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새벽에 걷는 해운대달맞이길
해운대해수욕장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까지 4.5km는 푸른바다, 하얀백사장, 늘푸른소나무와 벚나무가 어우른 절경으로 대한8경이라 부르고, 열다섯 번 이상 굽이진다 하여 ‘십오굽이길’이라고도 부른다.
새벽5시, 해운대해수욕장안내소 뒤 하버타운 집을 나선다.
-미포항에서 본 새벽의 해운대-
불빛속의 하얀백사장과 새까만바다는 텅 빈 허공을 안고 흑백의 절묘한 콘트라스트를 연출하고 있다. 어제 점심때 밖에서 10여분 줄서서 차례를 기다려(금일 분의 참복어탕은 이미 동나서)복어탕을 먹었던 ‘할매집원조복국’을 지나 가로등불빛에 졸고 있는 미포항골목길을 걷는다. 고양이들이 지 아지트인냥 어슬렁거리며 교성을 지른다.
-문탠로드-
15분쯤 걷자 막다른길이 됐다. 안내지도도 없이 나선 나는 고양이한테 물을 수도 없어 낭패였다.
할 수 없이 되짚어 아까 지나쳤던 미포분소(파출소)엘 들어가 안내를 받았다. '할매집원조복국' 삼거리에서 차도를 따라 오르면 우측에 커다란 안내판이 있다는 거였다.
다시 5분쯤 언덕배기차도를 오른다.
-달맞이길 입구-
아파트입구 갈림목에 ‘문탠로드(달맞이길)’이란 커다란 입간판이 있다. 왼편은 고급주택지들로 카페, 미술갤러리, 레스토랑, SPA간판이 밤분위길 돋우고, 우측의 데크인도가 ‘달맞이길’진입인성 싶다. 고목이 된 벚나무가 홀라당 옷 벗고 차가운 수은등빛아래 도열하고 있다.
-문탠로드 드라이버길-
아직 몇 잎 남은 갈색이파리는 현란했던 봄날의 추억 한 컷을 움켜잡고 매달려있다. 어쩌다가 자동차가 새벽을 질주 할뿐 이 예스럽고 멋진 마을은 숙면중이라 인기척도 없다. 잘 다듬어 놓은 데크길은 우람한 벚나무들이 유령처럼 서 있고, 저 아래 시꺼먼 밤바다는 해안빌딩숲에서 명멸하는 불빛에 존재감을 들어내고 있다.
-달맞이길서 본 해운대 앞바다-
오늘이 음력보름께라 달빛이고교할 텐데 엷은 구름이 끼었는지 희멀건 하늘이 바짝 내려앉았을 뿐이다. 언덕배기 마루에서 산책중인 부부를 만났다. ‘달맞이길’에 대해서 물었다.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면 우측 숲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안내판과 유도등이 있다는 거였다.
-문탠로드의 문화촌-
아까 올라오면서 얼른 봤지만 음침한 내리막 숲이어서 그냥 왔던 바다. 고개 마루정자 앞마당에서 일단의 얼리버드들이 새벽기체조를 하고 있다. 한참을 다시 내려와 아까 그길-달맞이 길에 들어섰다. 진초록 팔손이 떼거리들이 하얀 방울꽃을 들고 영접을 한다.
-얼리버드들의 새벽기체조-
소나무숲 터널을 이룬 조붓한 오솔길은 땅바닥에 박아놓은 유도등빛에 운치백점이다. 까만 소나무숲 사이로 얼굴 드민 잿빛하늘엔 별무리라도 스칠 것 같았다. 젊은 부부가 애완견을 앞세우고 나타났다. 달맞이 길에 대해 묻자 자상한 설명에 이은 애찬이 보통이 아니었다.
-문탠로드 입구-
이 길은 걷다보면 원점회귀하게 돼있어 안심하란다. 산길에 붙박아놓은 유도등이 어두컴컴한 숲속 울퉁불퉁한 ‘십오굽이길’을 차분하게 즐기게 해준다. 느닷없이 데크전망대가 나타났다. 노인 두 분이 일출을 재촉하고 있었다.
구름 뒤 태양이 운해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문탠로드숲길의 유도등-
파란하늘이 쬐금 얼굴을 내민다. 붉은 기운이 노오란빛으로 농염하게 익는다. 새까만 바다가 하얀 빛살로 갈라지기라도 할 모양이다. 태양은 부끄러워 얼굴 내밀진 않고 있다. 소나무가 초록색으로 단장한다. 유도등이 반딧불이 마냥 사위어간다. 바다 저만치의 검정말뚝이 등대로 둔갑하고 있다.
-문탠로드의 일출-
노인 두 분이 팔을 힘껏 벌리고 서기를 안는다.
“시원찮은 일출인대도 장관인 듯싶습니다.”라고 나는 인사를 올렸다.
“예, 날마다 다르니까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한 분이 변화무쌍한 일출의 감상을 말하나 싶었다.
“매일 오시나 보지요. 전 첨입니다.” 내가 다시 물었다.
“여기 안사세요?” 한 분이 내게 되묻는다
“예, 전북익산에 사는데 엊그제 와서 달맞이길이 유명하다 해 찾았습니다.”
“익산 살기 좋은 곳이지요.”
“저는 해운대에 온지 이틀짼데 여기서 살고 싶습니다. 너무 좋아요.”
“예로부터 천복을 타고나야 해운대에 살수가 있다는 말이 있어요. 바다, 산, 따뜻한 일기, 해산물하며 참으로 좋은 곳입니다.”
두 분의 말은 진솔이다. 해운대서 산다는 자부심이 대단한 어른들이었다. 사진 한 컷을 부탁하곤 자릴 떴다. 해님은 구름이불서 나오려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인기척이 고요를 깨치고 달맞이길이 해맞이길이 되고 있었다. 햇살은 구름과 나무사이를 빠르게 기웃댄다.
-문탠로드-
반시간을 그런 햇살과 숨바꼭질하니 철길이 발아래서 해안 모퉁이를 달리고 있잖은가! 부산과 경주를 잇는 동해남부선이 폐선직전에 레일바크로 거듭 태어난단다. 철길에 들어서니 바다조망이 시원하다.
검은 바닷물은 밤새워 달려와 해안가 바위에 ‘처얼썩~쏴아!’하며 몸을 풀고 있다.
-폐선의 동해남부선 레일로드로 재 탄생한다-
놈들은 등허리에 어떤 사연이 싣고와 해안가에 내려놓고 있을까? 하얗게 부서지는 사연은 정녕 싱그럽다. 오늘 아침밥상에 살맛나는 희소식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내가 저질렀다. 순실이를 비롯해 누구의 잘못도 내가 원죄다. 그들한텐 심부름한 죄 밖엔 없으니 나를 벌주라. 지금 이 순간 대통령직을 하야하겠다.”라고 대통령답게 국민 앞에 벌거벗는 박근혜였음 싶다.
--폐가 된 대 간첩해안초소-
그간 대통령직무를 엿 같이 했으니 늦었지만 마무리만큼이라도 대통령깜은 깜이였구나 싶게 해 줬음, 박근혜를 찍은 모든 사람들 손가락이 무참히 처량하진 않을 테다.
어둠이 사라졌다. 미포포구 아침 반짝 활어시장도 파시를 위해 떠들썩하다.
간장담을 게와 문어 한 마리를 사들고 들어서자 아내와 둘째가 넘 싸다고 호들갑을 떨어 뿌듯했다. 7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티브이뉴스를 튼다.
2016. 11. 12
-미포항 아침반짝 활어시장-
-레일바크로 재단장 중인 동해남부선-
난 부산사람이 아닌데
여름은 벌써 끝이 났는데
이곳을 떠나질 못하고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건지
화려했던 우리의 사랑
짧지만 가슴 깊이 남아
어두워지고 비가내리고
난 미친 사람처럼 널 기다려
니가 없어 슬픈 거리엔
눈물만이 가득해
another day
그리울 거야 생각날 거야
아티스트 DK (디셈버)
-철도끝의 기중기 올려진 건물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LCT신축공사건물-
-해운대백사장서 본 일출, 좌측 고층건물 앞 돌출부분이 문탠로드 숲-
-해운대백사장, 흰 건물이 웨스턴조선호텔-
-미포항새벽 반짝활어시장이 열리기 직전 모습-
-점심땐 참복어가 절품되는 할매집원조복국-
-미포항 새벽골목길은 고양이의 요람-
-폐쇄된 대간첩 해안초소-
--아침7시쯤의 반짝활어시장의 고스락-
-달맞이길 미술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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