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짬이나 들어왔어요.
그래요, 편하게 사세요.
이성도 분명히 친구인데,, 미술관도 갈 수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지만,그때 (발전하게 될 때) 혹 같이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
바로 친구임을 부정하는 거에요.
그게 샘의 이성 바라보는 관점이었어요. 미술관을 가볼까요? 관심 있다면 반응을 보이면 되는 거였어요.
"아직은 아니다, 미술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다, 그러니 조금 공부한 후에 같이 가보면 안될까요?" 이런 식으로 왜 안 묻죠?
좀더 발전하면...
뭐가 어떻게 발전한다는 거죠? 우린 친구에요. 그래요, 아내를 사랑하고 친구도 사랑하고, 이렇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친구라구요.
왜 세상에 부부만 사랑할 수 있는가요? 세상 누구사 사랑할 수있다고 봐요.
샘이 그렇게 말했잖아요. 발전하면... 나중에 어떤 관계로 발전하면...
친구가 발전하면 어떤식으로 발전하죠?
그냥 친구는 영원한 친구예요. 왜, 그걸 부정하죠???
그렇다고 견고한 울타리를 깨고 나올 용기도 없으면서.
그건 둘 다에게 모욕이에요.. 맞아요. 샘의 그런 마음이라면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것도 괜찮겠죠?
왜,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죠..
뭘 그리 세상에 잘못햇다고..
전화 한 번 하는 것도 죄인마냥 힘들어하죠?
그리곤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죠?
---^^--
나도 샘 좋아해요.벌써 우리가 조계산에서 만난지 두어달 되가나요?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때문에 정도 담뿍 들었다구요.
운보의 그림에 태양을 먹은 새가 있어요. 사나이라면 그런 열정도 품고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알을 깨고 나올 것이 아니라, 가슴에 품고 빛을 발하는 것도 진짜 사나이 아닌가요?
시간이 더 지나 로망을 꿈꾸는 대상이 변샘이 될 수 있다고 했죠. 그땐 어쩌겠다는 거죠?
로망을 꿈꾸고 있는데, 제가 거기에 걸맞게 거듭나야 하나요? 우린 친구에요.
시간이 흘러 물론 로망을 꿈꾸고 싶게 만들어주는 친구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세월과 함께 묻어나는 자연스런 감정 아닌가요?
그럼 편지를 주고받다가 이건 아니다 싶으면 로망을 꿈꿀 수가 없겠네요. 그게 무슨 친구죠?
친구란 서로가 조금 부족해도 이해해주고, 도와주고 같은 방향을 향하여 나아갈 수도 있고, 다른 방향이지만, 인정해주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도리 아닌가요?
저 솔직히 그러고 싶었어요. 샘을 통해서 뭔가 저에게 도움 되기를 바랄 뿐이었어요. 나이들면 친구 만나기도 힘들어요. 그만큼 고착된 사고를 깨뜨리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이런 관계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결코 좋은 친구를 두고 살아갈 수 없는 거죠.
이성간에 말입니다. 그래서 떳떳한 행동들도 샘처럼 늦은 밤에 확인하고 답글을 쓰고 그러죠. 저 그정도는 다 이해해요.
샘이 그랬죠? 변샘과의 편지를 통해 이성간에도 친구가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고.
그러면서 왜?? 시간이 흘러 로망을 꿈꾸기를 바라죠? 무슨 로망을요? 제가 어떻게 해야 저에게 로망을 꿈꿀 수 있게 할까요?
저 그저 친구일 분이에요. 그렇다고 샘이 껍질을 깨고 나와 새로운 껍질을 만들만큼 용기가 있나요?
샘 보니까 결코 그럴만한 사람도 아닌 것 같던데.
그럼 그나마 맘이 통하는, 아니 말이 통하는 친구를 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도 행복 아닌가요?
제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잖아요? 저도 그랫어요. 그래서 우리 애들한테 좋은 친구 뒀다고 자랑했어요. 글도 보여주고요.
그런데 샘을 친구를 원한 게 아니였어요. 로망을 꿈꾸었던 거지. 아직도 어린앤가요?
첫사랑의 진한 추억을 더듬어보고 싶어요? 이 나이에 그런 첫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진하게 해서 쫑나기 전까지 가봤다고 해서 샘은 멋진 친구로 거듭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친구라면 또한 뜻이 통한다면 미술관도 같이 가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물론 아직은 농담으로 흘린 말이긴 합니다만, 농담이기 전에 왜, 미술관정도 동행하면 안되는 건가요?
빈강정인줄 알면 변샘이 떠나버릴까 봐서라고 했었죠. 저도 빈강정이네요.
서푼어치도 안되는 지식이 그리 중요한가요? 그럼 애초에 지식이 담뿍 든 친구를 두는 게 옳지 않을까요?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나오는 친구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었죠.
거기에 그렇게 나옵디다. 남편만 사랑하고 제 자식만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그래요. 친구간에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오랜 친구로 남겠어요?
그 사랑을 고결하게 지켜나가는 것도 서로의 몫이죠.
남친과 5년 넘게 사귀면서 질린 게 바로 그거였어요. 가정도 버리기 싫고, 친구는 애인처럼 갖고 싶고.. 애인하고도 살아보고 싶고.
그렇다고 가정을 깰만한 용기도 없고.. 그냥 다 갖고 싶은 거죠.
이 세상에 가장 잘 통하는 친구니까, 아무리 변덕을 부려도 갖고는 싶고, 죽도록 아파도 친구를 잃기는 싫고, 애인하고 싶고..
이러면 되겠어요? 친구를 그냥 친구로서 사랑하면 안되나요? 꼭 겉으로 표현해야 더욱 다정한 친구가 되고 돈독한 친구가 되는 건가요?
전 그래서 사랑에 올인하는 남자를 더 존경해요. 갈팡질팡 하는 남정네보다는.
애초에 그럴 능력도 없고 용기도 없으면 울타리 잘 지키면서 사랑하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사랑하는 여자가 있을지라도 가슴에 품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살라는 거가 나쁜 건가요?
운보의 태양을 먹은 새처럼 말입니다.
저 그렇게 샘과 친구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화가 났어요. 편지하는 것마져 눈치보는 사람이 더 큰 로망을 꿈꾸면 되겠어요? 우리가 어린애가 아니잖아요. 첫사랑을 경험할 나이도 지났잖아요.
저를 사랑하다가 제가 샘과 살고 싶다 하면 그럴 용기 없잖아요. 저는 미치도록 사랑한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올인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그런 내색 표현하지 않아요.
상대는 내가 아니니까요.
좋은 친구, 이래서 힘이 든거랍니다. 아내 눈치 남편 눈치 모두 봐야하는 현실. 그 현실앞에 무력한게 인간이죠.
그래서 내 감정 상대에게 드러낼 수 없는 것.. 그렇게 모든 미련 다 갖도록 하고서 모든 것 다 가지려고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모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우쳐주고 싶었어요.
얼마나 되었다고 제가 샘에게 이런 얘길 하는지 모르겠네요. 샘이 어쨌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샘에게 말입니다. 저 샘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요. 그저 예쁜 딸 셋 두고 어여삐 생긴 아내가 있고. 이것도 샘의 말을 빌리자면.
저 그정도밖에 잘 몰라요. 그리고 산을 좋아하고, 그 산을 갔다오면 산행기를 열심히 쓰는 소년같은 남자,, 이정도 밖에 알수가 없네요.
뭔가 통할 것 같은. 그래서 친구하고 싶었던.. 나이들어 누가 끼워주지 않아도 우리끼리 친구할 수 있는..
그나마 말이 통하는, 편지를 할 수 있는,,,가슴에 품은 이야기를 나열 할 수 있는. 내 편지의 내용을 어려워하지 않고 공감해주는..
혹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알기위해 노력하는.
저 그래서 샘이 좋았어요. 또다른 로마인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는 읽었어도 또다른 로마인 이야기가 있는 줄도 몰라요.
오페라 책을 빌려왔다는 소리에 저 샘이 좋았어요. 그런 샘이 소년같아 좋았다구요.
아, 서로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주는구나, 해서 좋았다구요.
제게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게 좋았다구요.
그걸로 만족하면 안 되는 건가요?
비록 눈치보며 마누라 몰래 편지써도 귀엽고 예쁘게 봐줄 수 있는 친구, 그걸로 만족하면 안되는 거나요?
로망을 꿈꾸지 말고요. 시간이 흘러 서로를 아프도록 사랑하는 날이 올지라도 그걸 감출 수 있는 친구가 되면 안되나요?
이런 것들이 바로 친구사이에 로망 아닌가요? 거창하지 않고..
세상은 꿈이 아니데요. 남이 사랑하면 불륜이고, 내 사랑은 로맨스라고 하데요.
남이나 나나 로맨스이기를 바라면 안되나요? 둘째가 샘하고는 이젠 끝낸거야? 제가 행복해 했던 순간이 생각나는지 둘째가 묻네요.
전화로.. 아빠에게 진한 사랑을 주지 못하는 엄마가 안쓰러웠던지... 묻네요.
샘에 대해 잘 모르면서 천방지축 또 떠드네요.
자기본위의 생각만으로..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