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고당봉 단풍트레킹
금정산 고당봉 단풍트레킹
지금 쓰고 있는 <금정산 고당봉 단풍트레킹> 산행기는 바로 직전에 쓴 <금정산 범어사>여행기의 연속선상 글이다. 범어사 단풍을 소요하고 이어 고당봉산행을 했는데 단풍에 취해 오지게 해찰하면서 풍경이 쫌 쌈박하다 싶으면 휴대폰에 담았다. 그냥 눈으로 잠시 훑고 자릴 뜨기엔 아쉽다 여긴 욕심 탓이었는데 귀가하여 오늘 찍은 사진정리를 해보니 분량이 엄청 많은 게 아닌가! 하여 범어사와 고당봉으로 사진을 분류하여 주제를 달리해서 알량한 사진을 블로그에 옮기기로 했다. 그래도 사진이 워낙 많아 추리고 추린 것들이다.
내가 여행이나 산행을 하면서 제일 목말랐던 건 자연에 관한 무식의 아픔이었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알고서 보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자연의 진리를 뒤늦게 깨우치며 아는 챌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자연계 생물들에 하나씩 눈을 뜨고, 거죽이라도 알고 다가가니까 재미가 생겼다. 재미는 호기심을 낳고, 호기심은 자연의 신비에 이끌려 애착에 눈뜨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신비롭고, 신비로운 만큼 희열을 느끼며, 그 기쁨의 낭만을 오래 간직하려고 사진을 찍고 낙서를 달았다.
시건방진 말 같지만 자연파괴자들은 자연에 대한 무식쟁이들이다. 생명체에 대해 무식하니까 애정이 아닌 거추장스런 방해물로 여겨 눈 벌겋게 뜨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 땜에 파괴시킨 자연의 재앙은 나중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후회하며 사후약방문 하려 고심한다. 우리들이 발붙이고 살아가는 지구를 장악한 놈은 식물들이다. 종(種)이나 집단무게나 부피로도 단연 으뜸이고 다음은 곤충이라고 어느 학자가 일갈했었다. 식물과 곤충이 서로 포옹하고 상생하여 지구상에 자연이란 유토피아를 성공시켰다.
식물들은 꽃을 피우고 곤충들은 꽃을 방문해서 먹이(꿀)를 얻고 꽃가루를 옮겨 번영에 성공한 지구상의 위대한 2대주주다. 경쟁이 아니라 상호 협력하여 자연에 잘 적응해서 상생에 성공한 생명체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깨닫는다. 금정계곡의 숲 터널을 걸으며 철 잊은 듯싶은 벌`나비와 조우한다. 그들이 철을 잊은 게 아니라 제철이란 걸, 만추에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곤충이란 걸, 착각은 사람이란 걸 일깨워준다. 식물과 곤충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시행착오는 죽음이란 걸 본능적으로 안다.
시행착오의 반복 속에 발명하고 발전 했다는 당위로 사람들은 실수를 관용과 용서로 공존의 지혜로 삼았지만, 그 공존을 위한 관용을 사욕 채우는데 오용한 얌체족들이 있다. 그런 몰지각한 자들 땜에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특히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이비권력자일 땐 사회와 국가는 혼돈이란 비극에 처하게 된다. 동식물보다 못한 저능한 인간이다. 지구는 식물이 완벽하게 장악한 행성이다. 무게로도 가장 성공한 집단이 식물이고, 숫자로 가장 성공한 집단이 곤충이다.
이 어마어마하게 성공한 두 집단이 만나 공존의 손을 잡았다는 게 성공의 열쇠였다. 식물과 곤충의 공존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그 단순한 진리를 외면할까?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삶을 성공시킨 집단은 식물과 곤충이라. 짙어지는 가을 아름다운 금정산 숲길에서 새삼스럽게 꽃과 벌`나비를 관찰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금정(金井)에 닿았다. 아니 금정에 오르는 바위 앞에서 황당한 심정이 됐다. 바윌 오르는 동아줄을 철거하고 저만치 경고 안내표찰을 달아 놨다.
미끄러운 위험구간이라 출입금지란다. 겨울철 낙상사고를 예방차원일 것이다. 실망한 채 바위동네 구서구석을 샅샅이 엿봤다. 고당봉엔 젊은 산님들이 인증샷 하느라 기다린다. 어느 학생이 내게 호의를 베풀어 얼마나 고맙던지! 춥도 덥도 않는 날씨는 파란하늘에 구름떼를 노닐게 하고 금정산록은 만추설거지에 빠졌다. 산자락의 빛바랜 단풍은 뭔가 스산하고 앙상하게 다가선다. 그나저나 아까 헛짚었던 금정은 1300여년도 훨씬 전에 누가 발견했을꼬? 기암괴석의 바위도 아니고, 바위웅덩이가 큰 것도 아닌데~!
비행물체도 없던 시절에 문무왕도, 의상대사도 몰랐던 금정을 꿈속에 기인이 나타나 인도해 줬다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다는 금빛웅덩이는 신비(神秘) 자체다. 하산한다. 저기 아래 금샘에서 약수 한사발로 갈증을 달래야겠다. 금정산은 사시사철 어느 때도 편안한 기분이 드는 산이다. 산세가 그만인데다 가히 높지도 않아 오지게 해찰해도 세 네 시간의 트레킹으로 자연의 속살을 헤집고 맛깔에 도취될 수 있어서다. 부산사람들의 자긍심을 고양하는 금정산정기는 언제나 충일(充溢)하지 싶다. 2024.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