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오시리아-해동용궁사-오랑대)
세상의 길이란 길은 내가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걸어가는 길입니다. 목적이 무엇이던 간에 그런 기대와 희망으로 집을 나서 길을 걷고, 그 길은 우리 몸의 세포처럼 세계로 이어져 죽는 날까지 쉼 없는 여정(旅程)에 들게 합니다. 낯 설음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동화하여 기대감을 엮습니다. 그렇게 희열을 체감하며 사회인이 되지요. 길 떠남은 외로움과의 싸움입니다. 새로움과의 만남이고 교분 쌓기지요. 거기에 보람이 있고 그게 생의 의의이니까요. 근디 난마처럼 얽힌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지처 노후에 이르고 홀로되기 십상입니다.
혼자 된 외로움은 지친 심신을 병마(病魔)의 길로 인도하곤 하지요. 우리나라 통계청에 의하면 전체 65세 이상의 노인 중에 독거노인이 2000년 16.0%에서 2024년 22.1%로 증가했답니다. 그중 34.8%는 몸이 아파도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고, 32.5%는 대화상대도 없답니다. 외로움은 심장질환, 치매, 우울증 및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시킵니다. 심장마비 또는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29%, 뇌졸중 위험을 32% 증가시킨다고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했습니다. 외로움을 느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 됩니다.
만성적인 코르티솔 분비는 혈압을 올리고, 복부비만을 유도하며, 기억력에 관여하는 해마를 손상시킵니다. 결국 외로움이 우리 몸의 노화에 가속장치를 하는 셈이지요.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부모와 자식 간의 좋은 유대관계 속에서 사랑을 진작시키며 신뢰에 관계하는 호르몬입니다. 이른바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불안을 완화하며,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작용을 합니다. 엄마가 아기를 안아줄 때,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지며 옆에서 보는 사람도 평온해 지는 호르몬입니다.
옥시토신이 항염증 작용과 산화스트레스 저해작용을 하여 세포의 노화를 늦출 수 있습니다. 친구와 같이 식사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우정 어린 악수와 포옹 등 다른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는 옥시토신 호르몬을 증가시킵니다.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교감으로 옥시토신은 증가하여 강력한 노화 억제제가 됩니다. 오늘 당장 가까운 누군가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고. 그리운 사람을 찾아보고, 소원해진 사람에게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 보세요. 혼자가 아닐 때, 사랑하는 다정한 사람들과 늘 연결되어 있을 때 노화의 속도를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홀로생활한지 1년차입니다. 처음엔 낯선 곳에서의 갑작스런 생활의 변화가 불안하고 외로웠지요. 다행이 나는 아직 건강한 몸에 홀로 산야를 탐방하는 길 걷기에 이골이 나 있습니다. 아내 말따나 나는 태생부터 개 넋이라 산천누비기를 좋아했지요. 낯선 곳 - 부산은 집 나서면 죄다 가볼 곳입니다. 매일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습니다. 낯선 곳에선 별게 아닌 것도 새롭습니다. 희열이 생기고 심신에 활력이 솟습니다. 귀가하여 그곳에서 교감한 정황을 낙서(落書)로 세상과 교신하다보면 외로움을 느낄 짬이 없어집니다. 옥시토신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진 걸까요?
오늘 오시리아 신천지 - 해동용궁사 - 오랑대 해변공원- 대변항 - 해광사를 잇는 해파랑길 2~3코스 트레킹에 나섰습니다. 두 번쯤 하이킹해서 낯선 곳은 아니지만, 굴곡 없는 평탄한 해안 길에서 즐기는 동해안의 절경이 ‘소요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어섭니다. 오시리아 역사 앞 벌판은 롯데월드로 개벽천지 했고, 해동용궁사는 석탄일 봉축행사 참례 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별난 낯선 트레킹이 됐습니다. 세상은 늘 변하는데 늙어가는 나는 더 뒷걸음질 치나싶어 자조하게 되지만 그 변화의 꽁무니에 줄서기를 포기할 순 없습니다.
오랑대공원에 들어서 느긋하게 상큼한 5월의 기운에 빠져들었습니다. 파릇파릇 솟는 새싹의 봄 한 가운데를 소요하는 상춘객들이 정겨워 보입니다. 어린애손을 잡은 부모, 강아지를 동반한 애견가족, 팔짱 낀 커플, 벤치에 앉아 동해를 품에 안는 로맨스그레이, 해안 바위틈새에서 노다지(?)줍는 동심(童心)의 풍정이 나를 평온의 유토피아로 안내합니다. 벤치에 앉아서 해원을 달려온 파도가 검은 바위와 격렬하게 포옹하는 아우성과 포말에 나는 찌든 일상을 헹굽니다. 파도와 바위의 격렬한 애무가 늘 같아 보이지만 한 번도 똑 같은 적이 없는 낯선 포옹인 겁니다. 나도 그렇게 보듬어보고 싶어요. 2025. 05. 03
해동용궁사는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성지다. 정성을 다해 기원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고 하여 기도 드리러 오는 사람이 많다. 외국인 관광객도 솔찬하다.
오시리아는 기장에 유배 온 친구를 만나러 온 다섯 선비가 머물었던 ‘오랑대’와 용녀와 미랑스님의 애틋한 사랑이 깃든 ‘시랑대’의 머리글자와 장소를 의미하는 접미사‘이아’를 합성한 지명이다. 하여 시랑리와 연화리일대를 ‘오시리아’라 한다.
해광사 앞 해안의 기암절벽 위에 일출 명소로 유명한 오랑대가 있고 그 안에 용왕단이 있다. 오랑대는 ‘미랑대’라 부르기도 하는데, 오랑대로 유배 온 친구를 만나러 시랑벼슬을 한 다섯 명의 선비들이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즐겼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기장은 한양에서 젤 먼 오지라 유배지로 유명했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화강국가정원 - 봄꽃축제 (3) | 2025.05.18 |
---|---|
해운대해수욕장의 미역습격 (1) | 2025.05.14 |
청련암,내원암,계명암에서 세심(洗心)을~! (0) | 2025.05.03 |
범어사(梵魚寺) 등운곡(藤雲谷)의 등꽃 - 편백숲길 (0) | 2025.05.01 |
화명생태공원 튤립축제 (5) | 2025.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