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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반야산 은진미륵 & 논산솔바람 길의 계백장군

 

반야산 은진미륵 & 논산솔바람 길의 계백장군

 

이게 실로 얼마만인가. 답답한 세상을 두들겨 패기라도 해야 할 듯이 소나기는 광란의 춤을 췄다. 차를 멈췄다. 도저히 나아갈 수가 없었다. 전쟁의 광기로 치닫는 위정자들을 혼줄 내지 않곤 2016년의 개천절을 맞을 순 없었을지도 모른다. 9시를 넘겨 소나기는 정화(淨化)의 춤사윌 끝냈다.

-관촉사입구-

은진미륵이 있는 논산 반야산을 향한다. 십여 년 전에 지나치는 길에 잠시 들러보긴 했지만 나의 뇌리 속엔 초등시절교과서의 거대한 은진미륵상만 남아있다.

개천절에 우리나라에서 젤 크다는 미륵보살을 찾아보고 팠다. 은진미륵미간의 옥호(玉毫)에서 뿜는 빛이 사방을 비춘데서 관촉사라고 불리게 된 사찰은 황산벌에 오름처럼 솟은 반야산에 있다.

-은진미륵&석등-

나는 반야산 오르는 길을 따라 사찰정문이 아닌 옆문을 통해 곧장 은진미륵상 앞에 섰다. 황산벌을 말없이 굽어보고 서있는 높이 18.2m, 둘레 9.9m의 미륵부처님은 알 듯 모를 듯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천년세월을 품에 안고 있다.

우람한 미륵석상을 한참을 올려다보다 친구한테 사모관대 어느 쪽 모서리에 짜깁기한 흠결이 있나? 고 물었다.

-석등 & 석탑의 경내-

 

호국보살로써 살신성인한 표상의 전설이 생각나서였다. 오랑캐군대가 압록강을 건너 고려를 침공하려하자 스님 한 분이 물살을 헤치며 뚜벅뚜벅 강을 건너고 있었다. 이를 유심히 보고 있던 적장이 "저 스님이 건너는 곳이 물이 얕으니 그쪽으로 건너라"고 진군 명령을 내렸다.

군사들이 일제히 물에 뛰어들었다. 진군나팔은 이어지고 병사들은 깊은 물길에 빠져 서로 붙잡고 허우적대다 익사하여 헤아릴 수도 없이 떠내려갔다.

 

뿔따구 난 오랑캐장수가 "여봐라, 그 중놈을 잡아라"고 고함치는데 어찌 됐는지 스님이 지 앞에 있는지라 장수가 달려가 장칼을 내리쳤다.

허공을 가른 칼은 스님이 쓰고 있던 삿갓귀퉁이만 잘라 떨구곤 스님은 감쪽같이 사라졌다이에 놀란 오랑캐가 우왕좌왕하다 퇴군했다. 그 순간 관촉사은진미륵은 온 몸에는 땀이 흘렀고, 쓰고 있던 삿갓한쪽이 떨어져 수리했단다.

 

 

무기경쟁으로 핵전쟁불사를 외치는 위정자들은 은진미륵상께 화전의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하면 어떨까미륵전에선 스님 따라 불자들이 간절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면벽부처님이 아닌 뻥 뚫린 벽 밖의 은진미륵상을 향해서였다. 대웅전 뒤에서 조망하는 은진미륵상과 석등과 탑 앞에 펼쳐지는 논산시가지는 지극히 평화로웠다.

 

-석문과 종각-

석문을 내려와 사찰 뒤를 휘도는 반야산 산책길에 들어섰다. 얕은 구릉에 빼곡 찬 소나무들은 관촉사의 운치를 한껏 음미하게 한다.

전원속에 파묻힌 한갓진 논산시가지를 일별할 수 있는 정자에서 마을뒷길로 빠져 주차장에 닿은 두 시간여의 산책을 마치고 백제의 혼인 계백장군의 얼이 생생한 논산솔바람길을 찾아 나섰다.

-계백장군기마상과 비-

 

산뜻하게 단장한 채 가을을 맞고 있는 계백장군유적지는 장군의 격렬했던 최후순간들을 침묵으로 일개우고 있나 싶게 요요했다. 한때는 동맹관계였던 신라가 호시탐탐 땅 도둑질에 혈안이 되자 백제는 고구려와 손잡고 신라를 견제하는데 신라는 한술 더 떠 당나라를 끌어들인다.

-계백장군기마상 우측에 탑정호가 보인다- 

 

고구려가 연계소문의 반란으로 정신이 없자 66079(의자왕 20) 소정방(蘇定方)과 김유신(金庾信)의 나당연합군5만 명이 백제의 요충지인 탄현(炭峴)과 백강(白江)으로 쳐들어왔다.

계백장군은 5,000명의 결사대로 죽기 살기 항전하여 4번을 싸워 이겼으나 종내 중과부적으로 패하며 장군도 장열이 전사했다. 이 황산벌전투로 백제는 종말을 맞이하고 의자왕은 불모로 당에 끌려갔다.

-계백장군박물관-

 

장군은 최후의 전투에 임하기 전 가족들의 자결을 이끌었는데 패전 후 나당연합군에 노예로 끌려가는 비참한 운명이 되게 할 순 없어서였다.

장군의 기마상과 비는 유적공원 좌측에 있는데 지금 막 황산벌을 향해 출정하는 비장한 기상을 느끼게 한다. 송림사이 저만치서 빗살 치는 푸른 탐정호수는 그런 장군의 한이 서려있을 것만 같다.

-계백장군사당-

 

완만한 경사로를 올라 유적지공원을 휘돌다보면 논산솔바람길에 이어져 사뭇 한갓진 산행이 시작된다. 장군묘역좌측으로 돈엄`충곡서원으로 이어지는 4.6km의 송림길은 완만한 야산이다.

상수리와 밤나무가 가실을 수북이 내려놓고 있었다. 되돌아와서 묘역우측으로 난 김장생묘와 흠정서원3km를 걷는 산책은 그야말로 치유의 산책길이다.

-솔바람길 안내판-

 

구절초와 벌개미취의 해맑은 미소 속에 커다란 삿갓버섯이 세를 이루고 뜬금없이 산벚꽃이 철 잊은 꽃잎을 쪼개고 있었다. 다시 묘역에 들어서 장군의 묘역에 섰다.

굽은 적송들에 에워싸인 제법 넓은 묘역은 왠지 쓸쓸해보였다. 전사한 장군의 시신을 백성들이 수습 가묘한 곳인데 1976519일 묘를 쓰고 '전백제계백장군지묘(傳百濟階伯將軍之墓)'라고 새긴 비석을 세웠다.

-계백장군 묘역-

 

묘 옆 사당을 일별하고 홍살문을 나와 박물관을 향하는데 공원엔 그림같은 쉼터와 다양한 체험장소가 있어, 위인의 넋을 새기는 가족소풍장소로 딱좋은 유적지란 생각이 들었다.

-송림길-

 

인근에 있는 탑정호수를 찾았다. 탑정저수지생태수변공원엔 나무데크길과 쉼터에서 끝없는 호반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흠뻑 빠져들었다. 탑정저수지는 물레길8경이 있는데 수변로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 이였다.

-탑정호수반의 역광--

 

탑정저수지는 왕건이 이곳에 어린사(魚鱗寺)란 절을 짓고 석탑을 세웠는데 석탑모양이 정자(亭子) 같아 탑정지라 부른데서 연유한단다고종 때 저수지가 준공 되고 수문이 10개인 바다 같은 저수지물은 강경포구로 흘러 금강에 합류한다.

불원간에 탑정물레길이 수변 따라 완전히 이어지면 가장 걷고 싶은 둘레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탑정저수지-

 

장대소나기를 맞으며 시작한 논산유적지 트레킹은 눈부신 가을햇살 속에 그늘을 찾아 들며 가을빛에 흠뻑 젖어들다가 석양을 마중 나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을 엷은 구름조각이 살짝 가리고 있다. 내일의 여명은 찬란할 지니~!

2016년 개천절은 신나는, 살맛 돋우는 세상이 열리는 날이었음 하고 노을을 향해 패달을 밟는다.

 

-계백혼문-

-탑정호생태 갈대길-

-탑정저수지 뚝-

-탑정호생태 데크길-

 

- 반야산 오르는 관촉사옆길-

-불상이 없는 미륵전유리벽의 은진미륵-

-석문서 본 대적광전-

-솔바람길에서-

-계백장군사당의 홍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