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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스파게티 파티

치즈스파게티

항상 그렇지만 가족들과 휘트니스크럽에서 수영`사우나를 하고 돌아오는 건 내가 늘 선두다.

더구나 오늘은 큰애와 막내가 수영레슨을 훈이에게 받겠다고 했으니 한참을 늦어질게다.

엊그제 홍콩에서 귀국한 훈인 오늘 저녁식사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마트에서 시장을 잔뜩 봐와 놓곤, 더구나 지금 시간이 오후7시를 넘겨 내 뱃속은 출출한데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 거시침이 속을 훑는데 말이다.

훈인 이따금 우리내외를 위해 그만의 독특한 음식을 만들곤 했었는데 요리하곤 전혀 담 쌓았을 것 같은 그가 먹음직하게 음식을 해 내놓는 데야, 더구나 그 맛이 감칠맛이 나서 우린 경탄해 마지하곤 했던 적이 몇차례 있었던 것이다.

그의 요린 대게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음식요리를 컨닝한 거였는데 각별한 눈썰미와 명석한 두뇌가 수준급의 음식을 만들어 내곤 했던 것이다.

가뜩이나 배고파 있는데 훈인 반시간이나 지나서 식구들과 시끌벅적 나타나선 곧장 싱크대로 다가가선 요릴 하기 시작했다.

그가 드디어 데친 묵은김치에 돼지고기수육을 내 놓았다.

시장기가 반찬이라고 출출한 배를 채우느라 식구들 모두 먹어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충 시장기를 때운 훈인 다시 주방에 섰다.

덩달아 그의 옆에 선 큰애가 보조를 하는가? 싶었고, 그들이 본격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아챘을 땐 나는 이미 배가 포만해 질대로 진 상황 이였다.

돼지고기수육은 우선 시장기를 달래기 위한 서비스 음식 이였다는데 나를 비롯한 식구들은 거반 포식을 해버린 터였기에 정작 키조개껍질에 담겨 나온 윤기 자르르하고 은근한 향이 피어오르는 김발에 미각을 자극하는 본요리엔 얼른 젓가락을 집질 안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이미 포만감에 찌든 배엔 한계효용지수는 최저인 법이다

그래도 한 입 거들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라.

엷게 썬 조개관자 살 한 쪽을 집어 혀 끝에 대자 부드러운 미감이 식욕을 자극하고 한 번 씹자 전해 오는 쫄깃하고 고소한 미감은금새 포만감을 잊게 한다.

느타리버섯 한 쪽에 대파토막을 곁들어 면발 한 가닥을 감아 입에 넣었는데 스파게티 특유의 느끼한 맛이 없다.

면발을 촉촉히 적신 육수는 형언할 수 없는 맛이 우러났다.

식구들 모두(주는 중국출장 중이라 빠졌다)가 감탄사 한 마디를 거들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 찬사 중에도 막내의 경탄은 압권 이였다.

‘음식의 맛보다도 더 맛있는 건 요리사의 정성과 열의’란 말로 형부(훈)의 열정을 칭송하고 있었지만 그의 속낸 지네 신랑을 향한 언중유골이적잖이 내포 돼 있었다.

어떻든 간에 훈이의 우리네를 향한 정성은 가상함을 인정한다.

결코 바지런하달 수 없는 그가 티브이에서 방영한 요리장면을 눈여겨보았다가그걸 만들겠다고 쏟는정성이 빚는 음식은 그의 비상한 제주가 아님 쉬이 해낼 수있는 게 아닐 것이다.

요리뿐 아니라 다른 일들도 그의 눈썰미와 지능으로 한 번쯤 목도한 건 대게훌륭하게재창조 되곤했다.

오늘의 치즈스파게티도 며칠 전 티브이에서 본거란다.

“키조개는 내장을 버리고 바지락조개와 삶아 육수를 만들고, 살짝 데친 흰 관자 살을 얇게 쓸어서 조개살 남은 부분을 올리브유로 살짝 볶은 다음화이트 와인을 첨가하여 다른 프라이팬에 마늘, 고추, 버섯 볶은 걸 버무려, 삶은 스파게티 국수에 얹혀 육수를 부어 키조개껍질에 담은 다음 모든 조개 살에 크림소스를 첨가하여 키조개 껍질에 올려놓고, 데쳐 껍질 벗긴 토마토를 버무려 넣으면 대충 마무리가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수육으로 포식 한 배에 부드럽고 담백한 스파게티를 꾸역꾸역 먹어치운 우린 너무 배불러 아우성쳤었다.

스파게티 특유의 느끼한 맛이 사라진 건 청양고추의 역할 이였다나!

우리집에 장남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그가 5월말엔 가족을 데리고 싱가폴로 이살 갈 예정이다.

홍콩근무가 끝나고 싱가폴로 귀임한다는데 애들 교육면도 고려하여 몇 년간 싱가폴서 살겠다는 게다.

하여 오늘처럼 우리식구들 모두 모여 왁자지껄한 시간갖일 수가 이젠 언제쯤 가능할지 묘연하여 애석하다.

가족은 어떻게 해서든 자주 만나 살 부대끼며 체온 나눠 살아야 되는 법이다.

멀리 떨어져 살다보면 남보다 못할 때가 많기 십상이기 쉽다.

딸만 둔 우리가 남부럽지 않게 행복타 생각했던 건 지근거리에서 살아 자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맛 봤던 삶의 진솔한 멋 이였다고 생각함이다.

하여 훈이의 오늘 요리는 각별한 맛이 더했지 않나 싶었다.

2012.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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