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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090809-4

다시 들어왔어요.

알다가도 모를 존재가 남자였어요.

샘한테 묻고 싶어서요.

물론 여자와 남자가 다르다는 건 잘 알아요.

너무 달라서. 5년 반이란 긴 세월이 흘렀지만, 정말 갈수록 모르는게 남자였거든요.

그 남자만 그랬을까요?

지금은 미련도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고 싶어요.

마누라가 본인한테 해준 게 없으니 다른 여자를 알아도 된다는 남자였어요.

난 그것도 이해가 안되지만. 우리가 타인을 알게될 때 내 상대에 따라 알게된 건 아니란 게 제 이론이에요.

남편이 못해주니 내가 다른 남자를 좋아해야 한다? 그건 말이 안 되죠.

저는 남편을 좋아해도 그것과 상관없이 또다른 남자를 다른 부분에서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샘은 어때요?

이런 것도 물을 수 있고, 친구란 참 좋은 거네요.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는데.

실은 그 남친이 교사에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교사. 전 교사한텐 죽어도 시집 가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사람이에요.

더구나 그 남자는 첫발령지에서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고, 또한 중매가 들어왔던 사람이에요.

첫발령이 났으니 그 노총각과 나이차가 엄청 많았죠. 저는 2-, 상대는 3-살. 어마어마한 숫자였죠.

하루는 중매를 서겠다고 했어요. 더구나 교사라면 질색인 저에게. 그건 당치도 않는 소리였어요. 두말않고 거절했죠.

저 한때 꿈이 대단했거든요. CEO를 하겠다며 1년만 교사하겠다 아버지께 큰소리쳤던 여자였어요. 지금은 별볼일 없지만.

근데 교사가 가당키나 하겠어요?

더구나 늙수레한 노총각!! 정말 싫어했어요.

30년이 다 흘러 엽서가 왔어요. 우체국에서 구입한 엽서가 몽땅 남아 누군가에게 보내려고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왔다네요.

교감이 아는 분이었는데, 주소를 몰랐던 거죠. 제 사진이 보이더랍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제게 먼저 엽서를 보냈대요.

전 그것도 모르고 교감한테 갔죠. 그 엽서를 가지고. "교감샘 덕분에 오래전 지인한테 엽서도 받고 하네요. 교감샘께도 왔죠?"

저한테 먼저 보낸 것도 모르고..

그런데 간절히 원했어요. 차한잔 마시기를.. 그저 그랬죠.

그리곤 연수를 받았어요. 보름 지나 우연히 그럼 차 한잔 할라면 하자, 라고 했죠.

비록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였지만, 오랜만에 궁금했어요. 다들 어떻게 변했을까, 하구요.

그리곤 만났어요. 이야기를 즐겨했어요. 이건 내가 가장 싫어했던 세계사를 섭렵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거죠.

전 지식 나부랭이에 조금 점수를 주거든요.

그래서 친해졌죠.

근데 마누라가 장학사를 해서 바쁘데요. 또, 아들이 바보구요. 태어날 때 마누라가 기도만 하고 있었대요. 아이는 죽어가는데...

그래서 약간 뇌에 산소공급이 늦어졌나봐요. 그리곤 태어나서 경기를 심하게 하구요. 그걸로 완전히 뇌가 죽어버린 거죠.

1살짜리보다도 못하니까. 그냥 생명체는 있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면 되요.

첫날 그 이야길 해줬어요. 그래서 자기 인생은 슬픈 것처럼.

저같이 맘 약한 여자가 얼마나 아팠겠어요?

연민의 정으로 결혼했는데, 또 연민의 정으로 친구가 만들어 진 거죠.

그 친군 연애 경험도 많았어요. 전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만 사랑에 푹 빠져버렸죠. 물론 둘 다.

근데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어요. 남자들은 다 그런 건지..

++자기 집만 가면 핸폰을 꺼요. 만약 끄지 않아도 일체 어딘가로 연락을 하지 않죠. 오직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죠.

저를 만나고 조금 사라졌지만, 예전엔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아예 집에 들어가면 핸폰을 껐다고 하네요.

그정도로 충실하게 살았던 건 사실이에요.

바보 아들때문에 친구도 몽땅 끊었데요.

스스로 어울리지 못했던 거죠. 누가 뭐라 안하는데도 왠지 친구들이 자기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생각한 거죠.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튼 뭔가 일그러지기 시작했어요. 그 사람이 미워졌죠. 너무너무 싫었어요.

백번도 넘게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럴때면 그러자라고 호응해줬어요. 금강경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달래고 한다네요.

물론 잘 살고 있죠. 술마시면 아니었어요. 죽을 것 처럼 아파했어요. 남자들은 헤어지면 술마신다는 말이 공감되었죠.

이해 안가는 부분이 뭐냐구요?

마누라가 이젠 장학관이에요. 전 성공에 여념이 없기 때문에 관심 밖이지만.

그래서 항상 바빠요. 근데++ 자기집만 가면 전화 한 통 할 줄 몰라요. 그런 사람이 미치도록 여자를 사랑하는 겁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말 미치도록 사랑한다면 잘 있니? 하고 전화 정도는 해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죠.

이젠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지만, 그런 사람에게도 사랑이 존재하는 건가요?

같은 남자로서 이해가 된가요?

물론 제 남편에게 호되게 당했죠. 다시 한 번 우리 마누라와 만나면 너 직장 그만 둘거 각오해라 라구요.

그러고도 3년 이상 더 만났죠. 사랑과 만남은 별개인가요?

아주 아주 현실적인 그 남자가 전 미웠어요. 정말 미치도록 싫었죠. 그런데도 만났어요. 전화하고 메일 쓰고.

그러는 제가 너무 미워 죽는 줄 알았어요. 왜, 왜? 난 딱부러지게 끊지 못하고 질질 행동하냐구요?

이럴 때 제가 남편을 좀 더 사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아무리 여자들이 많아도 그 남자를 대신 할 수 없었어요.

그 남잔 성격 하나는 끝내주게 좋거든요. 정말 여자를 편안하게 해줬어요. 제아무리 미운 소릴 해도 다 들어줬어요.

아마 제가 버릇없이 구는 건 그 남자에 했던 습성때문일수도 있어요. 변명이라고 해도.

그렇게 변덕을 부려도 한번도 천방지축이다 제가 싫어할 소린 한 번도 안했어요. 항상 칭찬만 해줬어요.

꿈을 키워줬죠. 너느 뭐든 잘해. 정말 열정적이야. 넌 다 해낼 수 있어. 이렇게 말이죠.

그래면 저는 신이 나 더 잘했어요. 솔직히 그 친구보다 제가 더 능력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같이 시작하면 제가 더 나았으니까요.

아무리 약올려도 속으론 울었을지 몰라도 겉으론 웃었어요.

그런데 왜, ++(그 친구집이 ++임) 만 가면 연락을 한 번도 안하죠? 오직 가정에 충실했어요.

그런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나요? 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안그래요? 샘!!

같은 남자로서 말해봐요.

저, 이젠 남자들을 좋아할 수 없어요. 질려버렸다고 해야하나?

그냥 질렸어요. 사랑은 적어도 의지와는 다르게 감정에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성으로만 어찌 사랑할 수 있겠어요?

아마 괴테가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살았다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쓰지 못했겠죠?

늦었지만, 그 친구 말처럼 ' 이 세상 가장 너를 사랑했다' 이 말을 믿을까요?

하긴 헤어지겠다고 하면 술이 떡이되가지고도 택시로 달려왔었죠.

여자는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하지만, 남자는 술을 마신다라는 노랫가사가 맞는가요?

아무튼 사랑은 아픈 거였어요. 그토록 싫어했던 남자를 30년이 지나 사랑하게 될 줄을 어찌 알았겠어요?

고약한 인생이죠.

샘은 이제 친구의 시작인가요? 이해해주세요. 조금은 궁금했어요. 남자들의 심리가.

아무리 소설을 많이 읽어도 제 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어요.

이해가 불가능한.

사랑해본 사나이로서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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