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밀루페 빛축제
제1회 밀루페 빛축제 (Millac Luce Festa)
수영은 민락동의 백산(白山)자락이 남쪽바다로 길게 뻗어 내밀다 멈춘 곶(串) - 널구지로 백산은 수영강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에 싸여 하얗게 보인데다 학이 많이 찾아들어 백학산(白鶴山)이라고도 했다. 서쪽의 부산항(만)과 동쪽의 수영강(만)이 감싼 명승지로 수영팔경을 자랑했던 곳이다. 백산이 길게 내밀린 널구지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질녘 무렵이면 백산의 푸르름과 산의 굴곡, 노송에 앉아 있는 백학, 바위그림자가 바다로 드리워져 경관이 빼어나 수영팔경 중 ‘백산만취’라 불렀다.
광안리해수욕장은 남촌(南村)앞 백사장을 이름인데, 넓은 모래언덕 광안[廣岸]을 지금은 안(岸)자를 안(安)으로 고쳐 광안(廣安)으로 쓰고 있다. 광안백사장에 기러기떼가 날아와 내리는 모습은 장관을 이루었다. 그 광안리와 해운대 중간지점인 수영만 일대가 1992년~1997년까지 5년간의 공사로 길이 543m, 너비 39m 총30,752㎡ 규모의 민락수변공원이 완성되었다. 강과 바다와 광안대교가 어우른 휴식공간-수변공원은 방파제 바닥에는 컬러블럭을 깔고 화단과 그늘막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또 바다를 바라보며 각종 행사도 관람할 수 있는 3,040㎡에 달하는 스탠드와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222㎡의 배모형 야외무대시설이 조성되어 있으며 5,679㎡의 주차시설이 설치된 수변공원에서 이번에 ‘밀루페 빛축제’가 열였다.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민락수변공원을 문화도시관광명소로 조성하여 금년 11월 3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제1회 밀루페 빛축제’가 열린다. 광안대교를 병풍삼은 빛축제는 동아대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산업디자인과 3년생들의 1학기 수업과제로 전문가 자문을 받아 최종 디자인개발을 확정했다.
올해의 주제 라틴어 ‘루프리텔캄’은 모두의 소망이 이뤄져 행복하다는 뜻이란다. 민락수변공원 산책로 빛축제 행사장은 7개의 존(zone) - 400m 구간을 ‘진주빛 통로’, ‘추억의 빛길’, ‘기쁨의 오로라’, ‘사랑의 윤슬’, ‘소망의 정원’, ‘용기의 불길’, ‘빛의 용궁’이라는 테마로 승화시킨 스토리텔링의 꿈과 낭만의 빛축제다. 물고기 캐릭터 ‘루체’의 모험 이야기를 담은 빛깔의 테마워크는 어린이들의 꿈의 무대일 터! 게다가 밀루페 축제장 부근의 회센터와 민락수변공원 계단 밑 야외텐트 20동은 상가의 소비활성화와 방문객의 낭만감성을 고무할 것이다.
나는 며칠 전부터 기다렸던 밀루페축제장을 찾아 숙소를 나섰다. 해운대해수욕장 숙소에서 밀루페 축제장까지는 얼추4km쯤 될 듯싶은 데다 초행길이라 하이킹하기로 작정을 했다. 내 생전 처음인 수영강을 건너는 기대감도 자못 컸다. 우람한 광안대교와 수영강의 민락교가 복잡하게 얽힌 수영강을 밤에 도보로 건너는 건 자동차의 굉음으로 마치 전쟁터에 휩쓸린 것 같았다. 자동차 말고 민락교를 건너는 사람도 없다. 으스스하고 살벌(?)한 굉음전쟁터를 뭉갤 수 있는 건 수영강과 바다에 일렁이는 고층건물과 다리의 불빛이 빚는 데칼코마니의 신비경이었다.
수영팔경에 ‘봉대월출(烽臺月出)’이 유명한데 수영(좌수영성지)에서 바라보는 간비오산(干飛烏山)의 봉수대로 떠오르는 달과, 달빛 아래 산그림자가 묵화(墨畵)를 보는 듯 수영 앞바다는 온통 달빛 어린 황금물결로 출렁였음을 상찬한 말이었다. 그 봉대월출이 21세기 문명의 빛깔로 차환되어 수영강과 바다에 황홀한 빛의 스펙트럼을 연출하고 있는 거였다. 광안대교와 수변공원의 불빛과 고층빌딩들의 조명들이 어울려 밤바다와 강에 그려내는 데칼코마니는 밀루페 축제 이상의 볼거리였다.
오후5시에 밤풍경 트레킹에 나선 나는 수영만의 현대판 봉대월출과 밀루페축제에 빠져들어 밤9시까지 4시간동안 어영부영 신선놀음 즐기듯 유유자적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밀루페축제와 봉대월출을 향한 밤으로의 엑서더스는 인파의 쓰나미까지 덥치고 있었다. 가을밤을 수놓은 수영만의 밀루페축제는 1주일 후인 9일부터 열리는 광안리해수욕장의 불꽃축제까지 포개지면 어떤 기상천외한 현상이 탄생할까? 자못 궁금해진다. 아니 다음 주말이 기대된다. 광안리해수욕장의 불꽃축제도 나는 처음 맞는 바다불꽃이다. 2024. 11.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