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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투병 중의 상사화

상사화 (相思花)



몇 날 며칠동안 목을 그 가는 모가지를 빼고 있었을까요

얼마나 그리웠으면

얼마나 사무쳤으면

애달픈 보고 싶음 이였을까요

뽀송한 연둣빛 모가지를 여섯 개나 쭉

빼고 꼿꼿이 빼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깜박 했지요

문득 몹쓸 병마에 병원에 정신 팔다

염천 여름에 까마득히 잊었지요.

돌아 온 담날

두 자쯤 뺀 연둣빛 모가지가

빨간혀를 말아 내밀었습니다

진홍 여섯 개를

그리움을, 보고 품을말아서

이틀 밤을 새우고

빨간 혀 서른여섯 개가 다 나오기도

전 오므린 혀는 펴기 시작했습니다

아닙니다. 연분홍 이파리로 갈라졌습니다

여섯 꽃잎은 무예 부끄러워 웃다말고

내외하다 여섯 수술을 앞세우네요

연분홍 웃음 속엔 사무친

그리움이 수술 끝에 매달렸네요

긴 암술엔 그리움이 없습니다

어차피 한 평생을 애타다 살 바엔--- .


난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6개의 모가지에 6개의 꽃잎과 꽃술 없는 6개의 암술

‘오-멘’의 ‘666’이

그건 투병 중인 나의 가위어진 심력 탓이겠지요

간사한 집착이겠지요

상사화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내내 내후년에도

진초록 이파리를, 자기를 키운 이파리를 보러 모가지를 길게 뺄 겁니다.

내가 관심을 저버리지 않음

2010. 08. 16

^^** 몇년 전 불갑산 상사화 마실에서 강제입양(?)시킨 그가 그때 피붙이들과 헤어졌던 아픔을 난 생각도 못했었다.

이별의 아픔도 병들어 아픔 못잖을 텐데-

숙명적인 태생의 아픔까지 감당해야 할 상사화를 마주하며 인간의 천박한 속성이란 게 겪어봐야 뭘 안다는

우둔함이 이제 날 깨우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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