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비단그물버섯과의 시간
내가 산행 중에 버섯 모양과 색깔이 독특해 폰카에 담느라 뭉그적대긴 했어도 그런 쌈박한 시감(視感)과는 거리가 먼 하찮은 놈 땜에 엉거주춤한 건 솔버섯이다. 솔버섯은 회갈색을 띄운 채 무리지어 있어 그냥 못 먹는 버섯이란 선입견에 본체만체 했었다. 그러다 며칠 전 옥녀봉 7부능선에서 탐스럽게 무리지은 놈들을 발견해 두 송이를 채취해와 인터넷검색에 들었다. 솔버섯은 학명이 황소비단그물버섯인데 학명 그대로 공영어가 된 식용버섯이었다. 주로 소나무와 참나무과 수종이 혼재하는 곳에서 무리지어 발견되는 황소비단그물버섯은 다양한 영양성분이 함유되어 있고, 약용효능이 뛰어나단다.
또한 황소비단그물버섯은 맛과 향이 좋아 식용버섯으로 애용되지만 비슷한 종류가 많아 함부로 채취해선 안 된다. 처음에는 밝은 갈색이던 버섯색깔이 시간이 지나면 진한갈색으로 변해 가는데 버섯꾼들이 젤 많이 채취하는 버섯이란다. 9월부터 자생하는 황소비단그물버섯은 습기 없는 곳에선 겨울에도 건조한 상태로 발견된단다. 내 어릴 적에 마을 뒤 야산에서 어른들이 솔 버섯을 채취해 나물해 먹었던 기억이 어렵푸시 생각났다. 어르신들 말로는 늦가을 버섯은 식용버섯이 많다는 말도 했었다. 암튼 나는 엊그제 옥녀봉 등산 중에 놈들을 채취하려고 맘먹고 나섰었다.
여름철에서 초가을쯤 산행 중에 걸핏하면 나를 유혹했던 그 많은 버섯들이 다 어디로 숨어들었을까? 찬바람에 놈들도 종적을 감췄겠지만, 설사 살아있는 놈들도 낙엽에 파묻혀 발견하기 어려웠다. 다행이 두세네 군데서 황소비단그물버섯 몇 송이씩을 채취했다. 건조 상태거나 이미 부패한 놈이 태반이어 싱싱한 놈은 찾기 어려웠다. 버섯채취에 올인 하다보면 시간을 잊는 몰아(沒我)의 경지 행선(行禪)에 들게 된다. 일념에 드는 묵상일도(黙想一道)는 선에 이르는 처처불상이 아니던가! 어떤 일에 집중한다는 건 치유의 순간이다. 그 일념끝에 조그만 비닐봉지 절반이상을 채웠다.
귀가하여 신문지를 펴놓고 다듬다가 다시 노트북을 펼친다. 버섯보관은 건조시키는 방법과 끓는 물에 5분쯤 데쳐서 찬물에 헹궈 수분을 약간 뺀 다음 냉동 보관한다. 나는 데친 버섯 몇 개를 참기름소금장을 만들어 찍어 먹었다. 소나무향이 난다는데 넘 데쳐선지 향기는 별로였지만 식감은 좋았다. 다음날 아침에 돼지고기김치찌개에 넣어 끓여 먹었는데 얼큰한 국물에 오돌오돌 씹히는 식감이 썩 좋았다. 진즉 채취 못한 게 아쉬웠다. 명년엔 황소비단그물버섯 채취에 나서야겠다. 두 끼 식사반찬으로 즐긴 솔 버섯은 건강영양식품으로 인터넷상에서 호평이었다.
황소비단그물버섯의 영양성분은 나트륨, 단백질, 아연, 당질, 철분, 칼륨, 칼슘, 회분 등이 함유되어 있단다. 비타민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성분은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 피의 흐름을 좋게 하며 면역력을 증가시켜준다. 또한 당뇨, 고지혈, 고혈압등 성인병질환에 아주 좋다고 웹상에 기술해 놨다. 버섯을 손질할 때 갓 아래면의 관공부위는 부패하기 쉽고, 곤충 및 애벌레가 기생할 가능성이 있어 싱싱하지 않은 그 부분을 떼어내고 요리한다. 황소비단그물버섯은 끈적임이 강해 채취 후 즉시 끓는 물에 데쳐 말끔히 씻어내는 게 좋다.
데친 버섯은 분홍색 내지 자색을 띄는데 깨끗이 씻어 수분을 뺀 후 소금을 약간 푼 기름장에 찍어 횟감처럼 먹거나. 밑간한 버섯을 밀가루나 쌀가루 묻혀 계란에 부친 전으로도 맛있는 부식이 된다. 솔 버섯나물은 살짝 데친 후, 참기름, 간장, 다진 마늘, 깨소금 등을 넣고 버무려 만든다. 또한 각종 채소에 마늘과 간장, 참기름을 넣어 함께 볶아서 야채볶음 반찬으로, 기름에 살짝 구워 소금을 뿌리면 버섯구이로, 된장국 찌개에 넣어 맛좋은 국거리로 즐길 수 있단다. 야생식용버섯은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한 식자재지만 독버섯이 훨씬 많아서 절대 함부로 먹어선 안 된다. 나는 사실 버섯반찬 보다는 채취 때 올인 하는 일념을 즐기고 싶다. 2024.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