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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북한산둘레길1~4구간

북한산둘레길1~4구간

덕수궁 초록숲위로 가을의 서기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듯한 여름끝자락의 폭염을 피한답시고 아내와 북한산둘레길1~4구간을 트레킹했다. 북한산둘레길은 등고가 심하지 않는 숲길이라서 피서트레킹으론 딱이란 생각에서였다. 우이역에서 우이천을 역류하여 북한산둘레길1~4구역의 북한산생태숲 솔샘터널까지의 여섯시간의 산책은 올 여름이 울`부부에게 선사한 청량한 사이다였다. 

# 4구간 - 솔샘길 2.1km (북함산생태숲~정릉주차장)

솔샘터널 앞 빨래골공원지킴터

찔금찔금 흐르는 우이천의 원앙(鴛鴦)새는 겨울철새이지만 텃새가 되어 수유리 우이천변에서 사철 내내 볼 수 있다. 수컷의 아름다운 장식깃은 짝짖기가 끝나선지 떨어져나가 암컷과 비슷해졌고 부리가 암컷보다 더 붉은색을 띈다. 놈들은 산책객들과 공존의 스릴을 즐기기라도 하는듯 가까이 다가서도 본채만채 지들끼리 금슬자랑에 빠졌다. 우리들처럼 살아가라는 듯!

북한산들레길1~4코스엔 자연석계단이 많다. 등산로계단을 이렇게 만듦 얼마나 좋을꼬! 자연보호에 유지비도 훨씬 적게든다

놈들은 4~8월에 알을 낳아 한달정도 품어 부화시키니 숲 어딘가에 새끼들도 있을 테다. 숲이 있는 못가에 살면서 높은 돌담틈새나 근처 활엽수 옹두라지구멍에서 키운 새끼들이 이소(離巢)하려 고공낙하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TV에서 보며 가슴 조이던 순간이 아롱진다. 깃털투성이가 부상 없이 착지(着地)하여 애미의 소리방향으로 달려가는 본능은 흡사 서커스 한 씬 같다. 

자연석 대신 보도블럭을 사용해도 데크길보단 여러모로 낫다

곤충류와 작은 민물고기, 수생식물뿌리와 풀씨앗, 나무열매 중 도토리를 즐겨 먹는다는 원앙새 앞에서 가을에 도토리 줍던 나는 그들의 밥을 빼앗았던 얌체였다. 울`부부는 도토리 줍기는 더는 않기로 했다. 우이분소를 지나 손병희선생과 이용문장군 묘소 앞을 지난다. 쓰르람~쓰르람~ 매미들의 합창이 짙은 녹음틈새기를 빠져 하늘을 향한다. 파란 하늘이 훨씬 더 멀어졌나 싶었다.   

▲빨래터계곡. 산 아래 동네시민들이 빨래나들이로 한나절을 즐겼을 테다▼

# 3구간 - 흰구름길 4.1km (북한산생태 숲 앞~ 이준열사묘소 앞)

솔밭공원

가뭄으로 골짝의 웅덩이물이 흐릿하다. 소귀천이나 구천계곡의 바위를 뛰어넘어 흐르는 청정수의 아리아가 그립다. 이끼 낀 웅덩이 속에 어떤 물고기가 살까? 문득 가물치 생각이 났다. 가물치는 수천 개의 알을 낳은 후 바로 실명(失明)하여 먹이활동을 할 수가 없어 아사지경에 이른단다. 근디 그때 부화된 수천마리의 새끼들이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 입으로 들어가 먹이가 되어 어미의 생명을 소생시키면서 시력도 되살린다. 

구천계곡의 웅덩이

그렇게 어미를 살리고 살아남은 새끼들은 채 10%도 안 된다. 하찮은 미물의 효자의 생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반면에 어미를 죽임으로써 사는 우렁이새끼의 삶은 살벌하다. 우렁이는 자기 몸 안에 40-100개의 알을 낳아 치어로 부화시킨다. 치어들은 제 어미의 살을 뜯어먹으며 성장한다. 어미는 결국 빈껍질만 남기고 사라진다. 새끼의 먹이로 한 점 살도 남기지 않고 죽는 우렁이와 어미를 살리려 먹이로 죽는 가물치 치어의 생존의 섭리를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솔밭공원연못
혹서에 그을린 녹음 위로 한층 높아진 파란하늘과 뭉개구름   
구름전망대. 코로나19로 출입금지다
화계사, 대웅전 뒤뜰에서 춘성스님 다비식이 열렸다. 국제선원으로도 유명하다
흰구름길 입구(좌)와 화계사 진입로

# 2구간 - 순례길 2.3km (이준열사묘소~솔밭근린공원)

순례길골짝엔 분위기 좋은 음식점도 많다
광복군합동묘역
이준열사(상), 김병로 대법원장 묘소(하)

뱁새(붉은머리 오목눈이) 한 쌍이 잔챙이 푸나무 숲에서 오두방정을 떨고 있다. 가을 문턱에서 저리 재잘거리는 건 아마 놈들은 땡볕 여름에 지 새끼들을 탈 없이 키워냈지 싶었다. 몸집이 작아 귀엽고 깜찍한 순둥이 뱁새는 이따금 뻐꾸기의 탁란(托卵)에 감쪽같이 속아 한 해의 자식농사를 뻐꾸기한테 헌납하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숭떨고 있어서다.

뱁새둥지의 큰 알이 뻐꾸기알, 먼저 부화한 뻐꾸기새끼가 먹이를 독식하며 뱁새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데도 속수무책인 뱁새

뱁새 부부에겐 분통 터질 일이지만 그들의 한 해 희생으로 뻐꾸기의 혈통이 지속되는 셈이니 결코 억울해 할 일만은 아니지싶다. 되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훈장 받아야 할 뱁새부부다. 얄미운 건 죽자 살자 키워준 뻐꾸기새끼가 동남아에서 월동하고 명년5월경에 필히 지가 태어난 곳을 찾는 귀소본능과 뱁새한테 똑 같은 짓을 한다는 기생번식이다. 작년에 지를 키워준 양부모뱁새네 식구들한텐 한 번으로 끝냈으면 좋으련만~!

국립통일교육원
토치카도 흔적을 남기고~
 ▲너랑나랑우리랑 4.19전망대(둘레길스탬프도 찍는다)에서 조망한 국립4.19민주묘지는 또 다른 멋진 풍경을 이룬다▼

# 1구간 - 소나무숲길3.1km (우이령길입구~솔밭근린공원)

바위에 새긴 궁금장(宮禁場)은 한양도성 10리 안의 소나무벌채와 묘소 쓰는 걸 금지한다는 표식. 조선 후기 도성안의 인구증가로 산림훼손이 심하자 조정에서 실시한 방지책으로 사산금표(四山禁標)를 실시했다

블랙록(BlackRock)은 미국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로 운용자산(AUM)이 무려 한화1경원에 이른다.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유수의 대기업주식을 5%쯤 소유하고 있는 블랙록의 임원(한국에 살고있는) 한 분을 알고 있는데 그 분의 검소함과 배려의 삶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귀감이지 싶다. 그 분은 비즈니스 시간 외의 일정은 대게 서민층과의 교류에 올인 하려든다.

우리나라 서민들의 전통의식의 저변과 고유문화를 체감하려는 소신이지 싶다. 그런 현지체험이 비즈니스성공에 기여한다는 걸 통찰함일 것이다. 그 분은 그렇게 서민들과 접촉에서 어려운 이웃과 친숙해지고 신뢰가 쌓이면 아낌없이 후원한다. 지인들 중에 코로나팬데믹으로 어려운 가게에 들려 후원한다. 비지니스로 알게 된 기업체 임원들과의 사적인 교류보단 평범한 시민들과의 시간을 더 선호하나 싶다.

순국선열들 묘지를 잇는 섶다리는 소나무,참나무,물푸레나무 등을 엮어 만들어 운치가 있었는데 데크를 깔았다

그 분은 자신의 자가용운전사를 끔찍이 살피는데 퇴역한 분에게 명절 때 금 일 봉을 꼭 챙겨 송금한다. 그 중엔 고인이 된 분도 있는데 시골에 사는 고인의 부인은 텃밭에서 생산한 과일로 답례한다. 그 과일을 울`집에 선물하여 감동먹게 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어느 해 명절 아침식사를 호텔에서 같이 할 적에 그분은 마주치는 종업원들에게 일일이 봉투 하나씩을 주고 있었다. 가장 편하고 낮은 자세로 친척자매처럼 격의 없이 대면하니 종업원들이 감동먹지 않고 배기겠는가!

보광사. 금강산에서 수도한 원담스님이 신원사로 창건한 절은 6.25때 소실돼 1979년 정일스님이 중창 둘레길 쉼터역활도 한다 

 그 분을 대하는 종업원들의 태도는 일반손님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그래 그 분이 받는 호텔서비스는 친밀감과 인정이 물씬 배어난다. 걸친 옷가지도 거의가 몇 만 원짜리 길거리세일품이다. 비즈니스무대가 호텔이기에 상류사회삶이 몸에 배었을 텐데 상류족인척하는 것조차 경원하는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글로벌신사다. 나의 삶이 얼마나 위선과 물욕에 매몰된 근시안적인 초라한 삶이었던가를 성찰케 하는 분이다.

존경심은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존경은 진솔한 인정의 교류에서 자생하는 신뢰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울`식구들은 그 분을 알고 지낸다는 사실만으로도 행운이다. 광복절연휴에 울`집에서 저녁 한 끼를 같이 하기로 쾌히 응해준 그 분께 감사한다. 금년의 지겨운 혹서를 우린 그 분과 함께 유쾌하게 피날레를 하게 된 게다. 북한산둘레길 트레킹은 금년여름 피날레의 서곡인 셈이다.        2021. 0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