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장산 스페셜코스 (간비오산-옥녀봉-너덜지대-장군바위-정상-해월사)
2) 장산 스페셜코스 (간비오산-옥녀봉-너덜지대-장군바위-정상-해월사)
엊그제에 이어 오늘 갈맷`너덜 길에서 장산정상을 오르는 산행에 나섰다. 너덜지대를 하이킹하면서 빼어난 뷰`포인트에 매료 된데다 천연반석(盤石) 등산로는 발마사지에 몸의 균형감각을 신장하는 보너스까지 선사하는 거였다. 게다가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빛깔은 눈 호강의 사치에 눈뜨게 한다. 엊그젠 잔뜩 흐린 날씨에 가랑비와 소나기가 내려 심난하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쾌청해서 소요(逍遙)의 열락에 취할 듯싶다. 너덜지대에서 반시간쯤 뭉개다 정상등정 갈림길에 방향을 틀었다. 활엽수가 햇볕에 간지럼 타는지 미세하게 파장한다.
단풍 몇 이파리가 유영하듯 수목사이를 낙화하며 가을소식을 속삭인다. 인정 없는 숲길의 고요가 낙엽의 밀어(密語)를 챙긴다. 옛적부터 생긴 산길은 사람들 발길로 생긴 천연 숲길이다. 인위적인 어떤 무엇도 눈곱만큼도 못 느꼈다. 발길에 닳고 물길에 패인 산길은 돌멩이와 바위들 사이를 더듬었다. 이따금 바위마을이 나타나 내 시선을 붙잡는다. 이 천연 숲길은 줄곧 오르기만 하지 내리막이 없다. 빡세지 않아 폐활량운동과 지구력강화에도 더 없이 좋은 등산로이지 싶었다. 나는 바위동네마다 들려 인사를 한다. 시간이 넘 빠르게 흘렀다.
인기척도 없이 숲속에서 장군바위가 튀어나와 상견례를 했다. 놈의 꺽다리 키와 위용에 주눅 들어 잠시 멈칫댔다. 8부 능선에 있는 장군바위는 높이11m, 둘레12m의 우람한 체구로 우릴 압도한다. 조선시대 이 근처의 우동, 중동, 좌동, 재송동 주민들이 가뭄에 찾아와 기우제를 지냈다고 <동하면 고문서(東下面 古文書)>에 기록되어 있다. 장산에서 왜적들 만행을 막아내고, 비를 내리게 해 주민들에게 풍년을 담보했던 부산의 의인이다. 오늘 내가 정상코스를 밟아 싶었던 이유 하나는 장군바위와의 맞장 뜨는 거였다.
정상을 향한다. 여기 숲 속엔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천태만상의 바위들이 끼리끼리 모여 풍상을 견뎌온 녹녹한 세월의 더께까지 보여주는 바위예술 마을이다. 이렇게 기막힌 바위마을이 있다는 걸 난 생각도 못했었다. 근디 부산사람들 발길이 왜 뜸할까? 하도 많이 봐서 시큰둥해진 걸까? 줄곧 오르기만 하는 팍팍한 산길에 질렸을까? 나는 이 세상에 젤 큰 등받이 의자에 앉아 오찬(午餐)을 즐긴다. 까마귀가 보초를 서고~! 정상전망대에 오랜만에 앉았다. 마당바위는 장산이 자랑하는 천상의 무대다.
부산은 보여 줄만한 건 깡그리 아끼지 않고 전망대 마당바위 손님에게 보여준다. 녹슨 철조망 뒤에선 억새들이 가을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은 아름답다. 지구상에 있을 법한 자연의 소도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인 곳이 부산이다. 오늘 그걸 확인한 실로 어마어마한 행운의 산행이었다. 가을이 더 깊어져 장산이 불타면 다시 와야지! 겨울 설산의 장산은 어떨까? 낙엽 진 나목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얀 눈옷 걸친 바위얼굴과 폼을 보고 싶다. 금년겨울을 부산에서 날까보다. 천금으로도 살 수 없을 등산의 희열! 2024.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