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의 부산시민공원
봄의 여신 마이아(Maia)가 해빙(解氷)의 대지에 푸른 생명력과 풍요를 선물하여 5월의 햇살 속에 만화방창하자 ‘계절의 여왕’이란 헌사를 바쳤지 싶습니다. 5월을 뜻하는 May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봄과 성장, 생명의 여신인 마이아의 이름에서 유래했답니다. 싱그러운 새싹과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은 무한대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 향(香)과 농밀한 꿀까지 준비합니다. 매파(媒婆)들을 유혹하려는 고단수 생존경쟁인 셈이지요. 벌`나비를 비롯한 곤충과 조류들을 불러들여야 씨받이를 할 수 있어섭니다.
그런 향기와 액체는 질병과 포식자들을 방어하는 식물의 생물학적인 보호막인데 유독 사람한테는 무위하답니다. 사람들은 식물의 향과 액체를 지네들의 욕구실현을 위한 재료로 역이용합니다. 인간 - 여성들이 향기로 짝을 유인하는 것도 식물에서 배웠지 싶습니다. 5월은 향기(香氣)의 달입니다. 꽃들은 저마다 독특한 향을 피워 씨받이를 하지요. 길을 걷다 꽃 앞에서 잠시 발길을 멈춰봅니다. 아름다운 우주의 신비를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않습니까? 황홀경에 취한 영국의 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는 독백합니다.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이라고.
계절의 여왕 5월의 산천을 소요하다 아름다운 꽃 앞에 머물며 향기에 취하는 행복과 낭만은 암 때나 가능한 게 아닙니다. 내가 오늘 부산시민공원을 찾는 까닭은 온갖 식물과 꽃들이 저마다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지 싶어서였습니다. 황홀한 아름다움과 매혹적인 향기를 공짜로 즐길 수가 있어섭니다. 사실은 꽃들이 기다리는 매파가 아닌 나는 그저 훼방꾼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정녕 꽃들이 경계해야할 사람은 남성 보다는 여성일 겁니다. 여성들이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유독 좋아하는 동병상린 적(敵)이기 십상이어섭니다.
여성들이 향기 좋은 향수를 찾는 만큼 그런 향기의 꽃은 향수의 원료로 이용 될까 싶어섭니다. 시민공원 장미 뜰은 여성들 차지네요. 어쩌다 호랑나비 한 마리가 장미꽃에 앉습니다. 여인들이 쫓아가 폰`카에 담으려 조심스럽습니다. 사람냄새가 풍겼을까요? 놈은 사뿐사뿐 날아올라 떠나버립니다. 장미가 경련합니다. 여운만 남은 허공입니다. 벌`나비가 있어 꽃은 존재하고, 우린 꽃 앞에서 서성대며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한 행복한 시간을 향유합니다. 자연과의 공유와 공존의 삶은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지혜지요. 자연의 보고(寶庫)에 새삼 눈뜨는 5월입니다.
5월은 온 천지가 행복의 초대소입니다. 꽃과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부산시민공원은 발 내딛는 곳이 죄다 머물 곳이고 쉼터입니다. 번잡한 도심 속에서 계절의 여왕 품에 안겨 봄의 향기에 취하는 행복은 생존의 권리일 텝니다. 폼 나게 잘 다듬어진 싱그러운 공원에서 가족과 지인들과 연인과의 시간은 낭만적입니다. 그런 낭만적인 정경이 공원 구석구석에서 멋진 삽화가 됩니다. 그 삽화 한 컷을 담느라 수다를 떨고요. 5월은 가정의 달이지요. 나는 오늘 그게 아쉬워 아내와 애들한테 전활 넣습니다. 허허한 아쉬움 조금은 달래봅니다.
부산시민공원(47만1578㎡)은 일제가 경마장으로 사용한 터라네요. 일제의 조선총독부는 경마장을 돈벌이로 운영하고, 군사적 목적으로도 활용했습니다. 8.15광복 후에는 주한미군사령부(캠프하야리아)가 들어서 70년간 주둔한 군사지역이 됩니다. 2006년 하야리아 캠프기지가 폐쇄되면서 공원조성계획이 수립됩니다. 8여년의 공사 끝에 2014년 5월 시민공원으로 태어났답니다. 도심 한 복판의 시민공원은 구릉이 없는 드넓은 초지입니다. 다양한 수목과 원예작물과 위락시설과 쉼터가 호수와 어우러진 부산의 에덴동산일 듯싶습니다. 부산시민들은 행운아입니다. 2025.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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