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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뺄 샘의 일생

뺄 샘의 일생


시인 김승희는 ‘사람의 일생은 뺄 샘의 연속’이라 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갖고 온 각자의 운명이란 창고에서 하루하루를 운명이란 에너지를 야금야금 빼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음에다.

꿈과 이상, 사랑과 증오, 용기와 신념 등등이 빼곡히 쌓였던 자기의 운명의 창고에서 오늘은 꿈을 빼먹고, 내일은 사랑 한 다발과 증오 한 접시를, 모레는 용기 있는 의지 몇 십Cm를 잘 라 빼내 써먹으며 살고 있음에서다.

그렇게 빼먹고 살아가다가 어느 땐 간 꿈과 이상이 거덜 나고, 사랑과 증오가 메말라버리고, 용기와 신념이 바닥이 나서 더 이상 빼먹을 것이 없을 때 인생은 끝나는 것이리라.

애초 태어날 때의 사람들의 운명창고는 거의 비슷한 크기의 용량이었을 게다.

그 운명창고에서 자기의 보물들(사랑,꿈,이상,증오,용기,신념등)을 빼내서 어떻게 써 먹는가하는 방법과 운영의 묘가 성공한 삶과 실패한 삶의 갈림길이 되는 것 일게다.

운명창고에서 적당히 아주 긴요하게 그 보물들을 빼내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지혜 - 즉 뺄 샘의 천재가 될 때의 삶이 성공한 일생이라 할 것이다.

뺄샘의 천재가 되자.

성공한 뺄 샘의 일생에는 결코 빼서 없어지지만은 않는 빼기 속에 남음이 있음을 알게 된다. 빼고 또 빼고 아무리 빼도 없어지지 않는 남아있는 것들이, 이를테면 빼기의 일생에서 가장 흥분했던 기억들은 살아남아있다.

성취의 보람, 사랑의 결실, 슬픔의 흔적들은 빼기의 세월 속에서도 없어지지 않고 영롱하게 우리들 가슴속에 각인되어 살아남아있게 된다.

운명창고가 바닥나서 쇄진하여 죽음을 기다리는 힘없는 사람도 임종의 순간까지는, 지난 빼기의 삶 속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만은 선명히 남아있어 죽음이란 절망 앞에서 더욱 감사와 참회를 하게 됨이라.

해서 우리는 빼기에 비례하여 뭔가 많이 남아있는 삶을 살아야 함이다.

지워지지 않는 과거, 아니 기쁘고 자랑스런 기억들이 많은 삶은 성공한 뺄 샘의 생애이리라.

그 기억들이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이웃들과 사회에 회자될 수 있는 기억으로 살아있을 때 빼기의 일생은 결코 빼기로만 끝나지 않는, 살아있는 많은 사람에게 살아남아있는 더하기의 삶이 아니겠는가.

나의 뺄 샘의 생애가 타인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 다른 사람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나는 또 하나의 덤으로의 생애이기에 - 더하기의 삶이 생애의 지표가 되어야 함이다.

더하기의 삶을 산자는 곧 뺄 샘의 천재이리라.

김승희는 다시 노래한다.

“사랑에서 너를 빼도 내 사랑은 남는다. 사랑에서 너를 빼도 내 슬픔은 남는다.

사랑에서 네 얼굴, 네 눈동자, 네 목소리를 빼버려도 나의 추억은 남는다.

나의 그리움은 남는다.

나의 눈물은 남는 것이다.”라고.

1998.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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