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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하누넘서 안은 흐뭇함 - 비금도(飛禽島)그림,선왕산

하누넘서 안은 흐뭇함 - 비금도(飛禽島)그림.선왕산

 

희뿌연 안개를 헤친 여객선이 아가리를 벌리자 쏟아지는 인파에 파묻힌 나는 곧장 25인승셔틀버스를 탔다. 십 분쯤 달렸을까 이젠 맹숭한 밭뙈기 야산을 십 분쯤 터벅댔다. 아무렇게 쌓아올린 바위마실에 올라 바튼 숨쉬길 한다. , 근데 여간 근사하다.

엷은 안개속의 질펀한 들판이 섬일까? 싶고, 우측엔 회색바위산준령이 마치 설악능선을 옮겨놨나 싶어 여기가 정녕 섬일까 싶은 거였다. 골짝엔 암리저수지가 파란외눈박일 하고 발끝엔 야생화가 생뚱맞게 웃고 있다. 폐 속을 후비는 공기가 싸 할만치 신선하고 뿌연 시계는 몽환에 젖어들게 한다.

상암염전

글고 또 임`이 두 단짝을 여기서 해후해 종일 같이 즐길 수가 있었다. 안개속의 들판은 염전 아님 시금치밭이라. 100여 년 전만 해도 바다였을, 섬과 섬을 막아 간척하여 천일염을 생산하는 황금염전으로 둔갑했다. 고만고만한 50여개를 이은 간척지는 섬 같지 않은 넓은 벌판이 됐고, 그것은 한 염부의 끈질긴 의지와 도전이 낳은 역사의 알갱이가 집합 된 황금벌인 셈이다.

그림산능선

일제징용에 끌려가 평남 용강군 주을염전에서 혹사당한 박삼만은 1946년 이곳에 귀향하여 갯벌을 막고 염전을 만들어 천일염을 생산하는 실험을 했다. 바닷물을 가마솥에 부어 장작불로 끓여서 증발시켜 추출하는 자염(煮鹽또는火鹽)이 전통적인 제염이었던 당시에 그는 천일염에의 의지를 불태웠던 거다.

세상은 신념에 찬 개혁자의 불굴의 도전으로 발전하며 그 덕분에 살 만해진다. 바위산을 오른다. 아니 바위마실을 탐방한다. 바위마실 그림산은 암벽등반의 입질이지 싶게 재밌다. 능선에 오를 때마다 펼쳐지는 무대는 안무 뒤집어 쓴 들판과 산릉선이다.

바다는 가물가물하다. 누가 비금도를 하누넘이라 했을까?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과 바다만 보여서 하누넘이라 한다는데 적어도 오늘만은 비금도는 아니다 싶다. 그림산정상(226m)에 선다. 섬산의 높이는 허풍위세를 용납 안한다. 바위산을 그만큼 오롯하게 올랐단 얘기다.

그림산정 임`이

등짝에 땀이 베이지만 봄바람과 봄볕은 바닷바람에 얹혀 감미롭다. 비릿내나 끈적기를 감각하지 못해 내 후각을 벌렁대기도 했다. 공룡능선 타듯 바위마실 헤집기는 스릴과 긴장이 있어 좋다. 로프를 잡고 금강하여 안부에 닿자 느닷없는 성벽과 마주친다

우실-울실-석성

티가 밴 석성(石城)은 비금도에선 우실이라 한단다. 방풍울타리란 뜻의 울실의 변음인 셈이다. 대게 섬마실은 해풍을 막기 위해 돌담을 높이 쌓는데 들 넓은 비금도에선 하누넘에서 불어오는 재냉기(재 너머에서 부는 바람)피해를 막으려 산골에도 쌓았지 싶다.

하누넘, 재냉기, 우실과 울실이란 고운 우리토속어와 천일염의 효시를 품은 비금도가 진한 애착을 갖게 한다. 이 아래 내촌마을엔 높이 1.5m의 우실이 꼬불꼬불 3km나 이어진다는데 하산 후 탐방할지 모르겠다. 마을공동체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283호란다. 선왕산을 오른다.

바위 숲길된비알은 계속된다. 바위동네에선 코주부바위, 선바위, 똥바위, 하늘구멍바위, 대문바위, 눈깔바위등을 앞세워 악수를 청하고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덤으로 준다. 선왕산(255m)에 섰다. 11시 반이였다. `이 단짝은 오늘 나의 롤 모델이 됐다. 오늘처럼 인물사진을 많이 찍어보기도 첨이다.

내가 임`이 두 여산님을 만난 건 용추봉산행(2015,07), 글고 주흘산((2016.09)에 이어 세 번짼데 오늘은 된통 꼬박동행이라. 내 알량한 찍사솜씨가 맘에 들는지 모르지만 난 즐거웠다. 그녀들 아님 오늘도 영락없이 홀로산행을 이어갈 판이다.

하누넘해수욕장(모양이 닮아 하트해수욕당이라고도 함)이 내려다보이는 악어등뼈에 이르렀다. 악어등뼈능선은 울 셋이 정규코스가 아닌 왼쪽능선을 타고 하누넘해수욕장을 완상해보자는 욕심 탓에 전망할 수 있었다. 우린 악어등뼈능선과 하누넘해수욕장을 전망하며 점심을 들었다.

하누넘해수욕장 위로 발돋음하려?

어떤 산님도 외면하다싶은 한갓진 바위마실에서 옹골찬 점심땔 즐긴 셈이다. 다시 되짚어 올라서 악어등뼈를 타고 하누넘해수욕장을 향한다. 하누넘해수욕장 모래사장은 앙증맞을 정도로 아담하다. 모래입자도 고운데 모래사장이 하트모양 리아스식 해안을 이뤄 성난 재냉기도 침범 못할 것 같은 천혜의 해수욕장일 것 같았다.

하누넘해수욕장모래사장

해서 드라마 <봄의 왈츠>가 촬영된 장소라나! 오후1시 넘어 우린 다시 25인승셔틀버스에 올랐다. 출항배편은 오후 3시 반이라 2시간정도 여유가 있어 명사십리해수욕장이나 내촌우실마을 탐방을 못내 기대하고 있었다. 사실 셔틀버스측은 그렇게 약속을 한 터였다.

악어등뼈능선

근디 버스기사는 암소리 없이 우릴 선착장터미널에 내려놨다. 아까운 2시간을 볼 품 없는 선착장에서 노닥거리라는 배짱이었다. 나중에 호회장한테 들은 그들의 변명은 만조라 해수욕장이 볼 게 없어서였다고 갑질을 하더란다. 하누넘해수욕장은 만조가 아닌데?

하누넘해수욕장을 배경한 필자

초만원인 관광객들한테 셔틀버스 수량은 정해졌고, 돈은 이미 챙긴 터라 이유 같잖은 핑계로 얼렁뚱땅 한 게다. 비금도를 찾는 관광객모두에게 터무니없는 갑질을 하는 셔틀버스 측이라면 우리 모두는 비금도지자체에 항의댓글 한마디라도 남겨야 한다. 그들을 위한 항의다,

바닷물과 햇볕과 바람이 사람의 손길에 닿은 결정체-황금을 빚는 울나라 최초, 최대의 천일염의 생산지로, 이젠 시금치로 뒤덮인 드넓은 초원의 축복받은 땅이 하누넘이라. 목포에서 서쪽으로 백여 리() 떨어져 있는 비금도는 정규여객선으로 1시간정도 걸린다.

코주부거인상

면적44.6해안선 길이 89.2km의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청정해역인 비금도는 기암절벽과 해안풍광이 빼어나 찾는 이들을 달뜨게 한다. 버스행패만 아니었다면 아주 멋지고 즐거운 여정이었다. 아니 그거 아니어도 충분히 뿌듯한 하루였다.

어쩌다 어제오후 뒤늦게 끼어든 비금도행이 이렇게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될 줄은 미처 생각 못했었다. 그 자리에 동행케 해준 낭만산악회 호회장께 감사드린다. 글고 푸짐한 저녁에 난 가글까지 챙기는 행운아였다. 때론 미친척 철면피질 할 때도 서로가 즐거울 수도 있다. 

 2017. 04. 09

 

비금항입항 직전

일리저수지 위 첫 바위마실서 조망하는 간척지

쉰여 개의 섬을 이어 이룬 간척지가 안개속에 수묵화가 됐다

세 번째의 된빵 동행이 되는 해후순간

주름산-사다리산

그림산을 향하며

그림산을 오르는 통천구멍-덩치가 날씬(?)한 난 포기했다

눈깔바위

우실

대문바위에서 본 서부하누넘

공룡똥바위

촛대바위

내월리와 하누넘모래벌을 이는 꼬부랑산길

 

선왕산정상의 바위솔 군락

압해도와 비금도를 잇는 다리공사 중

선실의 요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