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화사한 가을, 열 이틀간의 산책 (1)
인천제2공항터미널비행장
오전11시 반쯤의 서울은 천둥번개 속에 소나기 퍼붓는 심난이 나무하고 있었다. 프라자호텔후문에서 둘째를 만나 중국행비자를 받았다. 인천공항오후6시40분발 북경행 KAL편에 탑승하기 위해서다. 사실 예정대로라면 울 부부는 지난토욜 북경에 도착했어야 했다.
하마터면 비행기티켓값만 날리고 허탈하게 되돌아설 뻔한 황당함에 소스라쳤었다. 비자신청을 안한 사실을 금욜 정오에 알아채고 불나게 수속 밟아 비행시간편도 오늘로 바꿨던 거였다.(토`일욜은 휴무고 비자는 신청 후 24시간 후에 발급 돼서다)
비자를 받아들고 귀가할 땐 소나기는 그치고 공항을 향해 집을 출발할 땐 먹구름까지 걷히고 있었다. 서울역공항역사에서 화물탁송과 출국수속을 밟고 급행열차를 탄 후에야 긴장이 풀렸다. 비자 탓에 지난 주말을 둘째와 가을단풍산책을 즐긴 게 더 흐뭇했다고 아내는 자위했다,
신축한 인천공항 제2터미널은 넓고 최첨단이라 탑승객들이 긴 대기시간을 즐길만했다. 상당한 시간을 공항라운지에서 어슬렁거려야 하는 무료함은 외국나들일 하는 사람들 모두가 공감하는 지겨움이다. 서울~북경비행시간은 한 시간 반 남짓 될 테다. 수속 밟고 대기하느라 네댓 시간 죽쑨다.
북경공항입국수숙은 작년보다 더 까다로워 중국정부는 갈수록 콧대를 세우는가 싶어 씁쓸했다. 기내에서 읽은 신문칼럼엔 중국은 천안문광장은 야간엔 폐쇄하고 있단다. 테러리스트잠입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악한 몇 사람을 막기 위한 핑계로 인민의 자유를 유보시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환구시보편집장 후시진이 지적했다.
개혁개방을 외치던 당국이 배따신 자들의 갑질의 유혹에 빠지나 싶어 씁쓸했다. 중국의 변화는 예측불허일 만큼 일취월장이다. 그 변화에 교통질서는 뒷걸음질 치나싶어 그 또한 안타깝다. 공항에서 내려 택시에 올라 출발하기 무섭게 대가리 밀고들어오는 차들의 폭거에 놀라게 된다.
울 부부가 묵은 게스트룸이 있는 아파트
양쪽 어디랄 것 없이 들이미는 차들의 새치기는 톨`게이트
진입직전에서도 난무한다. 도시고속도로에서 왕징으로 가는 죄회전 신호대기시간은 무질서의 극치였다. 평소에도 붐비는 데다 러시와워 탓도 있다지만 죄회전 하는데 20분은 소비됐지 싶었다. 밤풍경으로 훔치는 북경의 가을단풍은 아직 서울에 못 미치나 싶었다.
울 부부가 하루사용로 10만원남짓의 게스트룸에 들어 북경나들일 오게 된 건 국풍상관에 살고 있는 지인의 소개였다. 작년에 보름남짓 머무른 아파트단지인데 주위에 교포들이 살고 있어 용기를 낼만했다. 특히 단 돈 1천 원어치의 상품을 주문해도 곧장 배달해 주는 택배천국은 교포들의 가게를 이용하면 큰 불편 없이 생활이 기능할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숙소에서 조망한 아파트단지와 마천루
누가 ‘사람은 환경에 길들여지며 살게 진화되어 왔다’고 했던가? 젊었을 때 못한 짓거리를 더 늙어지기 전에 모험삼아 도전해보고 싶었다. 밤 9시반을 넘겨 단지 입구에서 지인을 만나 안내를 받아 숙소에 들어섰다.
단지 내 소공원, 우린 매일 1~2시간 산책을 했다
예약한 게스트룸은 주인이 당분간 비운 아파트 한 칸을 사용키로 해 생각보다 넓고 불편할 게 없어 좋다. 울 부부가 이용할 침실과 화장실도 깔끔했다. 아까 불빛속의 푸라다나스가로수가 아직 푸르탱탱하다.
아파트단지 밤풍경
작년 이맘 때 와서 즐겼던 추색북경을 한 번 더 보고싶어 나선 나들인데 단풍이 다소 늦나보다. 22층 침실창을 살짝 열었다. 멋진 야광이 도심을 아름답게 수 놓고 부드러운 북경의 밤공기가 여독을 밀쳐냈다.
2018. 10. 24
좌측의 삼각원통형 건물이 소호
단지 내 산책로, 한 바퀴 도는데 반시간쯤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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