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 - 산행기

2) 장산 스페셜코스 (간비오산-옥녀봉-너덜지대-장군바위-정상-해월사)

peppuppy(깡쌤) 2024. 11. 1. 07:14

2)  장산 스페셜코스 (간비오산-옥녀봉-너덜지대-장군바위-정상-해월사)

정상 전망대바위
▲장산정상에서의 조망▼
팥배나무 열매가 가을의 절정을 알리는 정상

엊그제에 이어 오늘 갈맷`너덜 길에서 장산정상을 오르는 산행에 나섰다. 너덜지대를 하이킹하면서 빼어난 뷰`포인트에 매료 된데다 천연반석(盤石) 등산로는 발마사지에 몸의 균형감각을 신장하는 보너스까지 선사하는 거였다. 게다가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빛깔은 눈 호강의 사치에 눈뜨게 한다. 엊그젠 잔뜩 흐린 날씨에 가랑비와 소나기가 내려 심난하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쾌청해서 소요(逍遙)의 열락에 취할 듯싶다. 너덜지대에서 반시간쯤 뭉개다 정상등정 갈림길에 방향을 틀었다. 활엽수가 햇볕에 간지럼 타는지 미세하게 파장한다.

▲ 옥녀봉에서의 조망▼
옥녀봉에서 조망한 마린시티 마천루 뒤로 이기대섬이 보인다

단풍 몇 이파리가 유영하듯 수목사이를 낙화하며 가을소식을 속삭인다. 인정 없는 숲길의 고요가 낙엽의 밀어(密語)를 챙긴다. 옛적부터 생긴 산길은 사람들 발길로 생긴 천연 숲길이다. 인위적인 어떤 무엇도 눈곱만큼도 못 느꼈다. 발길에 닳고 물길에 패인 산길은 돌멩이와 바위들 사이를 더듬었다. 이따금 바위마을이 나타나 내 시선을 붙잡는다. 이 천연 숲길은 줄곧 오르기만 하지 내리막이 없다. 빡세지 않아 폐활량운동과 지구력강화에도 더 없이 좋은 등산로이지 싶었다. 나는 바위동네마다 들려 인사를 한다. 시간이 넘 빠르게 흘렀다.

중봉쉼터 사거리, 장산너덜길 너덜지대는 반송1동방향쪽이다
▲너덜지대엔 너덜겅이 대여섯 군데 있어 각기 다른 멋진 뷰를 선사한다▼

인기척도 없이 숲속에서 장군바위가 튀어나와 상견례를 했다. 놈의 꺽다리 키와 위용에 주눅 들어 잠시 멈칫댔다. 8부 능선에 있는 장군바위는 높이11m, 둘레12m의 우람한 체구로 우릴 압도한다. 조선시대 이 근처의 우동, 중동, 좌동, 재송동 주민들이 가뭄에 찾아와 기우제를 지냈다고 <동하면 고문서(東下面 古文書)>에 기록되어 있다. 장산에서 왜적들 만행을 막아내고, 비를 내리게 해 주민들에게 풍년을 담보했던 부산의 의인이다. 오늘 내가 정상코스를 밟아 싶었던 이유 하나는 장군바위와의 맞장 뜨는 거였다.

너덜지대등산로는 자연석반석을 깔아 최상의 트레킹로드를 만들었다

정상을 향한다. 여기 숲 속엔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천태만상의 바위들이 끼리끼리 모여 풍상을 견뎌온 녹녹한 세월의 더께까지 보여주는 바위예술 마을이다. 이렇게 기막힌 바위마을이 있다는 걸 난 생각도 못했었다. 근디 부산사람들 발길이 왜 뜸할까? 하도 많이 봐서 시큰둥해진 걸까? 줄곧 오르기만 하는 팍팍한 산길에 질렸을까? 나는 이 세상에 젤 큰 등받이 의자에 앉아 오찬(午餐)을 즐긴다. 까마귀가 보초를 서고~! 정상전망대에 오랜만에 앉았다. 마당바위는 장산이 자랑하는 천상의 무대다.

▲너덜길에서 장산정상을 향하는 완만한 경사길은 인위적인 손길이 전무한 옛적부터 다닌 바위,돌,흙길이다▼

 부산은 보여 줄만한 건 깡그리 아끼지 않고 전망대 마당바위 손님에게 보여준다. 녹슨 철조망 뒤에선 억새들이 가을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은 아름답다. 지구상에 있을 법한 자연의 소도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인 곳이 부산이다. 오늘 그걸 확인한 실로 어마어마한 행운의 산행이었다. 가을이 더 깊어져 장산이 불타면 다시 와야지! 겨울 설산의 장산은 어떨까? 낙엽 진 나목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얀 눈옷 걸친 바위얼굴과 폼을 보고 싶다. 금년겨울을 부산에서 날까보다. 천금으로도 살 수 없을 등산의 희열!      2024. 10. 30

▲장군암 ; 8부능선에 있는 높이11m, 둘레12m의 장군암은 조선시대 이 근처마을인 우동,중동,좌동,재송동주민들이 가뭄에 기우제를 지냈다고 동하면 고문서(東下面 古文書)에 기록되어 있다▼
마린시티와 광안대교
송곳바위
거북바위
▲두건바위. 그 옆의 어느 산님의 점심은 세계에서 젤 비싸고 멋진 오찬자리이지 싶었다▼
사진찍는 척 하며 바위동네를 한바퀴 돌며 기다렸지만 산님은 자리에서 일어서질 안해 포기해야 했다
범고래바위
촛대바위
촛대바위 옆에 앉아 끼니를 때우는데 까마귀가 나타나 내 눈치만 살폈다. 줄만한 게 없어 미안키도 했다
▲합장바위 정상에서의 뷰~!▼
정상의 억새

넓적바위 전망대
농익능 팜배나무 열매에 파묻힌 서북방향 시가지
▲부산 서북방향 시가지전경▼
청사포 해마루와 와우산 아파트 & 해운대 LCT위용이 한 눈에 잡힌다
▲장산정상에서 지핀 단풍은 벌써 고엽이 됐다▼
서북부 시가지
장산정상 숲에서 발견한 가을야생화 ; 철쭉,맹감나무열매,털머위 꽃,방아꽃
▲악어이빨바위▼
악어이빨바위 동네구경▼
삼형제바위
바위공동묘지
바위대장의 가을치장
▲연인바위▼
▲덕석바위▼
덕석바위는 100여명 이상이 자리 잡아도 넉넉할 장산의 비밀회의장으로 바위마실 속에 숨어있어 그냥 지나치기 망정이다
연인바위 포즈
▲거시기바위▼
▲여기 이정표에서 엊그제 산행 때 하산코스인 성불사방향으로 하산한다▼
▲임도에 들어선 성불사코스는 시멘트도로를 반 시간이상 걸어야 했는데 마침 길건너 숲속 길을 발견해 쉼터에서 쉬고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묻었더니 길이 없단다. 얼추 지름길일 것 같아 좀 망설이다 야산길로 들어섰는데 전망바위가 나타났다. 벡스코역 일대 시가지가 펼쳐졌다. 쾌재였다▼
전망바위엔 능소화가넝물이 무성하게 엉켜 공생하고 있었다. 9월쯤 장관일터!
야산길은 급강하 바위길이다. 드뎌 해월사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새순 티우는 팔손이와 붉나무 단풍잎을 받침한 야생부추꽃
*1차산행 빨간선(대천공원-폭포사-양운폭포-옥녀봉-중봉-너덜지대-성불사). *2차산행 파란선(간비오산-옥녀봉-너덜지대-장군바위-정상-해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