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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안산숲길 잇는 연세백양로단풍

안산숲길 잇는 연세백양로단풍

    

붉은 담쟁이넝쿨로 불타는 연대

 

오랜만에 둘째가 낀 울 식구 셋이 주말 맞아 단풍나들일 나섰다. 가을밤은 무섭다. 하룻밤 새면 산야는 색의 마술로 단장한다. 색깔은 점점 원색으로 치달아 숲은 울긋불긋 현란하다. 울 셋은 안산숲길단풍에 흠뻑 젖어 연대캠퍼스를 아장거리다가 대학로식당에서 저녁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불 붙은 안산숲길

 

팥배나무와 아카시아와 참나무 북나무 등 활엽수가 주종인 안산은 단풍이 곱다. 거기에 싸리나무와 앙증맞은 산국(山菊)은 군데군데를 노랗게 처발랐고, 검붉은 담쟁이넝쿨은  철딱서니 없는 꼬맹이가 부지깽이에 불 붙이듯 밋밋한 나무등짝을 불붙여 놨다.

 

메타세콰이어데크로드도 불길에 휩싸이고

 

꺽다리아카시아 우듬지이파리는 갈바람을 타고 코발트하늘에 남빛을 덧칠하고 있는 안산숲길의 풍정은 탄성소리가 절로난다. 울 내외는 날마다 걷는 안산이지만 피붙이 한사람이 끼어들었단 단순한 정황만으로 단풍산책이 그리 황홀할 수가 없다.

 

 

동행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해야 이물 없어 신바람난다. 신경 쓰질 않고 속엣 말 씨부렁대면서 카타르시의 천국에 들어서는 길이어서다. 안산숲길이, 자락길이 연세대캠퍼스와 연결된다는 건 백양로단풍까지도 멱 감는다는 황홀한 가을산책길이다.

 

 

꼬부랑소나무들이 춤사윌 벌이며 빼곡 들어찬 안산숲길은 연대캠퍼스에 들기 위한 신나는 퍼포먼스다. 고풍스런 석조건물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불 지른 담쟁이넝쿨은 한 세기를 훨씬 넘긴 격조 높은 연세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붉디붉은 돌멩이건물들 속엔 청춘들 가슴을 먹먹케 하는 윤동주(尹東柱)가 서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슬픔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단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별 헤는 밤>

 

 

1917년에 출생한 윤동주는 1941년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였다. 1942년 가을 일본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영문과에서 수학 중 19437월 귀향직전에 항일운동혐의로 송몽규와 함께 일경에 검거되어 2년형을 선고받았다.

 

금호아트홀

 

광복을 앞둔 1945228세에 후쿠오카형무소[福岡刑務所]에서 생을 마친 그의 시<서시>,<별 헤는 밤>은 일제 말 암흑기를 순수하게 살고자 했던 내면의 의지와 열정, 자아성찰의 시상을 절규한다. 유해는 고향 용정에 묻혔고, 1968년 연세대학교 교정에 윤동주 시비(詩碑)가 세워졌다.

 

 

연대백양로는 201510월에 땅 밑에 지하캠퍼스를 만들어 재탄생했다. 지상 66000m²를 차 없는 보행자전용녹지로 바꾸고 지하1`2층엔 그랜드볼룸과 다목적 공연장 서점 등 교육·문화 공간과 학생 편의시설 등이 들어섰다.

 

 

넓은 지하캠퍼스 여유로운 쉼터공간에서 제 멋대로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을 보는 나의 심정은 부러움 속의 아련한 그리움이었다. 울 식구들, 딸 셋이 몽땅 모여 연대캠퍼스를 거닌 적은 첫째의 졸업식 날 이었다. 밝게 웃어야할 큰애는 사회에 내 딛는 첫걸음이 부담됐던지 의기소침해 있었다.

 

 

긍께 20년도 넘었지 싶다. 지나간 날들은 아름답다. 특히 젊은 날, 학창시절은 그렇다. 그땐 내일에 대한 불확실성과 옹색한 환경으로 번민하고 자조하던 시간도 많았지만 그 모든 시간들은 나이 들면서 생에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추억창고에서 꿈틀대며 용기를 분출시키는 거다.

 

백양로

 

2002년 고려대의 중앙광장이 선뵈고, 이화여대ECC(Ewha Campus Complex·이화캠퍼스복합단지)중앙계곡은 양옆에 자연채광이 드는 지하공간유리창 너머로 훤히 들여다보이는 독특한 설계가 관광명소로 태어났다.

 

연세지하 캠퍼스

 

서강대의곤자가 플라자’, 한국외대미네르바 콤플렉스가 지하캠퍼스를 만들어 학교부지가 좁은 대학들이 캠퍼스변혁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추억을 멋들어지게 영글고 있다.

지하캠퍼스의 연세금호아트홀처럼 많은 기업들이 문화의 광장을 마련해줬슴 좋겠다.

 

12월 겨울방학 때 싱가포르큰애가 애들을 대리고 귀국하면 우리식구 모두 연대캠퍼스를 다시 찾아 추억을 꺼내 그 위에 아름다움을 덧칠하자고 다짐했다. 애들에겐 지 엄마의 모교자랑도 은근히 시키면서 말이다. 노란보자기를 뒤집어 쓴 은행나무사열을 받으며 정문을 나서자 주말 해방구가 된 거리엔 젊음이 넘쳐났다.

 

지하캠퍼스 서점

 

BST을 꿈꾸는 아이돌들의 공연이 시끌벅적댔고, 영국의 R&B신예 잭 아벨의 라이브뮤지션으로 가을을 수놓고 있었다. 대학은 학문을 연마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화려한문화를 꽃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찬란한 문화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어울려 부대끼며 소통하고 새싹을 발아시키는 문명의 꽃이다.

 

잭 아벨의 거리공연

 

아이돌 또는 연극동아리나 뮤지션, 뚜쟁이와 딴따라, 동성애소수성애자들까지 자유분망한 젊음들이 거리낌 없이 융합되는 용광로로써의 스트리트라이브무대가 활성화된 도시가 첨단도시문명을 꽃 피우듯 말이다. 미국 샌프`실리콘벨리나 홍대 앞처럼~!

 

아이돌들의 무대

 

울 식구는 경의선폐철로 공원`푸드가 양념갈비구이집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시장기 땜일까 아님 청명한 가을트레킹이 수반한 식탐일까? 행복한 주말 단풍영접산책은 가족사진첩 한 페이지를 채우고도 넘칠 거였다. 년말엔 울 식구 몽땅 오늘의 코스를 다시 밟자고 다짐했다.

2018. 10. 21

연세학생회관

두둘겨 소리나는 건  스트리트난타의 악기

경의선패천로의 먹거리광장

값싸고 맛 있는 숯불구이 양념소고기갈비집은 대학생들로~

안산숲길의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