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위암, 병상병기

나약한 만물의 영장 - 항암치료

2010. 08. 10 화.

 

am5;30부터 막내의 아파트 옆 공원산책을 한 시간여를 했다. 제주도 근방까지 북상한 태풍'덴무'는 잿빛구름들을 밀고와 염천하늘을 가리더니 오전 한나절은 빗발을 쏟아 땡볕을 녹이고 있다.

밤엔 남해안에 상륙한다니 집안 걱정이 지핀다.

pm2;00를 넘어 서울삼성병원엘 찾았다. 3시-손태성교수, 3;40분에 이지연교수 면담에 이어4시엔 영양교육를 받기로 예약했었다. 먼저 체혈실에서 혈액검사를 하고 흉부X선 촬영을한 후 손교수면담을 기다렸지만 20분이나 지연된 탓에 3시 반에사 이뤄졌다. 선택교수와의 면담이 늘 아쉼으로 남듯이 이번에도 한가지 미처 묻지를 못했다.

손교수는 나의 암기를 2a기로 번복하며 극히 엷게 침투 하였고 충분히 절제를 하였으며 22개의 임파절에서 2개의 암세포 임파절을 때어냈다고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하여 현 상태에선 임파절에 암세포가 존재한다고 볼 수가 없으나 만약(재발)을 위해서 항암치료를 권하는 차에 이지연 혈액종양내과교수를 면담하여 치료여부를 결정하라는 거였다.

22개의 임파절에서의 2개의 암세포 제거는 뭘 말하는지 황망중에 미처 묻지를 못했던 거다.

이지연교수와의 면담시간이 다 된 탓도 있었다. 2층으로 달려가 이교수를 면담한다. 이지적이고 미녀인 그녀는 초면이다.

이교수는 항암치료 수순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총 다섯차례로 나눠 치료를 하되 방사선치료를 병행하자는 거였다. 그렇게하면 암세포가 100% 멸균되는냐?는 나의 우문에 '완치'란 대답은 못하겠단다. 95%정도는 장담할 수 있다고 하였다. '쥐구멍 만들어 놓기'의 노련한 의사들의 수순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난 실소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예방적 차원의 항암치료인 것이다. 일종의 피말리는 보험에 가입하는 셈이라 할까?

얘긴 즉 내 몸에 암세포가 존재한다는 확증이 없지만 재발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도 없어 항암치료는 예방을 위한 담보성이니 치료여부는 환자가 결정할 몫이라는 게다. 거절할 강심장을 난 갖지를 못했다.

1차;5일 주사 후 3주 휴식, 2차; 4일 주사와방사선치료 25회병행,3차;3일 주사 후3주 휴식, 4차;5일 주사 후 3주 휴식, 5차;5일 주사로 이어지는 처방을 권하였다.

이교수와의 면담을 끝낸 후 옥오남 종양전문 간호사님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전문간호사가 있다는 사실도 오늘 첨 알았다.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후덕한 인상의 옥 전문간호사님은 병동에서 수간호사가 하듯 주치의와의 미흡한 궁금증을 죄다 터 놓고 상의할 수 있는, 시간에 구애 받질 않는 말 그대로 상담역이였다.

'전문'이란 수식어가 괜히 붙는 간호사가 아님을 실감한다. 쫓기듯 한 면담의 갈증에서 의문점과 향후 진료까지도 상담할 수 있는 환자들에겐 가장 필요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옥오남 전문간호산 담 주로 잠정 잡혔던 항암치료일정도 오늘부터 주말까지로 선처를 해 줬다. 환자의 속사정을 상담을 통해 깊이 헤아리고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 하려는 원려까지도 아끼질 않는다. 그녀가 항암치료에 따른 여러 부작용과 대처에 대해 설명한 대목은 안내책을 보면 되겠다 싶었다.

그녀의 선처로 항암주사실로 향했다. pm5;15쯤 CO2A 항암주사실에서 식염수에 50mg leucovorin 0.72v 주사액에 500mg fluorouraac 1.46v 액을 차례로 넣어 주사했다. 오심증을 진정시키기 위해 얼음을 물고 있으라 했지만 5분 동안의 주사시간에 난 그런 증세를 느끼질 못했다. 처음이어선지 예방주사 접종하고 나오는 듯한 가쁜함 이였다.

11/8;15시. 12/8 ;14시. 13/8 ; 12시. 14/8 ; 11시에 주사를 맞는 일정도 예약했다.

예약시간이 늦어져 아내와 막내가 대신 영양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실을 찾아들었다. 생선회만 빼곤 뭐든지 잘 씹고 천천히 소량으로 먹으라는 말로 대신해도 될 것 같다. 모든 식단은 스스로 경험 터득하면서 조절해가는 게 최선일 거란 나의 지론에 별반 다를 게 없겠다.

그렇게 해서 오늘의 일정이 6시반이 되서야 마무리 됐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듣고 새겨야 해 어리벙벙하지만 책들이 있어 숙독하면 될 것 같다. 단 전문간호사실에서 항암치료시 수반 될 각종 부작용에 대해 감수 하겠다는 서약서에 사인한 것만 빼곤 말이다.

개였던 하늘은 다시 먹구름을 앞세워 빗발을 뿌려댄다. 확인되지 않은 암세포의 장난질(?)이 두려워 온갖 부작용을 감내 해가며 5차례에 걸쳐 항암 내지 방사선치료를 해야만 할까?

(어쩜 전혀 일어나지도 않을)장난질에 대비하기 위한 도박치곤 황암치룐 넘 값비싼 낭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귀가 승용차 속에서 해본다. 허나 그 고비용의 투자가 만에 하나 재발 할지도 모를 암의 예방이라는 얄팍한 기대치 땜이라면 만물의 영장이란 사람의 무력감을 통감케 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나약한 동물이다.

더 나약하고 어리석은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애초부터 외양간을 잘 간수하고 자물쇠도 튼실하게 잠궜으면 고칠 까닭도 없었겠다. 하여 인간이 어리석고 나약한 게 아니라 무방비상태로 혹사했던 내 자신에 그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게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구입했다.

*헥사메탄액(가그린) 100mg. *아레스탈정(지사제) 30알. *맥페란정(오심진정제) 42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