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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불곡산(佛谷山)은 심벌바위 전시장?

불곡산(佛谷山)은 심벌바위 전시장?

대동여지도에 '양주의 진산'이라 기록 된 불곡산은 기암괴석으로 연봉을 이뤄 북한산의 한 자락을 떼어놓은 듯싶다. 기암들을 쌓아 상봉, 상투봉, 임꺽정봉을 솟구치고, 깊고 가파른 요철능선엔 멋들어진 괴송(怪松)을 붙든 채 기상천외한 동물과 심벌들을 건사하고 있다. 특히 악어능선을 비롯한 암릉들은 산님들을 오금 절이게 하는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이 얼마나 단순하고 어려운 일인가를 불곡산은 실증시켜주나 싶게 매력적인 산이란 걸 공감케 했다.

마애삼불상 - 아미타불(중앙),관세음보살입상(좌),대세지보살입상(우)

열시 반, 백화암(白華庵)골짝에 들어섰다. 숲을 뚫는 포장길은 가파르다. 신라시대 도선(道詵)국사가 창건한 ‘불곡사(佛谷寺)’는 임난 때 소실, 그 후 중건된 절은 6.25때 전소되어 절 입구의 5백 여살 된 귀목이 비운의 사찰을 상징하고 있다. 귀목 옆의 식별이 어려운 비석은 1841년 양주목사 서염순(徐念淳)의 선정비란다. 인적 없는 경내를 훑곤 마애삼존불을 찾아 숲길을 오른다.

백화암대웅전과 500살귀목

거대한 암벽에 조성한 아미타여래좌상, 관음보살입상, 대세지보살입상이 유난히 하해서 압권이다. 양주시가지가 갸웃대는 마애불 앞에서 한참을 뭉그적댔다. 근디 정상을 오르는 길이 없다. 아까 절 옆에 다른 희미한 골짝길이 있었는데 그게 등산길이었던가 보다. 하산하여 그 길에 들어서야 할 것 같았다. 백화암입구에서부터 줄곧 한 시간여를 사람그림자도 못 봤으니 감으로 등산로를 오른다. 바위너덜길이 여간 빡세다.

불곡산상봉

드뎌 능선 철다리에 올라서자 산님들 인기척이 들렸다. 불곡산정을 향한다. 영접 나온 바위들이 세를 이루고, 마실을 이루더니 기똥찬 소나무들까지 동반하여 나를 맞는다. 글면서 8개의 심벌바위들 사진을 걸어놓고 보물찾기(?)하란 듯싶었다. 상봉을 오른다. 밧줄을 잡고, 가이드라인에 의지하다, 네 발로 기면서 암릉을 오르면 다시 깊은 낭떠러지로 미끄럼 타는 바위타기 곡예 맛은 스릴과 긴장 그리고 펼쳐지는 멋진 풍광이 보상하는 거였다.

팽귄바위와 쌍둥이 커플송

그 숨 막히는 긴장과 스릴, 기막힌 풍경에 취하다보면 심벌바위 찾기를 지나칠 때가 있다. 난 생쥐를 건너뛴 통에 되돌아와서 5m쯤 될 직각사다리를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유격훈련까지 해야 했다. 알량한 생쥐 보려고 한 고생을 아내한테도 했음 반찬 하나를 더 보탰을 테다. 상투봉을 밟고 임꺽정봉을 향한다.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다시 가파른 암벽타기를 해야하는 임꺽정봉은 멋있게 솟구쳤다. 

임꺽정이란 도적이 3년 동안이나 활거 할 수 있게 한 체력과 담력을 불곡산이 선물했지 싶었다. 그의 태생지가 저 아래 백화암 계곡의 유양동이라 얼마나 불곡산정을 오르고 내렸을 텐가!  임꺽정의 생가 터에는 ‘임꺽정 생가보존비’가 있고 그 골짝을 청송(靑松)골이라고도 한다. 그가 이 바위산을 놀이터로 삼았을 테니 감악산과 불곡산, 구월산속에서 신출귀몰하며 뒤쫓는 관군을 엿 먹히곤 했을 테다.

물개바위

그는 애초에 키버들로 바구니나 키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파는 유기장(柳器匠) 고리백정이었다. 1559년 황해도 구월산에서 시작한 도적질은 1562년 1월 관군에 체포돼 막을 내렸다. 임꺽정의 아내도 석달 전에 끌려가서 형조소속의 종으로 생을 마감한다. 홍길동·장길산과 더불어 조선의 3대도적이라 부른 임꺽정을 의적이라 부른 건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뺏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줘서다.

조선조 초기부터 시행된 직전법이 폐기되자 관료들이 토지를 온갖 불법으로 취득하여 농민의 생활이 피폐해졌다. 게다가 윤원형의 외척세력이 왕권을 장악하여 부패한 조정은 민란을 자초한 꼴이 됐던 참이라 임꺽정의 난은 외척세력을 청소하여 왕권을 바로잡는 공헌도 한 셈이다. 뚱딴지소리지만 일부공무원들이 기밀을 이용 땅 투기를 한 작금의 부패행위가 16세기 조선조관료들을 연상게 한다. 발본색원하고 입법하여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코끼리바위

다시 하산하여 악어능선을 탔다. 하강코스인 악어능선은 초보자에겐 엄청 위험한 코스인데 금년에 산행을 시작한 초보 여산님은 겁 없이 도전하고 있어 나를 조마조마하게 했다. 산행이 일상탈출의 일심에 드는 즐거움과 고행 후에 오는 가뿐한 쾌재는 일상에서 얻기 힘든 행복이라고 ‘산행애찬론’을 펴기도 했다. 잠시 동행하면서 진정한 산님의 품성을 엿보게 했다.

악어바위

여러 심벌들을 숨겨놓은 악어능선코스는 보물찾기하는 즐거움에 위험을 거뜬히 감수하게 한다. 불곡산을 불국산(佛國山)으로 '양주목지도'에 기록된 건 겨울에 회양목이 붉게 물든 땜이란 데 지금은 진달래가 그 몫을 한단다. 불곡산의 아기자기한 멋은 산 마니아들한테만 회자 된 숨은 진산이었다. 바위마실 하나 넘으면 다가서는 진풍경의 맛의 연속에 심취하여 다섯 시간의 고행이 사뭇 즐거웠다. 5월, 진달래가 만발하면 빨갛게 불타는 불곡산의 황홀경에 취하러 와야겠다.  2021. 03. 09

▲삼단바위 & 필자▼
남근바위
쿠션바위
배짱이바위
상투봉을 배경으로
백화암입구 바위에 곰팡이그림 (좌측 아래 그림을 확대) 
백화암 음각(어떤 보살부부가 시주한 바위석)
백화암의 500살 느티나무와 양주목사 서염순의 선정비
대웅전
원통전과 다로정
 다로정 우물은 옛 우리집 샘을 연상케 해 잠시 노스탈지어가 됐다
마애삼존불조성비각과 계단
▲마애삼존불▼
마애삼존불 앞서 조망한 양주시가
바위와 소나무의 연애질은 불곡산에서도 난잡하다
임꺽정봉에서 뻗어내린 악어능선
물개바위
촉석루암벽
상투봉에서조망한 임꺽정봉과 악어능선
생쥐바위, 잘 생기지도 못한 놈을 그냥 지나쳐 되돌아와 수직사다리를 타고 대면했다
궁뎅이 바위
철모바위
상투봉을 배경 삼은 필자, 오늘은 인증샷 행운도 따랐다 
물개바위
임꺽정봉 정상
공기돌바위
코끼리바위
악어능선코스의 바위타기는 스릴 만점이다
악어대가리
삼단바위
삼단바위 앞의 초보산님
복주머니바위 앞의 필자
쿠션바위
리기다소나무의 옹두라지 문신

# 오늘의 코스 ; 백화암-마애삼존불-철다리-불곡산정상-사투봉-임꺽정봉-악어능선-유앙동(임꺽정생가골) = 5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