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하는 사람아

사랑의 하늘 계단(愛情天梯)

사랑의 하늘 계단(愛情天梯)

1956년. 충칭(重慶)시 중산구(中山古) 가오탄(高灘)촌에 살던 20살 청년 류궈장(劉國江)은 아이가 넷 딸린 10살 연상의 과부 쉬차오칭(徐朝淸)과 사랑에 빠졌다.

같은 마을에 살던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쉬 씨가 청상과부가 돼 막내를 업고 물에 빠졌을 때 류 씨가 구해줘 시작됐는데, 그보다 이들의 첫 만남은 6세이던 류 씨의 이가 빠진 게 계기였다.

새색시가 이 빠진 자리를 만져주면 새 치아가 잘 나온다는 산골 풍속에 따라 류 씨는 새댁이던 쉬 씨를 만나서 그녀가 이빨 빠진 곳에 손가락을 넣는 순간 그는 놀라서 쉬 씨의 손가락을 깨물었다고 한다.

가깝게 지내던 그들은 마을사람들의 쑥덕거리는 소리와 따가운 시선을 피해 마을을 떠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았다.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정착한 곳은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산길로 4시간여를 걸어 들어간 해발 1500m의 심산오지, 인적은 찾아볼 수 없고 산짐승만이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그들은 화전을 일구고 오리와 돼지 개를 키우며 양봉을 했다.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하다 2001년 한 탐험가가 원시삼림 속에서 이들을 발견했는데 이때 노부부는 “마오 주석(1976년 사망한 마오쩌둥·毛澤東)은 아직도 건강하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고된 일과에도 류 씨는 사랑하는 아내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수직에 가까운 바위절벽에다 돌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반세기가 넘게 오로지 망치와 정 그리고 삽 하나로 6000개의 ‘사랑의 하늘계단(愛情天梯)’을 놓았다. 계단 옆에는 작은 구멍을 따로 만들어 손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남편 류 씨가 병사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자신의 발밑에서 사랑을 느껴왔을 쉬 씨도 남편을 그리워하다가 2012년 10월말 세상을 떠나 11월 4일 류 씨 곁에 묻혀 사랑의 하늘계단 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 세기의 사랑’이 주는 감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요즘 중국은 50여 년 전 러브스토리에 흠뻑 젖어 있다. 이들의 얘기는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재인식과 진지한 반성을 가져다준다.

가난한 두 사람에겐 달콤한 사랑의 선언도, 반짝거리는 결혼반지도, 화려한 결혼식도 없었다. 그러나 류 씨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사랑의 길’을 만들었다. 그는 6000개의 계단을 통해 사랑의 힘이 뭔지를 증명했다. 이는 ‘사랑한다’를 입 서비스처럼 뇌까리는 현대의 걺은 군상들이 귀감삼아야 함이다.

2007년 알려진 이들의 사연은 중국 10대 사랑 이야기의 하나로도 불린다. ‘사랑의 하늘계단(愛情天梯)’이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싱가포르의 국영방송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이 영화는 지난해 KBS에서 방영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