. 오전9시는 어찌그리 굼뱅이인가? 장산역 부근의 ‘백병원’을 찾아가려 서둘러 나섰다.

백병원 도착까지 15분쯤 동안 화장실을 두 번 찾았다. 이비인후과에 접수하려니 창구아가씨가 예약여부를 묻는다. 처음이라니까 초진은 지금은 치료받을 수가 없고 예약을 해야 한달 후쯤에 전문의 진찰이 가능하단다. 아차! 했다. 종합병원 진료는 1차병원에서 진료받은 후에 가능하다는 걸 망각하고 있었다. 접수 아가씨한테 근처 추천해 줄 병원소개를 부탁했더니 장산역부근에 이비인후과병원이 있단다.

수록된 해돋이는 방광염 앓이로 초 이튿날 촬영한 여명임

너무 긴장한 나는 미처 화장실에 들어서기 전에 휴대용 휴지를 꺼내 팬츠속에서 세 방울인가 저렸다. 어제 밤부터 은근히 피말리는 불안감은 혹 급성요도암(尿道癌) 또는 전립선암은 아닐까 하는 예단이었다. 전립선암으로 요절한 친구Y가 얼른 생각났다. 이러다가 갑자기 죽는가? ‘장산닥터0비뇨의원’ 간판이 보였다. 빌딩3층에 있는 개인병원이다. 접수를 하고 5분쯤 후 진료실에 들어가 전문의 진찰을 받았다.

방광염치료 약
해운대빛축제는 1/15일까지 계속된다

이것저것 증상과 경과를 묻더니 방광염이란다. 좀은 긴장이 풀렸는데 ‘1주일분 약을 복용하면 나을 수 있다’면서 만약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그때 초음파검사를 해보고 얘기하자면서 대수롭잖다는 듯 진료를 끝냈다. 심장에서 애리한 송곳 하나를 꺼내 버리는 기분이었다. 하루 세 번 식사 후 7일간 복용할 처방받은 약은 <안티러캡슐, 락소펜앰정, 셀트리오네오파정을 각각 1정씩 3회, 탐스돌서방정은 하루 1정>을 복용한다.

해운대백사장과 LCT야경

약국에서 늦게나마 아침용 약을 첫 복용하고 귀가했다. 점심, 저녁식사 후 복용한 약의 효과일까 배뇨횟수가 늦춰졌다. 허나 배뇨 중에 전신을 옭아매는 지독한 통증은 여전했다. 배뇨 탓에 새벽3시까지 잠을 못 이뤘었는데 언젠가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화장실 가려고 깨어보니 새벽6시 무렵이다. 하루 복용한 약효인지 소변횟수는 줄었다. 기분과 의욕이 업그레이드 됐던지 마음이 가벼웠다.

거뿜파도와 LCT

약 복용 3일째다. 소변횟수와 통증이 상당히 좋아졌다. 서울 아내에게 전활 해 방광염 발병 사실을 알렸다. 깜짝 놀란 아내가 약 복용 후 많이 좋아졌다니까 안심이 되는지 식사는 잘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의사말따나 1주일치 약 복용하면 다 나을 것이라고 위무하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고 있었다. 어떤 지병도 없고, 여태 약 한 알도 먹지 않은 내가 방광염으로 혼쭐났다니까 믿기지 않는 듯 반신반의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의 병오년 초사흘 날 파도▼

아내는 그런 나의 자만심을 걱정하며 빡센 등산을 만류했었다. 아내도 실은 나의 권유로 등산하다가 요통과 무릎관절염으로 지금 치료 중이라 변명할 건지가 없었다. 아직은 건강에 자신있다고 자부(?)한 내가 요상스런 방광염이라니? 체면 구겼다. 그러는 아내의 힐책보다도 아내가 걱정할 게 뻔해 발병 사실을 숨기려다가 실토했는데 괜한 입방아를 찧었나 싶었다.

완치 후에 입방아찧은 게 나았을 텐데 라고 자조했다. 약복용 4일째 오후부턴 배뇨시 엷은 통증을 순간적으로 느낄 뿐 발병 이전상태로 복귀된듯 싶어 기분 좋았다. 오후에 와우산숲길을 2시간쯤 트레킹 하면서 배뇨도 한번만 했다. 밤11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4시경에 배뇨를 하면서 속으로 쾌재를 읊었다. 오늘은 날씨도 풀린다니까 옥녀봉트레킹을 해볼까?하는 의욕덩이를 살짝 건드리면서~!

5일째 아침 눈부신 햇살이 통창이 미어터질 만큼 밀려든다. 옾텔 앞 해운대 관광안내센터 태극기도 간지럽게 펄럭이고 너울 파도도 다소곳이 흰 거품을 삭히고 있다. 등산궁리를 하다가 백팩에 점심 푸닥거와 스틱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금정산을 향한다. 무명암` 회룡선원은 왕복 4시간여면 산행을 즐길 수가 있겠지 하는 자만심이 앞섰다.

해발600m쯤의 무명암은 난코스는 아니어서 쉬엄쉬엄 방광염치료의 예후 산행으로 생각했다. 전철을 타고 1시간 달려 남산역에서 시작하는 트레킹은 금년 봄 어버이날에 찾았던 회룡선원이다. 선원을 병풍처럼 휘두른 무명바위 멋짱이 아삼삼해서였다. 그날, 눈부시게 아름다운 무명암을 시간 없어 원거리에서 일별한 아쉬움을 오늘 달래고 팠다. 옾텔을 나서자 바람결이 차고 세차다. 고층빌딩 골목바람이려니 무시했다.

회룡선원을 찾아가는 동작골짝의 활엽수들은 깨 활딱 벗어 비밀스런 산세(山勢)들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 무명암의 속살도 지금은 나목(裸木)들이 ‘엣다 모르겠다’라면서 볼 테면 봐라 할 게 아닌가! 그렇게 시작한 산행은 부채바윌 훑고 물만골로 하산하여 두실역에 들어서니 4시간반이 훌쩍 넘은 산행이 됐다. 나는 산행욕심이 많아 아내 지청구 들어도 싸다. 하지만 사진 찍느라 시간소요가 많아 무리한 행보는 아니라고 합리화한다.

귀가하여 샤워하면서 배뇨하려니 통증이 느껴졌다. 소변이 흐리지만 선홍색은 아니었다. 피곤해선지 잠도 잘만큼 잤다. 새벽에 배뇨를 하면서 통증이 났으나 미미했고, 소변 간격도 정상이어서 간과했다. 다음날 엿새째 약을 복용한 날도 아랫도리 컨디션은 가쁜 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일까지 약을 복용하고 안정을 취하면 괜찮을 거라 자위하며 오후에 해운대백사장 맨발트레킹을 1시간 반여 했다.

미포항의 해무리

나는 매일 한두 시간쯤 산책을 않으면 찝찝하다. 울퉁불퉁한 흙`자갈길 아닌 포장 내지 데크길 트레킹은 볼 일보고 밑 안 닦은 기분이라. 암튼 매일 최소한 한 두시간은 트레킹을 한다. 마지막 약 - 7일째 저녁식사 후 약을 복용했을 때도 괜찮했다. 거의 정상이었다. 근디 밤 9시를 지나면서 배뇨끼가 잦고 통증도 점점 심해졌다. 아뿔사! 밤 11시쯤엔 찔끔찔끔 새는 배뇨와 뇨도를 찢는 통증에 다시 플라스틱 머그컵을 사타구니에 차고 지옥의 밤을 뜬눈으로 샌다

7일간의 희망적이던 치료가 멜짱 도루목이 되버린 셈이다. 송곳으로 쑤지는 아픔이 배뇨 두어 방울이고, 초쵀한 마음은 내일이 신정(新正)이어서 병원도 모두 휴일이라는 점이다. 약도 없는데, 내일과 모레 오전까지 어떻게 전신을 애는 통증을 인고해 낼지 피말리는 불면의 밤이 됐다. 이러다 진짜 전립선암으로 악화될까 싶어 머리털이 솟구쳤다. 당장 뾰쪽수가 없다. 새까만 절벽이 아른댄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 엘시티

날이 샌다. 응접실 통유리창이 밝아지자 나는 오늘이 새해 여명이란 걸 지옥에서 기억해 냈다. 사타구니에 컵을 차고 창가에 서서 백사장에 장사진 친 해맞이 인파를 응시한다. 찾을 사람도 없고, 있단들 방법도 없다. 어제 밤에 안 아팠어도 저 군중 속에 나도 끼었을 것이다. ‘밤새 안녕’이란 말이 실감이 났다. 글다가 찌릿 절여오는 통증에 생각의 바다는 칠흙의 고통이 된다. 요도의 통증을 어떤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건강이 얼마나 행복한 건지 통감케 한 신정여명(黎明)이었다.            2026. 01. 01

▲병오년 초 이튿날 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