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걸어가는 길 - 산행기

안산자락길 유감?

 안산자락길 유감?

서대문구민들에게 허파노릇을 하며, 자질구레한 일상의 찌꺼기를 짊어지고 와 내려놓아도 암소리 않고 품는 안산에 초록숲길이 있다는 걸 어제 알아 오늘도 그의 넉넉한 품을 파고든다.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는 가을이어서가 아니라 이틀간 안산을 헤집으며 서울 중심부에 이렇게 앙증맞고 멋있는 산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무악재란 놈 탓에 인왕산과 생이별해야한 골산안산은 고작 해발 300m도 못되는 우듬지에 봉수대를 쌓고 한강 안의 사대문 안을 거의 조망한다. 다양한 식생들이 아우른 산록엔 가을이 빨·주·노·파 물감을 흩뿌려 쪼그라든 서울사람들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하고, 넘치는 석간수는 활명수로 속내까지 정화시키는 거였다.

별 볼일 없단 아카시아도 울퉁불퉁 덩치와 키를 키워 하늘높이 노란 손수건을 흔들어대니 그 아래서 빨갛게 타는 벚나무불꽃이 무섭게 맹렬한다. 아그작 대는 소나무 옆에서 자작나무는 벌써 푸른 옷을 다 벗어던지고 다닥다닥 낀 서울먼지 떼어내 하얗게 단장하느라 피부가 거지발싸개가 됐다.

파란 하늘은 무섭게 달려드는 소나무송곳들을 피하려고 구름 한쪽을 떼어와 방패삼는다. 청설모가 바삐 쏘다니는데 저 아래 잣나무숲 테니스장에선 라켓으로 가을을 낚느라 가을사냥꾼들이 한가롭다. 모두 다  안산 허리께인 초록숲길(8km남짓)을 더듬으며 즐기는 호사다.

뿐이랴, 인왕과 북악 그리고 남산과 관악이 병풍처럼 휘두른 시가지는 회색빌딩숲을 이뤄 서울이 세계에서 자연 속에 파묻힌 가장 아름다운 수도란 걸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철딱서니 없는 서대문구청이 지금 하는 토목공사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안산초록숲길은 포장과 비포장도로, 그리고 벼랑엔 철골·나무데크로 이미 폭넓게 조성 돼 있어 그만큼 만으로도 훌륭(?)했다. 정작 우리가 신경써야할 일은 산 정상을 향하는 능선과 초록숲길 사이에 난 무수한 샛길을 필요한 몇 군데만 빼곤, 출입통제를 시키며 안산의 황폐화를 하루빨리 막아야하는 일이다.

하여 필요한 건 샛길통제를 위한 가이드라인 민들기와 안산보호계몽이란 생각이 들었다. 헌대 서대문구청은 자락길을 만들고 그 길에서 산 정상을 잇는 능선과 연결하여 능선길까지도  ‘무장애길’로 만드느라 여러 곳에서 산을 파헤치고 나무를 베고 철골을 세우며 나무데크를 까느라 분주했다.

이름하여 ‘무장애안산자락길 만들기’란 거다. 말하자면 산책로를, 트레킹코스를 계단이나 어떤 장애물도 없는 아우토반고속도로같이 만들겠다는 거다. 높이 1m의 경사로를 오르기 위해 Z자 길을 몇 번씩 겹치는지?  그래 산은 얼마나 망가지는지? 한탄이 절로 났다.

허나 어쩌랴, 11월13일엔가 준공식을 화려하게 펼치기 위해 서두는 게 여실한데---. 서대문구청장이 정말 애국자라면 지금 공사 중단과 동시에 원상복구 시키는 게다. 산님들이 계단 몇 개 밟으면 올라갈 코스를 사하라사막독사 꼬듯이 한 Z자 겹길을 부러 아니면 걸을 리가 없다.  나중엔 샛길만 더 생기는 거다. 

근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ACC방부목재로 도배한 자락길을 만들다니? 안산은, 산은, 자연은 도대체 누구의 것일까? 산은 내 것도 아니고, 우리의 것도 아니기에 행정기관의 것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산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대대로 이어갈 우리의 후손들의 것인 것이다.

우린 산의 주인인 후예들을 위해 잠시 맡아 관리할 의무만 있는 것이다. 서대문구청장은 우리들로부터 관리를 위임받은 머슴에 불과하다. 서대문구청장이 누구며 뭣 땜에 안산에 ‘고속도로’를 만드는지는 몰라도 산과 자연과 후손에게 중죄를 범하고 있는 짓이다.

자락길고속도로가 장애인(그실 몇 분이나 휠체어를 끌고 지그제그 길을 힘들게 오를진 모르나)에게 필요한 거라면 거기에 소요되는 엄청난 공사비를 기금으로 적립하여 거기서 발생하는 이윤을 장애인들과 안산보호에 쓰는 비용으로 사용하면 효율적이겠다. 임기 중에 생색내려다가 만고에 안산파괴범으로 낙인 찍힐지 모른다. 

죄도 안 짓고, 기금으로 안산보호 일자리도 만들고, 세금도 절세하는 진정한 애국의 길이란 걸 비단 나 혼자만의 주장은 아닐 테다. 자연은 한 번 망가지면 우리의 손`손자들 때나 복구 된다는 사실을 서대문구청장은 알고 있을 텐데?  참으로 황당하다.

어쩌다 시골촌놈이 알게 된 안산!  똑똑한 서울사람들은 부자 되려 이따윈 관심 없는 걸까? 조성중인 무장애길 중  메타쉐콰이어숲 단지의 '숲속의 무대'가 있는 나무데크길 조성은 좋았단 생각이 들었다.  

너와집 휴게소부터 석천약수터까지의 메타세콰이어숲과 잣나무, 삼나무, 소나무, 벗나무, 노각나무가 단지를 이뤄 그 울창한 산림지대를 가로질러 걷는 행복은 좀채 얻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그 다양한 숲속을 걸으며 자연에 동화되는 충만은 도시인들이 좀채  맛볼 수 없을테니 말이다. 더구나 '숲속의 무대'에서 잠시 머물며 사유의 기쁨이 어떤 건가를 체감할 수 있을 것 같아 휴식처로써 최상 이었다. 

특히  안산 남쪽에 자리한 천년 고찰 봉원사는 자락길을 걷는 산님들에게 힐링의  요람처가 될게 의심의 여지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서울이란 대도심 한 가운데에 이만한 사찰이 고색창연하게 자리하며 안산을 찾는 이들의 부박한 고뇌를 정화시켜 줄 수 있다는 건 안산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하겠다. 

안산을 끼고살며 더는 안산을 찾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진정 복 받은 사람들이라! 시민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자연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짓은 더 이상 하지말아야 함이다. 후손들에게 죄 짓는 어리석은 행위란 걸 명심해야 함이다.                   201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