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ppuppy(깡쌤) 2010. 2. 18. 22:26

갈대



무덥고 긴 여름날

빗발사이를 헤치던

가늘고 긴 잎 새들이

어느 날 - 갈색

찢긴 헝겊 되어 계절 앗아가고

갈구하다 삐적

말라버린 하소연들

허공을 향해

무수히 나부끼는 하얀 머리칼

속절없이 길어진

모가지에 받처들고.


음습해 오는

싸늘한 가을바람에

미이라 된 몸 엉켜

일제히 터뜨리는 호곡(號哭)소리

갈망하다 멈춘

뺀 - 모가지들 모아

애타게 그리는 깃발되어

모두 떠나버린

빈 들녘의 파수꾼들

가을은 줄달음질친다

그의 머리카락 수만큼.


200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