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숲길 찾은 피서
물소리는 우리가 최초로 들은 우주의 첫소리일 것 같다. 그니까 어머니 뱃속에서 태아일 때 감싸고 있는 양수의 출렁임 소리를 들으며 안주하다가 양수의 흐름을 타고 고고의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하여 물소리는 요람의 소리일 것이다.
실상 우리 몸도 거의 물로 이뤄졌지 않은가! 물을 떠나서 살 수가 없어 삶의 터전은 물가이고 자연히 도시는 강을 끼고 있다.
여름피서의 발길도 물가가 으뜸이다. 오늘 우린 깊은 계곡 청량물길에 더윌 앗는 피서처로 모악산금동계곡을 찾기로 했다. 여느 골짝보다는 인파가 덜 붐빌 거라고 pm이 앞장을 섰다. 금산사주차장에서 시작한 모악산마실길은 상당히 빡셌다. 리기다소나무와 토종육송이 빽빽이 우거져 땡볕을 가려도 땀은 비 오듯 하고 숨은 헐떡거렸다.
사실은 내가 모악산을 등정한지가 오래돼서 그동안에 마실길이 조성 된지도 몰랐다. 지금은 등산인구가 많다보니 지자체마다 산책길 만들기에 나선다. 주민건강을 위해서 적은 예산으로 최상의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선정일 테니 욕심낼 만한사업이리라. 두 시간쯤 트레킹 후에 계곡 물가에서 더윌 쫓자는 셈이었다.
근데 마실 길치곤 초장부터 좀 빡세다. 1km남짓 올라 닭지붕에 닿으면 거기서부턴 평탄한 오솔길에서 금동계곡으로 이어진단다. 옛날 청정골에서 번성했던 누에고치가업의 현장인 뽕밭이 오미자 밭으로 탈바꿈한, 꾀 큰 폐비닐하우스단지 끝 정자쉼터에서 잠시 숨고르길 하고 편백숲을 헤쳤다. 정자엔 일단의 산님들이 질펀하게 자릴 차지하고 있었다. 각 지자체가 조성한 둘레길을 걸으며 느낀 공통된 아쉬움은 꼭 정자를 지어야 했느냐?는 거였다.
공원에나 있을 법한 정자를 짓느라 산림훼손에다 예산낭비를 굳이 해야할 이유가 궁색한 것이다. 가능함 인공구조물 설치를 안해 산 본연 그대로를 유지케 해야 옳다. 긴 벤치식 의자를 요소요소에 설치하여 잠시간 쉬었다갈 수 있도록 하여 사람들이 산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 했을 때 자연훼손도 막을 수가 있을 테다.
하늘을 깊숙이 쑤시며 서있는 편백나무는 따가운 햇살을 공작새깃털부채 살로 쪼개 서늘한 바람을 일으킨다. 그 바람에 실린 피톤치드는 여느 나무도 흉내 내기 버겁단다.
편백나무 숲 언저리에 소나무 두 그루가 한 나무가 된 독특한 모습의 연리지(連理枝)가 있다. 소나무가지 하나가 옆 나무와 연리질 한 셈인데 주 가지는 태풍에 부러져 ㄱ자형
으로 연리목이 되어 오솔길이름도 지자체에선 연리지길이라 명명했다.
연리지길은 곧 금동골짝으로 이어져 갈수기인데도 계곡물소리가 들린다. 가늘고 여리다. 태초의, 엄마의 자궁에서 듣던 소린가! 우린 물소릴 따라 골짝숲속 바위너덜물길을 찾았다. 아늑하고 조용하고 청량했다.
물은 차갑고 부드러웠다. 설리번선생이 왜 헬렌켈러를 만나자마자 손목을 잡아끌어 흐르는 물에 넣고 물길느낌과 물소릴 듣게 했는지 가늠케 한다.
우린 편편한 돌 좌대에 앉아 물웅덩일 만들고 얘기꽃을 피우며 학창시절의 여름한나절로의 여행길에 들었다. 돌멩일 살짝 들어 가재를 찾고, 손 그물로 피라미를 잡으려 첨벙대는 타임머신탑승은 반세길 뛰어넘었다. 아련한 추억이 재잘대며 흐르는 물소리를 타고 골짝을 빠져나간다.
요즘 어린애들은 낭만적인 피서와는 거리가 멀 여름을 나기 십상이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물가 댓돌로 밥상을 만들어 점심이라기 보단 분위기와 정감을 음미했다.
“사랑의 밥상은 만드는 과정만으로도 최상의 요리다. 지극한 정성과 희생이 깃들어 있어서다. 여자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남자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세상을 바친다. 남자의 세상은 여자의 우주에 다름 아니다. 사랑은 여자의 손길에서 시작해 가슴에서 피어난다.”
pm이 물길 속에서 물소리에 띄우는 분위기 만점인 음식얘길 간추려봤다.
2016. 7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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