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바람의 요람 - 소백산 ★
새벽 세시경의 밤하늘은 검푸른 만큼 차고 청명하다. 화장실생각에 잠 깬 나는 오늘 칼바람의소백산 등정으로 잠을 설치고 있다. 소백의 칼바람은 지금 그곳에 어떤 신비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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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일 켰다. 와이티앤이 미네르바 구속을 토하고 있다. 일찍이 난세엔 영웅을 기다리고 몽매한 사횐 지혜의 여신을 갈구한다고 했다. 느닷없이 ‘지혜의 여신(미네르바)’이 사이버 세상에서 네티즌들의 열광을 받게 됨도 어렵고 힘든 사회 탓이리라. 그 여신을 검찰의 칼바람이 죽일(?) 작정을 한 걸까?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경제를 어렵게 했고, 국가신인도를 추락시켰으며, 전기통신법을 위반’한 피의범죄인으로 몰아 칼날 위에 세움이다.
3M(그들의 이너서클)이 걱정된다. 747로 시작한 에둔벌룬의 정책은 주가3000에 펀드와 주식에 투자하면 부자가 된다고 사자후를 토했는데, 그 말을 믿은 순진한 사람들은 본전도 반 토막으로 까먹어야 했고, 국민검역주권을 사시하다 촛불시위로 국가위신을 고양했고(MB), 경제성장률을 5~1%로 뒤집으며 뒷북정책을 펴며 경제를 말다가 환율시장개입의 무리수로 국고 수 조원을 거덜 나게 한 장관(MS), 있지도 않은 ‘뉴타운개발정책’이란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배지달기에 혈안 했던 의원(MJ)가 검찰의 칼바람에 어찌 피해 갈지가 가슴 조인다. 하기야 하찮은 내가 가슴 조인대서 검찰이 날 새운 칼을 거둘 리도 없겠다 싶어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차라리 소백의 칼바람에나 맞서보자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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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10시를 좀 지나 단양 천동골 기슭 주차장에 내렸다. 칼바람은 아직 늦잠을 자는지 골짜기엔 적요가 한기를 감싸 돌고 그 긴박함을 푸른 하늘이 지켜보고 있다. 쭉쭉 뻗은 삼나무군락이 파란 하늘에 거미줄을 쳐 도망을 못 가게 하늘을 붙들고 있는데 가파른 골짝 산등능선엔 앙상한 나목들로 울타리를 쳐 빠져나가려는 하늘을 이중으로 막고 있다. 좁은 협곡에 갇힌 하늘 속으로 산등성 넘어 햇살이 촉수를 날름거리고 있어 골짜긴 어둠을 씻는다.
한 시간을 그들과 즐기며 비로봉 오르는 길을 더듬고 있다. 소백은 산님을 위해 하얀 카펫을 길 위에 깔았다. 카펫의 쿠션은 오를수록 질감이 좋고 밟히는 경쾌한 소리도 청랑하다.
근데 슬슬 의구심이 솟는다. 날씨가 하 좋아 칼바람은커녕 서리꽃, 상고대도 만나보지 못할까 하는 조바심에 하산객에게 비로봉 근황을 물었다. “엄청 춥습니다.”란 단 답이다.
드디어 야영장 위 능선에 닿았다. 바람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바짝 엎드린 마른풀과 나무가 티밥가루에 법벅이 되어 가늘게 떨고 있다. 디카를 꺼냈다. 눈두덩 속으로 발을 디밀었다. 튀밥 먹고 있는 배고픈 나무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허나 이젠 디카를 어디다 초점을 맞춰야 할지 맹한 눈으론 갈피를 잃었다. 칼바람은 엊밤 언어도단의 신비의 세계를 창조해 놓았던 것이다. 아니, 역사(役事)는 진행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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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서리꽃, 눈꽃, 상고대의 역사가 칼바람 휘파람 속에서 담금질 되고 있어서였다. 소백의 칼바람은 촌스런 상찬(賞讚)은 사절한다. 비경에 놀라 토하려는 감탄도 입 틀어막고 감루(感淚)마저도 훔칠 새를 안준다. 좀 후엔 차라리 그게 났겠다싶어 위안했다.
이 신묘한 세계를 턱도 안 되게 씨부렁거렸다 소백한테서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기 십상일 테다. 바람과 운무가 별밤을 새워 탄생시킨 소백의 비경을 땀 한 톨 보태지 않은 내가 가볍게 입놀림을 어찌 할 수가 있으리오.
바람은 위대하다. 신비하다.
자연의 위대함도 일정 바람 땜일 것 같고, 바람의 신비는 자연의 조화일 것 같다.
소백(小白)은 희다. 하해서 소백이다.
그 흰 소백은 겨울의 극치미를 탄생시키고 있다.
경외감 돋는 소백의 황홀한 겨울은 바람의 혼이고 그 혼이 낳은 전설이려니 싶다.
소백에선, 겨울엔 말라빠진 하찮은 풀이파리도 예쁘게 살아난다. 참으로 아름다운 설화(雪花)를 피워 무시당했던 설음을 녹이고 있다. 쓰러진 풀 하나, 죽은 나뭇가지, 볼품없는 돌멩이가 누구의 눈길 한 번 받지 못했던 지난날의 슬픔을 털려는 듯 흰 조각 걸작품으로 태어났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 오직 그 만의, 그 뿐인 순결의 꽃-눈꽃은 너무 희여 눈부시다.
그 눈부신 설화를 빚은 바람이, 칼바람이 되어 미혹(迷惑)에 찌든 나의 시선을 가리려든다. 욕정에 벌겋게 물든 시선에 순정한 신비의 꽃 세계를 보여주기가 억울했던가 보다.
허나 난 악착같이 그 신비, 영롱한 세상을 헤집고 싶었다. 그 전설을····!
두 눈만 빼곤 완전 포장한 나는 비로봉에 거추장스런 몸을 구겨 넣는다. pm1시의 비로봉엔 나처럼 산적같이 포장한 무수한 사람들과 파란 하늘 사이로 칼바람이 포효하고 있다. 그 뿐인 다른 어떤 것도 감상할 엄두를 칼바람은 용납지 않았다. 사진 두어 장을 찍으려 장갑에서 빼든 손가락이 동상 옷을 입으려 하여 냉큼 거뒀다. 햇살님 수통이 어찌 좼는지 물방울이 튕겨 나오는 즉시 고드름이 되어 배낭과 외투에 달라붙고 있다. 코빼기도 못 가릴 마스크를 한 마태오님은 코가 떨어져나간다고 코를 움켜잡고 다니느라 천하에 불쌍한 신세로 전락했다. 내 평생 이런 칼바람 맞기도 소백의 선물이려니!
칼바람이 국회로 쳐들어가 나라망신살 끼운 폭력모리배들 대갈통 속을 도려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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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칼바람을 아는가.
그대여 소백산엘 와 보았는가.
그대여 겨울의 진목에 맞닥뜨려 보았는가.
그대여 상고대를 보았는가. 상고 숲에서 멱 감아 봤는가.
그대여 서리꽃, 칼 꽃, 백색산호의 보고, 그리고 이름 할 수 없는 온갖 눈 형상을 전시한 겨울아트페어에 초대받은 적이 있는가. 가 보았는가.
그대여 비로봉에, 칼바람 마실에 갔다가 혹 거기서 정신 깜박하진 안했던가.
그대여 바람에 혼줄 놓고 잠시 머뭇거렸담, 그대를 잃었다[無我]고 생각해 보았던가.
그 혼 줄이 한 생각[一念]이라면 일념마저 놓아버릴 때 참 나[眞我]에 이름이라고 불가(佛 家)에서 말함일 거라 생각해 보았던가.
그대여 그게 참 나였담 소백이, 바람이 덤으로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았던가.
그대여 난 모르겠네. 오직 소백엔 바람이 있고, 바람은 소백의 영혼 같고 그 영혼의 노랜 웅혼했었다고만 말할까 보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환장할 ‘신천지 교향곡’의 무대였다네.
09. 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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