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스위스-이태리-두바이여행 에필로그
뜨건 한낮은 피하자고 10시쯤 두바이 쇼핑몰산책에 나선 우린 호텔과 골프장과 맨션단지가 어우른 야자나무숲의 초원지대 산책길을 택했다. 야자나무숲을 애무하는 듯한 바람결은 후끈하긴 해도 상쾌하다. 두바이의 4월~10월은 낮 평균기온이 40°C, 밤 기온도 30°C를 넘나드는 혹서의 관광비수기란다. 암튼 쾌적한 리조트숲길에도, 골프필드에도 사람그림자도 안 보인다. 해도 호텔식당은 붑비고 풀장의 쉼터 - 긴의자는 빈자리가 없다.
우리네 겨울철인 11월에서 3월까지는 관광객들로 미어터져 비싼 물가가 천정을 쑤신단다. 리조트단지를 벗어나 쇼핑몰을 찾아가는데 빤히 보이는 건물이 도로공사(?)로 막혀 우회로 찾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어쩌다 눈에 띈 주민에게 물어봐야 동문서답이었다. 두바이는 개발속도가 빨라 행정이 늘 버스 떠난 뒷북 울리기 십상이란다. 지명주소가 불확실한 채 개발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여 낭패볼 때가 많다고 했다.
주차장이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자동차들은 대게 고급승용차인데 우리국산차는 안보여 속상했다. 오일달러로 벼락부자 된 졸부들이 현대`기아차는 후지다(?)고 여기는 걸까? 하긴 두바이경찰청이 2013년 신규경찰차를 구입했는데 BMW M6그란쿠페, 벤츠SLS AMG, 페라리FF, 람보르기니, 브라부스G700 등의 최고급 차였다. 범법자들이 시속300km이상으로 달아나는 슈퍼폴리스카를 검거하기 위해서란 뒷얘기도 있다.
어제 사막사파리투어를 오갈 때 44번 - 66번 고속도로에서 우리가 탄 SUV승합차가 시속100km를 유지하는데 번개처럼 추월하며 내달리는 승용차가 빈번했다. 사막을 가르는 일직선의 고속도로는 끝이 없어 U턴할 곳이 없지 싶었는데 인터체인지도 감감했다. 공항근처엔 억대 급의 고급승용차가 먼지 뒤집어쓴 채 버려진 게 많단다. 두바이가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로 통하는 항공거점이라 세계굴지의 기업들과 오너들이 몰려든다. 그들 거부들이 얼마간 굴리기 위해 승용차를 구입한 것들이다.
두바이는 비교적 관세가 싸서 승용차를 구매해 사용하다가 귀국 때는 엄청난 항공료를 지불해야해 방치된 거란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승용차는 방치된 채로 정부에서 함부로 처리할 수도 없는 까닭은 개인소유품이라 골치덩어리라나? 자동차 부품이 원유를 정제하여 얻는 게 많다. 자동차방치 내지 폐차수순은 원유사용을 부추기는 셈일 것이다. 동시에 두바인에선 자동차가 많이 팔릴수록 좋을 테다. 난 쇼핑몰에서 Fadeout크림을 6개 샀다. 내피부에 맞나싶고 인터넷직구입보다 훨씬 싼 개당12,000원이었다.
나의 사진 찍는 버릇은 어쩜 병적(?)이다. 후기를 쓰려면 오늘 체감했던 정경을 기억해야 하고, 그때그때 찍은 사진은 내게 현장감을 떠올려주기 땜이다. 그렇다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게 돼 가급적 인물사진은 삼간다. 근데 오늘 쥬니가 두바이에선 각별히 조심하란다. 공공사진은 찍지 말란다. 당국의 적발로 감당해야하는 봉변은 상상이외란 거였다. 이슬람율법은 엄격하다.
두바이 전철은 중앙선을 기준으로 여성칸과 혼성칸으로 구분이 된다. 또한 전철에서 음식물 음용을 금하고, 남자가 여자칸에서 얼쩡대다 걸리면 엄격한 율법무장한 경찰들한테 끌려갈 수도 있단다. 두바이에서 이성간의 스킨십은 범죄행위이고, 부부라도 공공장소에서의 키스 등의 애정행위는 벌금형이란다. 길거리에서 연주하거나 춤추고 노랠 부르는 버스킹도 벌금형이다.
구걸행위도 범죄다. 경고나 훈방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임의동행으로 경찰서에 끌고 가서 벌금형에 처한다. 외국인이라고, 관광객이라고 봐주는 게 없단다. 그들은 안전한 사회질서를 위해 엄격한 규율을 지키도록 교육받는다. 하지만 그렇게 엄격해도 인신매매와 매춘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했다. 오일머니와 관광수입으로 돈은 넘쳐나는 땜일 것이다.
주변의 이슬람국가들이 엄하게 규율하는 신앙생활에서 해방구를 찾아 탈출한 사람들과 서방의 한량들이 성매매에 느슨한 두바이를 찾고 있기 땜이란다. 같은 이슬람권에서 두바이는 왜일까? 급속한 발전에 행정력이 미처 따르질 못하고, 넘치는 오일머니는 주변국들의 싸구려 노동자의 유입으로 하인문화가 번성하는 땜이란다.
상류지배계급 부자들은 넘치는 오일머니로 한 달에 1000디르함(약30만원)으로 성인노동자를 하인으로 고용한다. 하물며 미성년자의 열악한 취업과 성매매를 상상하기 어렵잖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이집트출신 인부들의 평균 일당은 5달러, 12시간씩 2교대 근무로 두바이의 산업건설과 환경청소를 견인한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허드렛일도 인도계여성이 전담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행운녀일까?
17일간의 여정을 두바이에서 마치고 밤11시발 에미레이트 항공편으로 서울을 향했다. 올 때와는 달리 한국적여승무원들 세 분이 서비스를 해 반가웠다. 코로나팬데믹 전에는 대한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이 하루 한편씩 운행했는데 코로나19로 지금은 에미레이트항공만 운행 중이란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서도 밤11시에 출발, 두바이에 도착해서 오전과 오후 유럽행 비행기에 환승케 한다.
빨리 대한항공도 두바이 직행편을 정상화하여 중동과 아프리카와 유럽승객의 환승에 기여했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두바이를 떠날 때 스위스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휴대폰보상절차가 마무리 돼 금명간 보험금을 지불하기로 결정됐다는 통보였다. 쾌재를 외치며 싱글벙글 감격했다. 아니 스위스보험사를 불신한 기우(杞憂)가 부끄럽고 계면쩍었다. 우물안의 개구리는 어쩔 수가 없지 싶었다.
스위스는 확실히 신뢰할 만한 선진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계인들에게 심는 그들의 신뢰감과 도덕성은 자원빈국인 스위스가 풍요의 낙원이 되는 반석이 됐을 것이다. 스위스정부를 믿기에 세계의 금융인들이 돈을 맡기면서 상거래를 할 것이다. 물가가 비싸도 쾌적한 환경과 철저한 시간관념의 저변속에 신용을 밑천으로 이윤을 챙겨 부국을 이뤘을 것이다. 최소국 스위스가 열강 한 가운데서 영세중립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비결을 그들은 자각했던 바다. 쥬니 말이 맞았다.
‘불확실하다고 여기는 경우엔 어떻게 해서든 신뢰의 교감을 공유해야 한다.’고-. 불안해하는 울`부부를 진정시켰던 쥬니의 세상을 살아가는 견해가 대견했다. 상호불신은 불행을 초래하기 마련이라. 그 순간에 나는 우쭐해져 합리화변을 토했다. “내가 운이 좋아 새 휴대폰이 공짜로 생긴 거다.”라고. 그나저나 우리나라라면 종업원의 실수로 입은 100만원의 손실금을 주인은 어찌했을까? 얼른 답이 떠오르질 안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통감한 건 쓰레기 없는 깨끗한 도시환경이었다. 일회용품 안 쓰고, 비닐 내지 스티로폼제품을 안 쓰는 생활이였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 예방을 위한 고육지책이 일상에 철저히 습관화 된 거였다. 유원지나 공원, 공공장소의 휴게실이 늘 만원이지만 쓰레기통은 넘치질 않는다. 일회용품과 비닐제품을 사용치 안해서다. 근디 희한한 건 흡연인구가 우리보다 더 많아 보이는데도 담배꽁초가 안 보이는 거였다. 혹 휴대용꽁초통을 갖고 다니는걸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지하철통풍구도 불결하지 않했다
대로변이나 골목길의 쓰레기통이 넘쳐나는 걸 본 적이 없다. 일회용품 사용 안하고 분리수거 철저해서일 것이다. 어떤 날은 종이류를 차곡차곡 사각형으로 쌓아 종이끈으로 묶어 집앞에 내놓은 걸 봤다. 구겨진 폐지도 반듯하게 펴서 묶었다. 재활용품 수거날인가 싶었다. 나의 조그만한 수고로움이 쓰레기처치에 드는 세금을 절약하고, 사회를 밝게 하는 공익의 첫걸음이란 걸 실천하는 거였다. 공익의 수혜를 즐기는 일상! 감탄했다. 절대 어렵지 않은 일을 우리는 왜 못하고 있는지? 일회용품 사용금지정책을 입안해 놓고도 실행을 차일피일 미루는 우리정부의 태만을 규탄해야 한다.
서울`경기지역 쓰레기매립지 수명이 명년에 끝난다던가? 쓰레기전쟁 대란이 코앞에 다가오고 환경오염이 야기한 기후재앙은 더욱 빈번해 지잖은가? 우리나라와 스위스는 자원빈국이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축복 받는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행복은 어떻게 해서 유지되는 지를 실천하는 삶 - 그들이 진정한 의식(意識)선진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취리히에서 10일간을 머물면서 실감한 건 우리도 그들처럼 살면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취리히시민들의 이웃과 사회를 배려하는 자기관리의 삶은 우리들의 금과옥조다.
취리히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생각을 떨치지 못한 유학생 두 분이 졸업 후 취리히에 주저앉아, 지금은 자수성가하여 밝은 한국인상을 스위스에 심는 민간외교관(?)의 삶에 감동했다. 20~30년간 심신 불살라 스위스인들 속에 한류를 뿌리내려 매료시킨 자긍심에 일부 정치인들이 지각없는 언행으로 눈총 받지 않았음 좋겠단 하소연도 가슴 쓰렸다. 쪽팔리는 짓으로 애먼 교민들이 쪽팔려서야 되겠나! '정치인이 국민(교포)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들을 걱정하는 나라꼴이 돼선 안된다.' 고 어느 교포가 고언했었다. 202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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