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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안산초록숲길 새벽 트레킹

안산초록숲길  새벽 트레킹

안산정상 봉수대에서 조망한 인왕산(중앙), 인왕산좌측 연봉이 북한산, 우측 봉우리는 북악산
안산 봉수대는 원래 상봉에 동봉수, 서봉수가  있었으나 멸실되어 100년만인 1994년에 동봉수대만 복원되어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됐다

폭염이 절정에 이른 7월30일 오후1시 부산해운도심엔 땡볕그림자도 없다. 푹푹 찌는 거리를 빠져나와 귀경 길에 올랐다. KTX는 뜨건 7월을 보상하나 싶게 쾌적한 냉방을 3시간쯤 서비스하더니 열섬(熱暹)서울에 나를 내질러 놓는다. 아까 부산 폭염은 양반이었다. 오후4시, 폭염이 누구러 질만한데 서울 뙤약볕은 숨길을 막힌다. 금년 날씨는 폭염과 폭우로는 양이 안차 ‘극한’을 보태어 ‘극한폭염’ ‘극한폭우’라고 기상청이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서울의 열대야 일수도 평년(4.8일)대비 약 4.8배인 23일로 기상관측 이래 젤 많았단다.

봉수대에서 조망한 관악산(중앙)방면의 시가지
여명직전의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연봉이 희미하게 스카이라인을 연출하고 있다
클라이머들의 암벽등반 아지트가 있는 바위

오랜만에 귀가(歸家)해서 맞는 서울의 극한폭염 열대야 밤은 새벽5시에 여명을 기다리는 잠자리신세가 됐다. 한 낯의 극한폭염 속에 트레킹 할 마땅한 장소가 생각나질 않아 아파트 뒷산 새벽트레킹에 나서려고 설쳐댔다. 안산(鞍山)자락길이나 초록숲길을 한 바퀴 소요하는 2시간쯤의 코스는 눈감고 다닐만한 숙지된 길이다. 부산해운대처럼 땅거미 질 때의 백사장트레킹을 할 수 없는 서울 울`아파트에서 달리 뾰쪽한 길이 없다. 새벽트레킹을 하지 않은 내게 극한폭염이 어거지로 내미는(?) 별식인 셈이다. 새벽5시에 안산트레킹에 나섰다.

▲백암약수터와 봉수대의 바위벼랑, 클라이머들의 암벽등반장소다▼
▲백암약수터 옆의 거대한 소나무석부작 거암분재▼

북문교회 앞 폐쇄된 군부대를 오르는 계단이 말쑥하게 새 단장을 했다. 동북쪽 인왕산에 걸쳐있는 회색구름이불은 아직도 꿈자리이다. 능안정에 오르자 수락산그림자 위 회색구름틈새로 여명의 기운이 솟는다. 서울생활 수십 년에 산정에서 여명을 맞는 것도 극한폭염의 스페셜선물이다. 백암약수터 초록숲길을 소요하고 정상봉수대(烽燧臺)를 향하기로 했다. 안산의 제일 멋진 백암약수터 주변의 바위군상들의 품위를 완상할 수 있는 코스다. 정상봉수대를 떠받치고 있는 천길 단애(斷崖)는 클라이머들의 꿈의 아지트다.

안산정상 봉수대를 오르는 클라이머들의 암벽등반 루트.

백암약수터에서 정상을 오르는 가파른 등산로도 바위를 다듬고 데크계단을 깔아 새롭게 정비를 했다. 내가 부산에 머문 지난 1년 동안의 변화다. 정상을 오르는 바위벼랑의 계단은 인왕산과 북한산 스카이라인이 안고 있는 서울의 동북부조감을 실사하는 멋들어진 뷰의 사진첩이 줄곧 펼쳐진다. 정상에 올라 봉수대를 휘돌면 광활하고 웅장한 서울의 전체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무악재구름다리를 건너면 인왕산과 북한산성이 손에 닿을 듯싶다. 여명(黎明)은 지금도 두터운 회색이불 속에서 보채느라 빛살마저 옹색하다.

안산(鞍山)이 말 잔등에서 파생된 이름임을 어림잡게 한다. 무악정(無岳亭)을 향한다.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길이 데크계단으로 말쑥하게 탈바꿈했다. 무악정에선 얼리버드들이 새벽체조로 아침을 열고 있다. 천년고찰 봉원사(奉元寺)를 일별하고 메타세콰이아 만남의 광장을 에둘러 우람한 벚나무의 사열을 받는다. 초록머리 치렁치렁 늘어뜨린 귀룽나무숲을 지나 아까 들렸던 백암약수터에서 석간수로 해갈한다. 안산자락길의 황톳길을 촉감하며 새벽트레킹 피날레에 들면 2시간여가 짱짱하다. 서울의 극한폭염을 보름동안 오늘같이 때우다 다시 부산해운대로 떠날 참이다.      2025. 07. 31

해골바위
봉수대에서 조망한 인왕산과 북한산과 북악산
북한산연봉과 불광촌-구파발 방면 시가지
남쪽 시가지 뒤로 관악산능선이 조망된다
남산타워
모악정에서의 아침체조
▲봉원사▼

봉원사 입구 마당에 수령 400여년의  느티나무와 100년생 1그루가 용트림하듯 기괴하고 장엄한 형태를 띄우고 있다.  대웅전은 정교한 건축술로 유명하다.  염불당(念佛堂 )은 흥선대원군의 공덕리(마포구 염리동) 별장인 아소정(我笑亭) 건물을 옮겨왔다

봉원사는 정조때 에는 전국 승려들의 기틀을 잡는 기관. 안산은 두 봉우리 사이가 움푹패여 길마(소에 짐을 실을 때 그 등에 얹는 기구)와 같다고 하여 '길마재'라고 불리었는데 이를 한자로 표기하여 안(鞍, 안장 안)산이라.

▲메타세쾌이아 숲▼
▲아름들이 벚꽃나무 숲길, 봄에 벚꽃길은 장관이라▼
▲귀룽나무 숲▼
바위가 짜낸 (백암)석간수는 극한가뭄에도 두 바가지쯤은 짜낸다. 나의 단골약수다
반려견 놀이터
▲황톳길▼
▲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