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5월의 눈부신 비경
초여름햇살이 송계계곡을 넘실댄다. 연초록이파리들이 아침햇살로 세안을 하느라 가늘게 떨고 있다. 이름 모를 새가 늦은 모닝콜로 골짝을 깨우고, 청량한 풀냄새가 살갗을 파고든다. 연초록파스텔 톤 송계골짝은 컬러테라피의 보고다.
아! 이 깊은 초록골짝을 스킨십 하는 물길이 마르지 않았다면 유토피아가 여기가 아닐까?싶다. 아침햇빛 머금은 연두이파리라니~! 동창교에서 송계삼거리까지의 2.5km쯤의 숲 터널은 초록이파리가 세수한 빛깔에 취하는 체감만으로도 찌든 일상을 털어낸다.
언제 다시 이런 골짝을 더듬을 수가 있을까 싶게 말이다. 한 시간 반쯤의 신선감은 이제부턴 영봉을 향하는 된비알 길의 땀 솟는 소리 - 헉헉 심장박동소릴 들어야 한다. 두터운 초록터널을 뚫은 햇살이 심장까지 파고든다. 손수건을 꺼내 심장이 뿜어낸 찌꺼길 훔쳐낸다.
초록차일을 보며 들이마시는 신선한 공기는 컬러테라피의 생수다. 연연분홍철쭉이 신록 속에 숨어 추파를 던진다. 그의 고혹적인 미소가 헤어졌던 애인만큼 반갑다. 빨강 병꽃은 나를 기다리다 지쳤던지 잿빛사색이 돼 고갤 떨구고 있다.
그늘사초가 아침햇살에 머릴 곱게 빚고 내 발을 스킨십 한다. 그 등쌀에 번지기 시작한 리듬의 파장이 파도를 일궈 미풍으로 산등을 타고 달리다가, 바위절벽에 부딪쳐 되돌아 와 나를 애무하는 시원함이라니~! 모처럼 그 완만함 속의 청량함을 즐기는데 느닷없이 울창한 푸나무 사이로 시꺼먼 바위산이 어른댔다.
바위산은 얼핏 거대한 삼각형 꼴이다. 그놈은 사타구니깨를 철망을 휘둘렀고, 나는 그 별 볼일 없는 사타구니를 더듬으며 한 바퀴 빙 돌자 철계단, 구름다리, 다시 철계단은 지그재그로 연결하여 고층빌딩건설의 비계를 오르고 있잖은가? 착각케 한다.
월악은 리모델링중인가? 철파이프 비계로 칭칭 얽혔다
월악산은 산이 아닌가 보다. 고층빌딩이다. 그 고층빌딩을 리모델링하기 위한 공사로 비계를 설치했다.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비계를 한 계단씩 오르고 또 오르고 또, 또, 또를 쉼 없이, 진 다 빠지도록 계단을 밟아야한다. 다만 하나 800m를 오르며 진 빼는 고역 속엔 아찔함과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에 속절 없이 미쳐버린다는 것이다.
그 많은 골짝들, 수없이 뻗어 나온 능선들, 그 골에서 피운 안개, 안개를 타고 흐르는 산릉의 선의 율동, 율동의 파장이 너울대는 파도, 파도의 해일, 해일 끝의 하늘금을 나는 알지 못한다. 가늠할 수도 없다. 모르기에 글로 쓸 수가 없다. 멋진 풍경에 미쳐보려고 비계를 오르고 있다.
하나 있긴 있다. 북쪽 산골을 매꾼 푸르스름한 충주호수가 아름아름 하단 것을~! 비계 땜에 이런 호사를 누리니 좋긴 하다. 불광불급이라 했다. 허나 월악정상에 오르기 위해 꼭 이렇게 철재비계를 창창 감아 설치했어야만 하나?를 하산하며 생각해 봤다.
하봉 뒤로 충주호가~
월악은 달밤에 멀리서 보는 하얀 바위산일 때의 산이다. 비계 밟고 올라서는 산이 아니다. 자연은 신비를 잃으면 자연이 아닐 것이다. 신비를 잃은 자연은 생태계의 종언을 의미한다. 부탄사람들은 신비한 히말라야의 자연으로 먹고산다. 히말라야산이 먹여살리는 동물 중의 한 족속이다.
그 신비경에 감동하고 싶어 세계인들이 돈 싸들고 비자 내길 학수고대 해도 아쉬운 놈은 마냥 우리들이다. 1년치 유치할 관광객 수가 정해져 있고, 입국한 관광객은 가이드 없인 관광을 허락치 않으며, 가이드인원을 늘리지도 않는다. 그래도 누구 하나 시비 걸지 않는 갑질을 세계를 향에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인류의 미래재산이며 우리후손들의 삶의 터이기에 누구도 함부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부탄인들은 세계에서 최빈국에 속하지만 행복지수는 최상위다. 부탄인들이 히말라야트레킹을 하는 때도 별로란다. 다만 자연의 법칙에 따른 순응, 자연인으로써의 삶이 축복받은 삶이라 여겨서 안분자족 할 따름이다.
철파이프에 얽힌 월악산은 수술대에 오른 병든 산처럼 보이기도 했다. 안쓰럽단 생각이 드는 거였다. 아까 물기밴 산양똥이 등산로에 있었는데 놈은 사람들이 밉고 아니꼬아서 우리가 다니는 길에 배설을 깔겼는지도 모른다. 똥냄새나 실컨 맡으라고-. 마애불 앞에 섰다. 대단한 조각품이다.
마애불,덕주공주의 전설을 생각케 한다
덕주공주가 8년을 공력 들였단 전설 같은 얘기도 있다. 허나 덕주공주가 마의태자와 여길 찾았을 땐 이미 아픈 몸인데다 곧 세상을 뜬지라 그저 전설일 것이다. 공주는 여기 남고 마의태자는 신라의 재건을 꿈꾸러 개골(금강)산을 향한다. 남매의 통한이 서린 영원한 이별의 골짝인 셈이다.
마애불 뒤 본당 처마 끝의 삼성각아래 바위굴에 감로수가~
앞서 아비 경순왕은 저 아래 문경새재를 넘어 이미 개경으로 떠난 참이었다. 왕과 태자와 공주가 각자 갈 길을 찾아 떠난 루비콘산맥이 여기였지 싶다. 신라건국927년, 제55대 경애왕이 포석정에서 연회를 즐기다 후백제의 견훤한테 습격당해 죽는다.
송계삼거릴 지나 되돌아 본 월악
하여 왕위를 계승한 경순왕은 그렇게 죽는 것 보단 왕건한테 투항하는 게 낫다고 생각 했을 터다. 하여 990여년을 꽃 피운 신라문명을 왕건한테 헌납하고, 왕건의 딸을 챙겨 장인보다 더 늙은 사위가 됐고, 젊은 장인보다 15년을 더 살았단다. 그런 패륜왕 - 아버지한테 침 뱉지 않을 수가 없었을 남매였으리라.
공주의 병은 어떤 병이었을까? 상상이 된다. 경순왕은 전쟁을 피했으니 백성들한테 잘 한 짓일까? 삼성각 아래 바위굴 속에 석간수가 있다. 기어들어가서 한 종박 떠먹는 약수는 감로수였다. 덕주사를 먼발치로 훑고 학소대와 자연대 덕주산성은 주마간산식으로 곁눈질 했다.
물길 마른 학소대와 자연대는 시스루를 걸치지 않은 노파몸꼴이나 진배없다. 송계골 물길이 덕주공주의 아픔을 씻을만큼 드셀 때 다시 찾고 싶다. 그 물길의 아우성을 듣고프다. 역사자연관찰로도 시간 없어 외면한다. 덕주탐방지원센터주차장에 든 시각은 약속한 오후 3시반쯤 이였다.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덕주사
오늘 월악산행을 고지한 둘리산악회에 끼고 싶었다. 근디 비회원이라 카페를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어젠 (만석일 거란 걸 예상함서)미친척하고 회장한테 전활 넣었다. 기다려보라고 전활 끊은 회장이 자릴 마련하겠다는 메시질 보내와 오늘 새벽 둘리산님들 틈에 낀 거다.
너무나 뿌듯한 산행 이였다. 걷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 수가 있으며, 아는 만큼 기쁠 수가 있다는 건 만고진리다. 둘리산악회가 오늘 내게 그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준 나들이길 이였다. 둘리 파이팅~! 2017. 05. 21
필자가 정오에 영봉정상 올라 5분을 대기한 인증
송계교를 통과한 시각은 오전 9시반쯤
숲 사이로 얼굴만 빼꼼 들어낸 월악
월악사타구니깨를 더듬다 허공다리에서 마주 친 산릉
허공다리
철파이프 비계오르기는 끝이 안 보인다
정오에 영봉우듬지에 선 필자
중봉을 향한 철계단 아래서 본 영봉
영봉서북쪽 암벽
충주호
영봉 밑의 데드라인
덕주성
학소대
자연대
붉은 점선이 오늘의 산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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