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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아! 신이 빚은 물빛-구채구(九寨沟)

! 신이 빚은 물빛-구채구(九寨沟)

 

 

 

새벽610분 호텔을 나선다. 십분 늦게 출발하면 구채구입장은 한 시간 늦어진다는 가이드의 엄살(?)에 따라야 해서였다. 하루 3~4만명이 몰려든다니 게으름피우다간 입장대기 하느라 아까운 시간 속절없게 보내야한다는 게다. 여행은 사서하는 고행이라지만 꼭두새벽부터 설쳐대야하니 잠 설친 아내의 표정을 살펴보게 된다. 여행엔 젬병인 아낼 어떻게 꼬셔온 여정이기에~! 

호텔뷔페식에서 견과류와 시리어를 요구르트에 말아먹고 버스에 올랐다.

 

 

깊은 산간이어선지 새벽어둠도 아직은 칠흑이다. 까만 침엽수들이 희뿌연 하늘을 쑤셔대지만 좀채 여명은 트이질 안했다. 편도1차선인 산간도로엔 언제 어디서들 끼어들었는지 차량들이 꼬리를 물어 협괴열차마냥 늘어졌다. 여명이 설산을 넘어 골짝에 내려선다. 그 검튀튀한 협곡을 한 시간여 질주하여 주자이거우(구채구,九寨沟)입구에 들어섰을 땐 골짝분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게이트앞 줄서기인파,단체관광가이드의 푯대의 위력은 대단하다

 

새벽의 난리, 엑서더스의 소란은 상상을 절했다. 내 평생 이런 사람아수라장은 첨이자 마지막 볼거리가 될 것이다. 동트기 전에 몇 만 명이 일시에 몰려들 테니 지구상에 이런 기행이 또 어디 있을 텐가? 입장객상한선에 카트당하지 않으려면 새벽이 문제냐?

열몇 개의 게이트는 쉼없이 인파를 빨아들이지만 몰려드는 군중은 더 늘어만 갔다. 한 시간을 줄 서 기다려 입장을 했지만 이젠 버스에 올라타는 아비규환을 통과해야 했다.

 

 

비취빛물속의 시목미이라

 

대여섯 대의 버스에 한꺼번에 탑승하는 릴레이가 줄차게 이어지고, 촘촘히 들어선 공안원들의 교통정리가 아니라면 탑승전쟁은 6.25때 난리는 전쟁도 아닌 셈이다. 아비규환은 이를 두고 말함일 터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꼬리를 물고 협곡숲속을 질주한다. 지금까지 달려온 협곡보다 더 높은 이곳은 왜 울창한 숲을 이뤘을까? 예쁜 가을이 내려앉은 숲은 샹그릴라를 향하나 싶게 한다. 버스는 꼬부랑 숲길을 잘도 헤집는데 앞차가 급정거라도 할 참이면 어쩐디야?

 

담수호는 단풍까지 담아 가을을 연출한다

 

 

한 시간반쯤 질주한 버스는 해발3000m원시삼림(原始森林)지대에 관광객을 쏟아낸다.

자형중심에 낙일랑(諾日朗)폭포가 있고 두 가닥의 왼쪽협곡이 측사와구이고 오른쪽은 일측구, 아래는 수정구인데 두 협곡의 길이는 공히 약18에 달한다. 우린 일측구 상류 원시삼림에 내려섰다. 

구채구는 해발 4~5m 민산산맥(岷山山脈)에 둘러싸인 채 만년설을 왕관처럼 쓴 설보정(5,588m)의 신비감까지 넘볼수 있어 탄이전에 경외감이 솟는.

장해

만년설에서 흘러나온 물이 탄산칼슘과 석회수를 희석하여 신비스런 물빛의 100여개의 연못을 만들고, 폭포를 곤두박질하며 계단식 밭 위에 형언할 수 없을 물의 향연을 펼치는 것이.

그 많은 연못과 폭포와 담수호를 하루동안에 다 볼 수가 없어 몇 군데만 선택 개구리뜀박질 건너뛰기관광을 해야 한단다. 뜀박질은 셔틀버스를 타고 내렸다서기를 반복함이라.

 

수중 나무는 결코 외롭지가 않다

 

천혜의 카르스트 담수호는 탄산과 석회성분이 연못에 녹아들고, 태곳적부터 쌓인 침전물이 빚어낸 물색은 낮에는 청색, 저녁에는 오렌지 등의 다채로운 독특한 색깔을 연출한다.

투명하다 못해 푸르른가하면 비취빛을 띄우고, 살짝 비켜서면 쪽빛이라. 때론  옥색이다가 오팔빛깔로 요술부린다.

투명한 수심속에서 침전물은 썩지를 않고 그대로 미라가 됐다.  미라가 된 시목의 괴이함이라니~!

 

장해는 비취와 쪽빛 어느쪽일까?

 

 

물밑 퇴적물과 거기서 자생하는 수생식물의 기이한 모습은 구채구물 만이 빚어낼 수 있을 신비며 억년의 세월 속에 자연이 빚은 천연 아쿠아리룸인 것이다. 근데 이 수족관엔 물고기가 보이질 않는다. 탄산과 석회 탓일 것이다. 

원시삼림지구호반을 훑고 버스에 올라 십분 후에 전죽해(箭竹海)폭포 앞에 하차했다. 넓은 경사지대를 쏜살처럼 내리꽂는 물살은 화살 같다서 붙은 이름일 테다.  수풀사이를 날아가는 물살! 이런 폭포도 존재하며 장관을 이뤘다.

 

화살폭포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오해화(五花海)와 진주폭폴 찾았다.오화해는 물빛이 오색으로 변색을 하며 신비경을 자아내어 꽃바다 같다서 이른 명칭일 테다. 그런가하면 지구상의 진주는 다 모아서 퍼붓는 진주탄폭포의 장관까지 감상하다보면 신비경과 감탄사는 이젠 왠만해선 자지러든다.

 

사진찍느라 방정 떨지 않는 사람은 멍하니 장승이 된다. 

진주폭포

 

 

 

다시 버스를 이용 웅장한 낙일랑폭포에 넋 뺏기다 그 많은 인파속에서 가이드깃발 찾기에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가이드를 놓치게 되면 미아가 되는 건 본인만의 불행이 아니고 모든 일정이 올 스톱된다. 주변에 몇 백~천 명이 우굴대는 데서 말이 통하지 않고 피아를 구별할 수 없으니 국제전화로 가이드를 찾아야 함이다. 만약 깊은 골짝이라 불통이라도 되면 어찌할 건가?

 

 

낙이랑폭포 거기 식당가에서 점심을 때웠다. Y자의 한 축인 일칙구 골짝을 관광한 셈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반시간을 달려 Y자의 다른 축인 측사와구골짝 맨 상류의 장해(長海,해발 3,103m 수심40m)에 내렸다.

 

거대한 호수는 구채구수원지다. 장해가 연출하는 신비한 수중그림은 물이 빚는 예술이다. 주위의 모든 것들을 끌어들여 더 아름답고 기이하게 품어 내보인다. 호수에 첨벙 빠져들고 싶다.

 

 

 

오죽해야 미소년 나르키시스는 물속의 자기모습에 반해 익사 했겠나~!  수경(水竸)속의 미는 언어도단이다. 곱디고운 추색까지 담아내어 연탄성을 지르게 한다. 다시 버스로 오채지에 닿았다.

다섯가지 색깔을 띄운다는 오채지(五綵池)의 아름다움도 이젠 식상한다. 아니 멍멍해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엥겔지수치가 떨어진 게다. 사람의 간사한 마음의 행로가 참으로 가볍고 치사하단 생각을 하게한다.

 

 

구채구물이 빚는 신비의 예술

 

도대체 여기 구채구에서 며칠을 훑어야 전부를 완상(玩賞)할 수가 있을까? 거대한 구채구는 자가용관광은 불허다.

경내셔틀버스가 아니면 걷는 수밖에 없다. 공원밖에 캠핑장소도 없다. 일측구와 측사와구골짝 차도만 해도 36km인데  도보로 구석구석을  완상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외국인이 몸 사리는 이유는 그런 불편한 접근성일 테다.

구채구의 절정은 10월인데 초순(1일~10일)은 중국추계국경절이라 피해야 개개고생 던단다. 

 

 

 

나도 애초엔10월 6일자 여행일정을 잡았다가 북경에 주재하는 막내의 권유로 열흘 늦췄지만 개고생에 혀를 찼다.  

2020년엔 구채구까지 고속철도가 완공된단다.

이제 막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구채구가 교통까지 편리해진다면 몰려드는 인파를 어찌 소화시킬지 궁금했다. 현재도 하루입장객수에 제한을 두면서 말이다. 

'구채구물을 보지 않고선 물을 논하지 말라'란 말이 허풍이 아니다. 물이 귀한 줄은 알지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 줄을 미쳐 생각해보질 안했다.

 

장해와 그를 낳은 설산

 

또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물이면서 아름다운 것도 물이라. '물이 좋다'는 말은 전부가 좋다는 뜻이란 걸 곱씹어 본다.

이곳은 자이언트판다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구채구라는 이름도 여기 산골짝에 티베트인의 마을이 9개 있대서 유래함이다. 그 중에 3개마을이 현재 개방 관광지화 함이다. 나머지 6개마을이 품고 있을 그 무엇인가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티베트족은 개방을 거부하고 있으며 중국정부도 비장의 보물로 쉽게 개방하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에 티베트농부가 삼림 벌채하다 우연히 발견하여 2003년 구채구 황룡공항(구채구까지 83km황룽까지 52km)이 열리고, 2008년 문천대지진 복구 작업 때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세상 밖으로 선뵌다.

5년여 전부터 관광붐이 일기 시작한  중국인들은 어디든 압도적인 세를 이룬다. 거대한 땅에 무궁무진한 자원은 14억인구 수만큼 불가사이하다. 구채구는 그런 중국의 압축판이 아닐까 싶었다. 

 

 

 

저녁식사는 이곳의 특식인 야크고기구이였다. 약간 누릿한 냄새가 나고 다소 질기다는 것만으로 비짠 음식값을 지불해야 했다. 관광객은 봉이다. 하긴 누구말따나 '돈 쓰러 온게 아니냐?'라고 자위하는 수 밖에~. 

 

포식하고 가무쇼에 한 시간반 빠져들었다. 쇼예술도 세계첨단을 선도하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볼만했다. 

호텔에 들었을 땐 몸은 녹초가 됐다. 아내의 상태는 말해 뭣하랴? 밤 열시 반이 지나서였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고 여행은 고행이다. 

2016. 10. 18

 

낙일랑폭포

 

 

줄서기직전의 밀려드는 인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