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무덥고 긴 여름날
빗발사이를 헤치던
가늘고 긴 잎 새들이
어느 날 - 갈색
찢긴 헝겊 되어 계절 앗아가고
갈구하다 삐적
말라버린 하소연들
허공을 향해
무수히 나부끼는 하얀 머리칼
속절없이 길어진
모가지에 받처들고.
음습해 오는
싸늘한 가을바람에
미이라 된 몸 엉켜
일제히 터뜨리는 호곡(號哭)소리
갈망하다 멈춘
뺀 - 모가지들 모아
애타게 그리는 깃발되어
모두 떠나버린
빈 들녘의 파수꾼들
가을은 줄달음질친다
그의 머리카락 수만큼.
20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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