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808-2
<지란지교를 꿈꾸며 >를 언젠가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다시한번 보고 들어왔어요.
인쇄해서 집안에 두고 자주 보려고 해요.
여기 문정희 시인의 두 개의 시를 보낼게요.
문정희시인을 좋아해요. 그 담백하고 솔직함이 좋죠.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 힘든지 / 문정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들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 뿐
눈에 띌까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 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힘들지
여성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중에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세상에서
멋진 잡놈들을
추방해 버린 것이 아닐까?
핑게대기 쉬운 말로
산업사회 탓인가?
그들의 빛나는 이빨을 뽑아내고
그들의 거친 머리칼을 솎아내고
그들의 발에 제지의 쇠고리를
채워버린 것은 누구일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야!!
여자들은 누구나 마음 속 깊이
야성의 사나이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걸
갈증처럼 바람둥이에 휘말려
한평생을 던져버리고 싶은걸
안토니우스 시저 그리고
안록산에게 무너진 현종을 봐
그뿐인가?
나폴레옹 너는 뭐여?
심지어
돈주앙, 변학도, 그 끝없는 식욕을
여자는 얼마나 사랑한다는걸
알고 있어?
그런데 어찌된 일이야?
요새는
비겁하게 치마 속으로 손을 드리미는
때 묻고 약아빠진 졸개들은 많은데
불꽃을 찾아 온 사막을 헤매이며
검은 눈썹을 태우는
진짜 멋지고
당당한 잡놈은
멸종 위기네.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청승맞게 심수봉의 노랫말 하날 퍼다 문정희의 시에 연작으로 붙이면 누가 화를 낼려나?
엊그제 우연히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부를줄 몰라도 하 들어서 흥얼거렸던 노랜데 가사를 한 번도 익은 적이 없었음)란 노랫말을 읽게 되어 씹어보니 대단한 시란 생각을 했댔는데,
샘이 문정희의 시를 선물하여 음미하다보니 심수봉의 노랫말이 얼른 떠오르네요.
샘께선 익히 알고 노래까지 멋들어지게 뽑겠지만 내 옮겨 보리다.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눈앞에 바다를 핑게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마세요
하루하루 바다만 바라보다
눈물 지으며 힘없이 돌아오네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아아~ 아아~
이별의 눈물 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남잔 다 그래"
2절은 안 적을래요.
노랫말이 훌륭한 시란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오페라 '나비부인'을 읽다가 거기서 접한 심수봉의 노랫말이 뭉클했는데 문정희의 시가 저를 뭉클케 하여 너스레를 떨었슴다.
여성분들은 역시 감성이 예리하고 뛰어나요.
낭성과 동등한 키 높이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현대에서의 걸출한 문필가들이 얼마나 많이 태어납니까.
참으로 모든 여건이 동등하다면 문화면에선 여성들이 저만치 앞설 겁니다.
유안진의 <지란지교--->와 문정희 <남편>에서의 '소통의 상대'에 대한 갈증은 비밀 아닌 진실이지요
어쩜 진정한 벗이나 애인은 배우자완 못 나눌 말을 쏟아내고 위무를 찾는 사람일 것 같군요.
우리가 살가면서 배우자 아닌 배우자처럼 허물없고 가깝다고 여길 친구(이성이든 아니든) 하나쯤은 있어야 함이고,
그친구가 이성이라서 지탄받지는 않해야 되겠단 생각을 합니다.
배우자 같은 친구가 하나쯤 있담 맘은 얼마나 풍요하고 삶은 윤활류가 흐르겠는가!
내가 그걸 갈구하면 나도 나의 배우자의 그 갈구를 용인해 줘야 함인게라.
난 아내에게 그런 얘길 한 적이 있었지만 '창아리 빠진 놈'이란 투의 눈총만 받았던 적이 있었죠.
그래 이성친구를 인정하자는 건 '창자가 썩어 문드러진 놈' 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를 아내로 둔 내가 행복한 놈이다고 위안하며 홀라당 그 말을 취소 했더이다.
그래도 그 아쉬움은 이따금 똥 마려운 것처럼 간지럼 피울 때가 있곤 하죠.
내 아내도 속낸 그럴까요?
샘!
우리 편지글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삭히자고 씨부렁거렸는데도 하나 물어야 되겠네여.
"내 간장 다 녹았다우!" 라고 애교(?)부린 여잔 정수동부인인지, 김홍근부인인지 헷갈리네요.
다만 누구의 부인이 됐건간에 그 부인이 훌륭하고.
김홍근대감이 한 수 아래인 건, 후일에 정수동부인이 더 유명할 거라고 함일 것 갘네요.
샘 말따나 우리 남정네들 웃겨요.
정수동의 부인이람 그 부인이 있었기에 비로서 만드러짐(?)이기에 부인의 이름 석자만이라도 명기 했어야 함이지요.
소정방의 래소사 아닌 +++의 내변산이라야 옳듯 문화의 사대주의에서도 깨어나야지요.
헌데도 저란 놈은 아직도 바깥것이 더 좋아보일 때가 많습죠.
그 놈의 메이커란 것에도 오줌 질질거리죠.
언행불일치의 위선자이니 (그 점도 날 젤 잘 아는 아내의 경험지론) 아내 앞에선 고갤 숙이죠.
속물근성 말이외다.
한젬마는 어디선가 눈에 들어온 명산데 떠 오르질 않네요.
그나저나 샘따라다닐려다 가리쟁이 온전 할지 걱정이 됩니다.
언젠가도 얘기 했듯 샘머릴 파먹는 재미론 옆에 붙고 싶은디 잘못하다간, 그니까 문정희가 남편에게 깟딱했음 실토하여 산통을 깨버릴 번 했듯, 내 주둥이가 본색을 깔까봐 샘 만나자고 안하고 싶은겝니다.
이렇게 멀리 있음 뭘 잘못해도 '지가 어쩔건데-."라고 눈 깔면 얼마나 편 합니까?
저도 사진으로만 봐 온 +++ 하며, 샘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면서 궁한 것 주어 담고 싶지요.
에이~ 그만 입 닫을래요.
또 영양가 없는 주둥일 나불대려 하네여. 참, 오늘 즐산 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