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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물의 요술경속으로 - 황 룡(黃龍)

물의 요술경속으로 - (黃龍)

 

-오채지-

편백과 주목 그리고 중국소나무가 검은 망토를 휘두르고 밤의 제국을 불침번하고 있는 민산산맥협곡을 달린다.

새벽6시반에 호텔을 나선 우린 해발4000m고산에 웅크리고 있을 황룡사냥 장도에 올랐다. 옷도 겹겹이 껴입었는데 고산의 밤은 으스스하다.

 

-편백숲길을 반시간쯤 즐기고-

 

어떤 분은 고산병예방약을 미리 복용하고도 산소통까지 챙긴다. 그 짓거릴 은근히 부추기는 듯한 가이드의 흉금을 헤아려봤다.

아니다, 마이동풍척하던 나도 아내를 쳐다보며 당신 괜찮겠어?’라고 립`서비슬 했다. 아내의 반응이 어째 시큰둥하다. 그런 아내의 속내를 몇 십년동거하면서도 알아채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다.

 

-만년설 뒤집어 쓴 민산산맥이 그림이다-

 

아내는 본시 건강체질이긴 하지만 연속 잠을 설친 여정이라 눈빛사냥부터 해야 한다. 한사코 꽁무니 빼는 자길 꼬드겨 집 떠나 개고생 시킨다고 부글부글 속 끓이고 있을지도 모를 아내의 귀국후환이 떨떠름해지는 거였다.

오늘도 날씨는 쾌청할 것 같다. 비 잦은 구채구일기속에 연속 맑다는 건 우리가 복 많다는 증좌라고 가이드는 말풍선을 띄워준다.

 

 

어제의 구채구 보단 가깝고 코스도 짧으며 관광객도 적을 텐데 꼭두새벽에 출발한 건 한군데 쇼핑하기 위해서였다. 편백나무에서 피톤치드액를 추출한 한국인사업체 방문 이였다. 난 관광패키지에서 방문하는 쇼핑을 그다지 선호하질 않는다. 서로가 상부상조하는 방편이거니 하고 장날 칠뜩이가 주인 따라 장에 가듯 한다. 암튼 그런 핑계로 황룡케이블카를 탄 시각은 11시였다.

 

-오채지-

 

케이블카로 약2km정도 올라가 울창한 편백숲에 내려 산책하듯 숲길을 즐기는데, 언뜻 코빼기 드밀곤 하는 하얀설보정이 미치도록 아름답다. 한 시간쯤의 숲속 트레킹은 어제의 여독 찌거기를 앗아가나 싶게 상쾌하다.

근데 포터 한 분이 지름 한 자에 4m쯤 될 사각장목을 등어깨잔등에 메고 오르고 있잖은가.

고산병예방약에 산소통까지 들고 등정하는 3500m고지대에서 생존의 처절을 목도하는 나는 시큰둥했다.

 

-골고다언덕을 오르는 예수를 연상케 한 포터-

 

감히 사진 찍는 것도 불경이다 싶어 얼른 뒷모습만 담았다. 한참을 오르니 똑 같은 장목이 길가에 있다. 그 분이 옮겨놓은 나무이리라. 좀 있다가 그 분은 여기에 그 장목을 내려놓고 심호흡하며 뿌듯 해하리라.

만족이란, 성취감은, 행복은 그분이 어쩌면 우리들보다 더 많이 맛보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삶이 별거냐! 행복은 관념의 향기 같은 것이다.

 

-금사포지-

 

한 시간쯤 산책을 즐기니 드넓은 오채지가 펼쳐진다.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황구렁이가 꿈틀대며 기어오르는 듯하여 황룡(黃龍)이라 명명했단다.

그 풍경구 상류엔 젤 아름다운 오채지(해발3,510m)가 있고, 693개의 큰 구슬 연못들이 줄줄이 계단식으로 이어져 오만모양의 연못과 물빛요술을 부리며 시선을 붙들고 있단다.

 

-금사포지계곡-

 

~! 지구상엔 참으로 별천지가 있단 걸 다시 절감하는 순간이다탄산칼슘과 석회성분이 물에 희석돼 흐르면서 빚은 현상이라지만, 기후와 햇볕과 시간이란 우주가 억만년동안 창조한 신비경인 것이다.

탄성 그리고 경외! 내 짧은 혀와 천박한 앎으로 어찌 표현하리오. 그게 또 자괴스러워졌다.

 

-만년설이 아닌 석회분장을 한 민산산맥이 깎꿍한다-

그냥 사진만 찍자. 그래야 어설픈 여행기라도 끌쩍댈 수가 있어서다. 어제 구채구에 이어 황룡은 나의 미의식의 반란을 충돌시킴이었다. 여태와 딴 판인 자연의 요술미!

그 요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황룡은 약 3,400개의 연못에 길이가 7.5km에 달하며 면적이 21,000로 구채구와 더불어 1992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

 

-물의 요술경에 취한 사람들, 설마 나르키시스가 나올라고?-

 

황금색계곡의 금사포지, 비취색갈의 쟁염지, 맹경도형지, 크림색의 분경지, 항룡사 참배객들이 폭포절벽속의 동굴에서 몸 씻고 갔던 세신동, 맨 아래의 영빈지 하며, 황금고리를 엮어 경사지를 만들고 그 위를 뛰어넘는 연대비폭과 비유폭포 등 헤아릴 수 없는 비경들을 눈길 한 번씩 주고 발걸음을 뗐다.

 

-깍꿍!하고 다가서는 백발노인봉-

남자가 싫었던지 시집은 안가고 황구렁이를 사랑한, 그것도 목숨까지 바쳐가며 황룡꼬리 붙들었던 우원이란 처녀를 기리기 위해 지은 2층누각에 엉덩이 살짝 얹었다 일어났다. 늙은 꼰대 냄새난다고 할까싶었다, 아니 시간이 없어서다나는 단체여행이나 산행에서 대게 꼴찌로 도착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별 해찰 다하려다보니 눈과 발바닥이 남들보다 훨씬 혹사당한다.

 

 

 

어제 구채구에서 다음출발지에 220분까지 모이라고해 210분에 도착했는데 모두 모여 나를 기다리며 반색을 하는거였다. 근디 어떤 분이

좀 일찍 오면 덜 미안할 텐데~?”라고 시큰둥했다.

제가 미안요? 일찍 와서 저를 미안케 한 여러분들이 제게 미안타고 생각해야지요라고 씨부렁댔던 게 맘에 걸리기도 했다.

 

-황룡사참배객들이 몸 씻은 폭포 뒤 구멍, 세신동굴은 엄청 크다. 원경이라 딱닥구리 집 같다 - 

 

그래도 오늘은 이틀 동안에 허물 튼 대전서 온 민**교수(정년 후 지금은 금욜에 딱 1시간출강 한단다)커플과 동행이 됐다. 실은 민교수도 눈깔이 한자쯤 튀어나온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해찰케나 하는 축이라 나와 아귀가 맞았던 게다. 나는 그가 사진전문 꾼인 줄 알았는데 취미삼아 앨범 꾸미고 있단다. 다소 맹랑했다.

 

 

 “어디가면 사진 찍는 통에 기다리느라 속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민교수부인이 마치 내 아내 변호하듯 투정한다.

글곤 아내와 민교수부인이, 민교수와 내가 자연스레 짝이 된 게다. 서로서로 지팡이 된 셈이니 안심이다.

오채지에서 영빈지까지 7.5km남짓의 물의요지경을 세 시간 남짓 훑은 셈이다.

 

-연대비폭-

 

개구리뜀질관광구채구와 달리 내려오기만 하면 되기에 편하게 구경했다. 아쉬운 건 빠듯한 시간 이였는데 오늘 다시 성도로 가야해서 버스에 몸 실었다.

올 때의 반대쪽에 엉덩이를 드밀고 잿빛민강과 차마고도와 장족과 야크가 선사하는 파노라마풍광을 감상하는 게다. 아님 눈 감고 설친 잠에 빠져 들던가~!

6시간 남짓을 엉덩이는 나를 잘 받쳐주기만 하면 되겠는데?

 

구채구와 황룡풍경구는 일생에 꼭 한 번은 봐야할 인간들의 버킷리스트다. 볼 게 한도 끝도 없지 싶지만 두 번 오긴 고생이 개개개고생일 것 같아서다.

항공편에 이어 고속철이 생긴들 그 많은 관광객들을 수용할 길이 지옥길일 테니 말이다.

 

2016.10.19

-민교수부인과 아내. 레즈비언같다-

 

-황룡사와 민산산맥-

-공사중인 데크길-

-오채지 아래 황룡사-

-민교수작품, 아마추어솜씨가 묻어난다-

 

-분경지-

 

-휴게소-

--포터의 지팡이가 튼실했다, 내 고향에선 고교때도 지게질 했었다-

-제2나르키시스가 안 생겨 다행-

-우원정-

 

--"여행기에 가이드얘길 써도 괜찮죠?"라고 묻자

"좋게 써 주실거죠"라고 웃었던 프로패셔널가이드- 

 

-풍경구 음식값은 비싸고 경내에선 먹을곳도 없다, 도처에서 꼬부리고 앉아 컵라면종류로 끼닐 떼우는 중국인들을 자주 마주친다-

-"사진 많이 찍으시네요" 라고 말문 튼 민교수의 뒷태,

구채구에선 내 말 안듣다 우린 엄청 헤맸다-

-어제 구채구에서 두 마님들 고집쫓다 얼마나 헤맸는지?

좀 설쳐대는 나에게 민교수커플은 '사뭇 날아다닌다'고 했다-

-사진찍기도 싫어한다. 마지못해 선 폼-

-나도 고교방학 때 저 지게를 짊어봤었다,

짐 싣고 일어서려면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 기억을 꺼내 고향엘 갔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