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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서울사대문안의 심장 안산초록숲길

서울사대문안의 심장 안산초록숲길

 

내가 안산을 알고 맛 들려 그 매력에 홀딱 빠진지는 얼마 안 된다. 작년, 둘째가 경기대 뒤 돈의문센트레빌아파트에 입주한 뒤론 서울에 머물라치면 거의 매일 한두 시간씩 그의 품을 헤집고 산다. 어쩜 안산이 좋아 서울을 얼른 떠나고 싶질 않을 때도 많다.

 

-안산서 본 북한산,좌측부터 족두리,향로,비,승가,문수,나한연봉들-

 

안산은 기존의 등산로인 초록숲길과 근년에 조성한 안산자락길로 나눠 탐방객들을 품는다. 7km쯤 되는 자락길은 장애인도 다닐 수 있는 평탄하고 완만한 포장길 아님 데크길이라 나는 7부 능선쯤을 가로지르는 초록숲길을 선호한다. 냉천동아파트단지고갯길에서 개나리와 푸나무숲이 터널을 이룬 다소 빡센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안산자락길과 초록숲길의 교차점-

 

계단을 오르다 멈춰 바튼 숨 몰아쉬며 뒤돌아보면 사대문안 서울중심부가 빌딩숲을 이뤄 남산을 에워싸고 있어 대도시의 빡빡함에 압도된다그렇게 안산꽁무니능선을 타고 십 분쯤 숲을 걸으면 노거수 아카시아나무들이 세월의 때를 덕지덕지 바르고 안산지킴인냥 중천한다.

이윽고 능안정 쉼터가 나타나고 능선길을 500m쯤 걷다보면 봉수대 길과 자락길로 나뉘는데 지그재그데크길 아래 왼쪽숲속의 조붓한 산책길로 빠져 봉원사를 향한다.

-능안정-

 

이 길은 본격 초록숲길은 아니지만 녹음 속을 걸으며 수림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서부시가지를 조망하면서 구불구불한 숲길이주는 한적함속에 금세 신선한 산행 맛에 취해든다. 이화여대뒷산과 연대캠퍼스가 초록생명띠를 안산에 잇고 심호흡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덩치 키운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숲 사이로 고찰 봉원사가 자리한다.

-봉원사 대웅전-

 

애초엔 연세대자리에 신라 진성여왕시절 도선국사가 반야사란 절을 창건했는데 1748년 영조(24)때에 여기로 옮기고 봉원사현판을 친필로 썼단다.

그 현판이 6.25전란으로 소실돼 안타깝다. 허나 경내의 명부전 편액은 삼봉 정도전의 글씨로 묵직하고 힘이 차오른다. 이곳 신촌일대는 조선개국시 궁궐터로 점지됐던(삼봉은 결국에 경복궁 자리에 왕도를 정했다) 명당이었다.

-한글학회산실의 대원군별장-

 

사찰입구의 400년 된 귀목의 웅장함과 풍부한 석간수는 봉원사의 자랑일 것 같다. 나의 눈길을 붙잡는 건 명부전 옆의 1908년 국어연구학회(한글학회)가 창립된 곳이란 비문 이였고, 그 건물은 흥선대원군의 공덕동 별장 건물을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거였다.

역사가 살아있는 건물은 탐방객들의 가슴까지도 부풀게 한다. 명부전과 칠성각과 대원군의 별장이 어우러진 절 뒷숲의 고색창연함이라니~!

-봉원사입구의 400살 귀목-

 

사찰후미로 빠져나와 생태탐방임도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속 곳곳에 테니스장을 비롯한 운동시설과 쉼터가 있고 거긴 어김없이 약수터가 있다. 깊은 산도 아닌데 약수터가 몇 개나 될까? 아마 십여 곳쯤 일것이다.무악정을 향한다.

2층 시멘트8각 무악정자는 초록숲길과 자락길의 분기점이랄 수 있겠다. 많은 탐방객들이 머물다가는 곳이다.

-무악정-

 

봉수대 오르는 길을 에두르고 옥천약수터를 향한다. 여기서부터의 초록숲길은 산책길이 갖춰야할 모든 조건을 충족하여 이쁜 속살을 더듬으면서 멋과 맛을 맘껏 즐길 수가 있다. 울퉁불퉁한 바위흙길은 구불구불한 숲속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초록바다를 헤엄치듯 숲을 헤집는다.

-편백숲-

 

우측엔 안산의 바위얼굴들을, 좌측엔 서울시가지를 숨바꼭질하듯 힐끔힐끔 비추며 이따금 석간수를 제공한다. 하얀 자작나무가 떼지어오다가 쉬나무 숲과 마주치면 덩치 큰 벚나무들이 일직선으로 경계를 친다,

하늘을 쑤시는 메타세콰이어숲과 전나무 옆에선 낙엽송과 리기다`뱅크스소나무가 단지를 이루고, 층층나무구름층 뒤로 누르스름한 안산바위얼굴이 보인다.

 

-안산서 본 인왕산성벽-

 

이따금 백암약수터 위 안산동벽바위벼랑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의 극서(克暑)를 보느라 땅솔 아래서 한참을 머물면 나도 더윌 잊곤 한다. 이 더위에 암벽등반도 더윌 잊는 한 방법 같기도 하다. 일념(一念)은 망아지경에 이를 테니 말이다. 구슬땀 흘리며 더윌 극복하는 그들이 부럽다. 서울 한 복판에서 암벽등반으로 여름을 극복하는 정경에 눈 팔며 피서하기도 초록숲길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백암약수터 초록숲길-

 

백암약수터 뒷바위엔 <권기열등산학교>란 동판이 붙어있고, '1983년개척~2013년완공'이란 부재도 써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산사나이의 산사랑을 기리며 안산클라이머들이 수련장 겸 전초기질 삼았나 싶었다. 석간수로 목추기고 등벽하는 모험을 즐기는 그들과 그 아슬아슬함에 맘 조이는 나는 또 한 폭의 안산초록숲의 별경이리라~!

 

봉수대를 오른다. 상당히 가파르다. 무악재 탓에 갈라선 인왕산은 바위등걸에 하얀 성벽을 엎고 하늘을 오른다. 아니 흰 구렁이가 인왕산을 타고 오르다 북악산으로 빠져든다.

그 북악산 뒤로 멀찌감치 북한산이 족두리봉을 시작으로 향로봉,비봉,승가봉,문수봉, 나한봉을 그라며 하늘땅 따먹기하고 있다. 높은 연봉들에 둘러싸인 서울은 아름답다.

봉수대에서 남산쪽의 시가지-

-

언젠가부터 쌓여지기 시작한 각설탕위로 남산이 탑 하나를 세워 체면을 세운채 허우적대며 관악산을 부르고 있다.

한 시간 반쯤 숲길을 걸어 경사로를 오르면 하늘이 트이고 통신탑 서있는 서봉(西峰)이 앞을 막아선다. 맞은편의 봉수대가 있는 동봉사이와는 말안장처럼 움푹 패어서 안산(鞍山295.9m))이란 이름이 생겼다.

 

-마포 여의도쪽. 황금빛이 63빌딩-

인왕산(340m)과 안산을 끊은 무악재는 파주, 의정부를 향하는 북쪽길로 통일로로 이어진다. 6·25때 서울 수복을 위한 안산 전투의 치열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악재 밑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란 빨간 건물이 보인다.

1907년 일제가 우리애국지사들을 투옥하기 위해 만든 경성감옥이다.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92년에 서대문독립공원, 역사관으로 거듭났다.

-사대문안 시가지, 앞의 빨간벽돌집이 서대문형무소역사박물관-

 

역사관 아래 한옥은 독립관인데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을 영접하기 위해 지은 모화관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을 영빈관이 역사의 뒷길로 물러나 옛 영욕을 감추고 있다.

봉수대서 조망하는 대도시 서울은 아름답다. 주위를 빙 휘두른 산세 탓이리라. 이토록 산으로 쌓인 수도가 세계 어디든가? 거기다가 사대문한 사람들은 안산이 있어 더 복 받았지 싶다. 걸어서도 초록숲에 안길 수가 있어서다.

-봉원사쪽 생태숲-

 

서대문독립공원 쪽으로의 하산은 바위길이다. 중간에 전망대도 있는데 서울시가지를 한 눈에 넣을 수 있다.

'안산초록숲길(Green Trails) '2.43km지만 백련산초록숲길로 이어져 약 8km(안산 2.4km, 백련산 5.4km).

하지만 나는 그때그때마다 옆길로 오입 나가곤 한다. 바로 아래는 7km쯤 되는 안산자락길이 있어서 짬 나는 만큼 트레킹할 수 있어서다

-봉수대오르는 길-

 

그리고 초록숲길 안내판에 QR코드와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스캔하여 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했다.

참으로 곱고 멋있는 트레킹코스다. 다만 기존의 많은 샛길을 없애 안산의 황폐화를 막아 멋있고 아름다운 초록숲길로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6. 07. 28

 

 

-홍은동,불광동 쪽, 아스라이 북한산이 보인다-

-남산쪽, 남산타워가 가물댄다-

-마포,여의도쪽, 좌측 노을빛이 63빌딩-

-인왕산-

-인왕산 뒤 북한산연봉-

-인왕산과 북한산-

-안산능선과 남산이 닿을 것 같다-

-봉수대오르는 된비알길-

-좌측 남산, 중앙 청게산, 우측 관악산-

-안산-

-자작나무 숲-

-안산-

-권기열등산교 바위 숲들-

-서울사대문안 시가지-

 

-초록숲길-

-자작나무 숲과 벚나무-

-연리지-

메타쉐콰이어 숲-

-인왕산그림자 같은 북악산-

-백암약수 쉼터-

-봉원사 명부전, 현판은 삼봉친필-

-명부전과 칠성각-

-암벽등반 중인 클라이머가 보인다-

 

-안산초록숲길은 청색, 자락길은 빨간색-

-아카시아 노거수의 위용, 십여그루가 중천한다-

-손녀의 명령으로 산책 중 수집한 매미우화껍질은 손녀의 체험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