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그 미지?

각두와 존물과 발꾸락의 2박3일 피서여행

peppuppy(깡쌤) 2024. 8. 11. 17:52

각두와 존물과 발꾸락의 2박3일 피서여행

해운대 해수욕장 주말풍경

상꼰대인 내가 이재(理財)에 기웃대다 미끄러져 해운대에서 위리안치(圍籬安置)를 즐긴 지가 3개월이 넘었다. 산야가 짙푸른 5월에 시작한 해운대생활이 폭염에 기 못쓰는 8월에 들어서는 바닷바람에 사타구니라도 시원해야 되겠다 싶어 해질녘에 외출하기 일쑤다. 바닷가 모래사장이 피서처로 좋다고 어중이떠중이 지구촌 사람들이 몰려드는 장사진 속에 나 같은 족속도 있으리라. 학익진을 펼치며 달려드는 파도란 놈과 어떻게 해서든 공감대를 형성해 폭서탈출을 하고픈 알량한 착각(?)에 피서인파는 북새통을 이룬다.

백사장 노천카페
서울촌놈들이 첫 관광에 든 APEC누리마루

그렇게 백사장이 울긋불긋 인파요지경인 8월초에 뜬금없이 각두가 전화질을 해왔다. “너 지금도 해운대에 있냐?”라고.

“응, 전화 줘 고맙다. 근디 웨?”라고 내가 응수했다. “해수욕장에서 재미 좋겠구먼-.”각두의 말꼬리에 내가 “늙다리한테 뭔 재미가 있겠냐?”

“야, 나 거기 가고 싶다. 해수욕장 간지가 언제일까? 기억도 안 나는디 내가 가도 돼냐?” 각두가 단단히 오고 싶은 투다. “그래, 안 될 것도 없지”

“정말로야”각두가 다짐받고 싶었나? 내가 토를 단다. “근디 난 너한테 잠자리만 제공할 테니 어떤 기대감도 금물이다. 널 초청하는 게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7월7석, 견우와 직녀가 보듬는 밤하늘에 초승달이 오작교 설치하려 달빛을 띄운다

“알았어, 며칠 후에 전화할게”라면서 각두는 전활 끊었다. 느닷없는 전화질에 어리벙벙 동문서답하듯 했지만 나는 그저 입`서비스로 끝낼 맹탕 인사말로 치부했다. 글고 1주일쯤 지나 다시 각두가 호출을 한다.

“야, 박맹이와 발꾸락이 같이 가잔디 괜찮지?”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피서여행 오겠다는 각두의 제안을 차마 거절하지 못 했었는데, 이젠 혹까지 두 개를 더 달고 오겠다는 배짱에 나는 또 속절없이 무너졌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지혜로운 해답은 각두의 무대포에 질려 두손 든 꼴이 됐다. 

해운대 명물이 아닌 부산 트레이드마크가 된 LCT
민중의 지팡이들도 떼거리 피서객 흉내를 내고싶었는지 뭉쳐서 순회한다

“긍께 셋이 같이 온다고? 각두야, 난 그냥 응접실 마룻바닥 잠자리만 서비스한다. 나중에 느그들 나한테 서운하다고 욕하면 안 돼”

“걱정 마, 8일쯤 가자고 했응 게 차표 끊어놓고 다시 전화할게” 장난말 하듯 헤프게 이빨 깐 각두와의 약속이 칼로 두부 썰듯 쉽게 이뤄졌지만, 통화 후에 요것저것 생각이 뒤엉키면서 괜한 짓거릴 했나 싶어 후회도 했다. 허나 실성 난 놈처럼 취소하기도 뭣해 시간에 맡기기로 했다. 세 놈 다 깨복쟁이 초교동창일 뿐 여태 단독 대면하여 차 한 잔 마신 적이 없는 박맹이와 발꾸락과의 만남이 요상하게 기대되기도 했다.

글고 각두가 8월8일 오후1시쯤 도착하는 부산행 KTX티켓을 구입했다고 카톡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콘크리트약조가 된 판이다. 시간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8일 오후1시에 그들은 정확히 부산역대합실에 나타났다. 주름살 얼굴이 침팬지처럼 되건 말건 우린 파안대소하며 악수했다. 이역만리에서 재회하는 달뜸 그거였다. 숙소 앞에 닿았을 때가 오후2시를 지났으니 배속에서 식충이들이 요동친다. 발꾸락이 아구탕을 먹자고 하는데 맛집 오지랖이 백지상태인 내가 아구탕집을 찾기가 쉽잖아 빤히 보이는 돼지고기순대국밥으로 들어갔다. 서빙한테 돼지고기국밥 네 그릇을 주문한다. 근디 메뉴판을 보던 각두가 순대국밥으로 빠꾼다.

새벽 번개시장에서 아줌마가 생선을 손질하면서 어두를 잘라내 버리려 하자 각두가 '그 대긋박도 싸 주시오 잉' 하며 소리친다. 아줌마는 뭔 소린 줄을 몰라 어리둥절 빼꼽하게 쳐다보자 각두가 '칼로 자른 대긋박 말이오' 라고 답답하다는 듯 가르켜줬다. 아줌마는 대긋박을 비닐봉투에 넣어 주면서도 뭔 말이 뭔 말인지를 잘 몰랐을 터~. '어두일미 '란 말은 알테지만~. 장사 할려면 지방사투리 공부도 해야 됨을 각두가 환기 시켜준 게다.

이어서 박맹이가, 또 쫌 있다가 발꾸락도 메뉴를 바꿔 바쁜 서빙은 얼차려(?)다. 놈들의 변덕이 죽 끓듯했다. 식사 후 그들이 내 숙소에 여장을 풀다가 창밖을 내다보고 환장을 한다. 해수욕장백사장을 총천연색으로 도배한 인파의 쓰나미에 놀래자빠진 거다. 오후4시 넘어 서울촌놈들의 골목대장이 된 내가 선도하여 동백섬 트레킹에 나섰다. 5시에 문 닫는 APEC누리마루를 먼저 훑고 동백섬과 해수욕장 트레킹을 할 참이다. 동백섬 5부능선 동백숲길 소요는 그들이 감동 먹고 찬탄하고 있어 나도 우쭐해 졌다. 그들은 매일 내가 이 코스를 산책한다고 하자 부럽다고 질투(?)하나 싶기도 했다.

▲해운대 백사장에선 강변 대학가요제가 한창이다▼

한낮이 지났는데도 동백섬 숲길을 빠져나오니 엄청 무더웠다. 박맹이가 존물(좋은 물)이 떨어졌다고 작은 프라스틱 통을 흔들며 보챈다. 마트나 길거리 자판기에서 생수 사먹으면 될 걸 집에 가서 존물 먹어야 된다고 고집이다. 존물은 서울 즈그집에서 갖고 왔다나? 놀랠 노자다. 그래 존물로 설왕설래하다보니 존(좆)물 발음이 애매해 부러 짧게 부르면서 배꼽잡고 웃었다. 그 순간부터 박맹이의 별명은 존물로 개명 됐다. 존물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는 편집광이 초등친구라니! 백사장 맨발 걷기의 효과와 파도에 발목 담구는 낭만을 서울촌놈들에게 선물하는(?) 나는 저절로 어깨가 의쓱해졌다. 낼`모래 죽을지도 모르는 늙은이들이 해운대 해수욕장피서객이 된 감개무량함을 내게 실토하자 그들과의 약속을 후회했던 게 희열로 차환되고 있었다.

▲성황 중인 대학가요제, 내가 고생일 때 고향 초교운동장에서 노래자랑이 열렸는데 '베사메무쵸'를 불렀던 객기가 생각났다 ▼

상꼰대 서울촌놈들이 푸른 파도와 어울려 춤을 추는 피서축제장에 끼어든다는 건 행운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넋두리(?)처럼 내가 없었으면 언감생심일 터다. 백사장 세모래와 파도차기를 하다 피곤을 핑계 삼아 저녁을 숙소에서 때웠다. 글고 응접실 마루바닥에 간이 잠자릴 깔아 셋이 나란히 누어서 백사장의 밤 풍경을 완상하는 낭만에 빠져보라고 했다. 해운대해수욕장 풍경을 오롯하게 조망할 베스트`뷰는 어느 특급호텔이 부럽지 않다는 걸 서울촌놈들은 실감했을 것이다. 해운대백사장을 눈이 따갑게, 푸른 창해에 가슴이 터질 만큼 낭만에 푹 빠지는 오션`뷰를 실컨 즐길 잠자리라. 

서울촌놈들의 첫 트레킹코스였던 동백섬이 백사장 끝에 보인다

담날, 5시에 기상하여 백사장 맨발 트레킹 후 미포항 새벽생물시장에서 문어, 전복, 활어 등을 구입하여 아침식단을 꾸려 포식한다. 내겐 실로 오랜만에 혼밥이 아닌 대긋박 네 개가 맞댄 화기애애한 식단이었다. 뜨건 햇살에 덜 달궈진 오전에 외출하자던 그들이 꾸물대느라 11시를 넘겨서 와우산 달빛길 트레킹에 나섰다. 숲길산책이 피서코스로 최적이라는 서울 촌놈들한테 트레킹은 시작 하자마자 문제가 많다는 걸 알았다, 굼뜨길 굼벵이 못잖았고, 지구력도 개뿔이어 5분쯤 걷다가 주저 앉았다. 그들의 보조를 맞추려니 나는 열불이 났다. 발꾸락은 자빠져 다친 무릎이 아직도 불편한데다 발꾸락까지 상처가 나서 아프다고 보챈다

▲주말의 해운대 백사장▼

각두는 땡볕 피한다고 햇빛가리 모자를 쓰고 아장아장 조개 주으러 갯가에 가는 폼새고, 꿔다 놓은 부처님마냥 말이 없는 존물도 아장대는 건 피장파장이라. 상꼰대인 그들에게 그만한 체력도 양호하다고 긍정을 해보지만, 뭣 땜에 여행길에 나섰는지 조금은 의아해지는 거였다. 호랑이도 도망간다는 여름손님 노릇을---. 짙푸른 숲길에 들자 그들도 생기가 난 듯싶었으나 반시간 쯤 소요하자 발꾸락이 발꾸락 아파 더 이상 못 가겠다고 엄살(?)이다. 그래 청사포역에서 캡슐`카를 타고 귀가하면서 망망대해를 품안에 안는 낭만에 젖기로 했다. 티켓 끊으러 간 각두가 한참 후에 전화호출 한다.

중앙 방풍림 뒤 하얀 직사각형 건물이 울`아지트다

매진되어 2시간 후 탑승할 발권 뿐인데 어쪄냐?고. 그러라고 했다. 근디 또 전화가 왔다. 행선지명을 알려달란다. '종점'이란 대답을 끊자마자 또 전화벨이 울린다. 그새 3시대 차표는 매진돼 4시이후 차표를 사야하는데 괜찮냐고? 오케이 했다. 그 말이 입가에서 사라지기도 전인데 각두가 차표 안 샀다고 의기양양대며 나왔다. 세 시간 기다릴 바엔 그냥 가자면서-. 발꾸락이 발꾸락 아파서 캡슐`카 타기로 한 건데 말짱 도루목 - 시간만 허비한 꼴이다. 순간 울화가 치밀어 내가 쏘아붙였다.

그린레일웨이와 해변열차와 타임캡슐카.
▲캡슐카 승차도, 점심도 결국 포기하고 발꾸락은 아픈 발꾸락으로 어쩔 수 없이 걸어 와야 했다▼

“표 사놓고 아래 해변가 먹거리 식당가에서 점심 먹고 차 한 잔 마시던지, 아님 해변산책 관광 후 여유 있게 탑승하면 좋을 텐데---.”라고 나는 윤석열식 격노를 했다. 아까 온 숲길과 덱길(그린레일웨이)의 갈림길에 섰다. 덱길은 땡볕길이지만 평탄하기에 발꾸락한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격노(?)한 나는 아까 왔던 울퉁불퉁한 숲길로 가겠다고 선언하자 각두와 존물이 다소 움칠대다 발꾸락과 같이 가겠단다. 그래 덱길 끝 지점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후 헤어졌다. 나는 숲길 트레킹을 하면서도 각두의 행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버스킹

 

동백섬숲길

 어제 도착하자마자 아구탕 먹자고 노랠 부른 발꾸락은 갑자기 벙어리가 됐나? 아구탕 점심 먹고 2~3시간 청사포관광 후에 스카이캡슐 낭만을 즐기면서 귀가하는 최상의 코스를 뭣 땜에 기피하는지, 쫄쫄 굶어가며 땡볕속의 강행군이 피서여행인지 그들의 심사가 못마땅했다. 절약도 유분수지 참 대단한 인물들이라. 새벽시장에서 구매한 생선과 대긋박국물로 푸짐한 만찬을 즐긴다. 소라와 고동 안주를 곁들어 쇠주도 한 잔씩 걸쳤다. 내일 오후4시발 KTX로 그들은 떠난다. 서울촌놈들이 여행결산을 하는데 KTX발권 빼고 총액 30만 원쯤 지출했으니 1인당 10만원씩 쓴 셈이다.

▲APEC누리마루와 원탁회의장▼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7번의 식사에 2박3일간 쓴 피서비용이니 기네스북에 등재될만한 알뜰여행이다. 참 존경(?) 해야할 친구들이라. 언제 차담(茶啖) 한 번 한적 없는 친구들과 2박3일을 희희낙락댔다는, 늙은이들의 뜬금없는 외출이 진한 추억으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에 뿌듯함으로 각인되었지 싶다. 윤석열식 격노는 자충수였지만, 오늘 내가 그들에게 토했던 격노에 무안당했을 각두와 발꾸락이 괜찮다고 환하게 웃어 넘겼어도 어째 맘이 갱킨다. 살면 얼마나 더 오래 살고, 또 언제 다시 만나 희희덕대다 격노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자는 너희들에게 고맙단 말로 글 맺는다. 

▲누리마루 정자와 등대▼
실로 오랜만에 마주친 담장을 기어오른 호박넝쿨의 새끼호박

여름손님은 호랑이도 무서워한다 했다. 서울촌놈들아!  내가 윤석열식 격노를 흉내 냈나 싶어 미안하다. 허나 내 격노로 분통 터지고, 거짓말 밥먹듯하는 위선자나 광대 없어도 될 테니 격노의 급이 다르단 걸 알아주라. 누구처럼 속 빤히 보이는 격노를 해놓고 꿀먹은 벙어리행세로 애먼 사람들 궁지로 몰아넣는 치사한 격노는 경원하자. 그런 뻔뻔스런 얼굴로 대중 앞에 나서기가 아니, 애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을까? 하긴 그 집엔 어린애도 없지~. 어제밤이 칠석날 밤이었어야! 무지랭이들아. 견우와 직녀가 일년만에 만나 보듬었는데 우린 생애 처음 만나서도 보듬는 걸 깜박했어야. 그렇게 낭만과 담을 쌓은 작자들이 피서여행을 한다고야! 남새스럽다.        2024. 08. 11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