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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장산(長山)서 시건방떨다 깨구락지 될 뻔한~

장산(長山)서 시건방떨다 깨구락지 될 뻔한~

 

 

회색구름이 모처럼 땡볕부산하늘을 숨겼다. 아침9, 아내와 난 집을 나섰다. 지하철장산역서 장산입구인 대천공원까진 신시가지 블럭 네댓을 지나치는데 깔끔한 아파트촌가로수들이 초록터널을 만들어 상큼하다.

열시쯤 공원에 들고 이내 폭포사(瀑布寺)경내에 들어섰는데, 소찰(小刹)인 폭포사는 주위가 빼어나고, 고즈넉한 고찰이라서 마음을 붙잡는다. 때마침 대웅전에서 어떤 고인의49제의식이 진행되고 있어 경건한 마음을 곧추서게 했다.

 폭포사

희끄무래한 바위들이 민낯을 들어낸 융숭깊은 골짝은 체육공원과 생태숲으로 단장했는데, 강수량이 적어 물길이 아쉬웠다. 양운폭포도 시늉뿐이고 울창한 소나무숲은 산속 깊이 들어서면서 간벌되어, 초록비닐포대무덤을 수 없이 낳았다.

 

부산지방의 갈수로 시늉뿐인 양운폭포

재선충 탓일 테다. 사실 장산의 소나무는 조선시대 봉산(封山·국가가 관리하던 산)인 이왕가(창덕궁)의 숲으로, 이산(李山)이란 표석이 있었다. 허나 일제의 강탈로 무주공산될 뻔했던 걸 1918년 산림조사 때 경계선을 긋고 이산표석20여개를 세워 작금에 이렀단다.

너덜지대를 향한다. 돌너덜이 아니라 바위너덜지대라 해야 옳다. 바위와 큰 돌멩이가 산 밑에서 산능선까지를 넘는 장대한 너덜에 그저 아연실색 넋 나갈 뿐이라. 그 너덜지대를 가로지르는 산길이 인적 탓에 닳고닳아 뚜렷하니 얼마나 많은 산님들이 얼마나한 세월을 래왕했을꼬?.

너덜길은 초록숲속을 뚫고 징검다리마냥 이어젔는데, 난 이십여 년 산행 중에 이만큼 멋진 너덜지대를 거닐어본 기억이 없다. 너덜은 도대체 어떻게 이뤄졌을까? 엄청난 바위와 돌맹이를 누가 여기 모아놓았을까? 옥녀봉을 향하다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치닫는 장산정상길에 들어섰다.

 

능선 안부에 오르자 지그재그 데크계단이 파란하늘 속으로 빨려든다. 계단을 오르면서 조망하는 부산시가지는 옛`부산시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초록능선사이의 흰 마천루 숲은 해무 속에 신기루처럼 솟았다. 도심에선 상상도 안되는 도시미를 연출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항(美港)이 우리나라에, 아니 부산항이란 말인가!?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부산은 다른 모습으로 한껏 멋 부리는 거였다. 미포의 고층아파트 숲은 해운대에 발 담그다 센텀시티마천루를 만들고도, 성이 안차 푸른바다를 쪼개 광안리해안을 하얀빌딩으로 뒤덮어 놨다.

광안대교서 불꽃축제가 열리면 찬란한 황홀경이 어떨지 상상을 절한다. 검푸른 밤바다를 밝히는 발광광한대교는 미항의 또 다른 볼거린데, 불꽃축제의 향연마져 타오를 땐 미항부산항아이콘으로 각인되고 남을 테다. 오륙도꼬리를 문 이기대해안길이 어렴풋이 감잡힌다,

왼쪽의 센텀시티와 광안리해안을 가른 광안대교 뒤 이기대공원과 오륙도, 영도

범천동, 영호동, 영도가 해무 뒤집어쓰고 얼굴 포개서 꺅꿍거린다. 장산정상까지 미항의 다양한 포즈쇼는 이어진다. 장산은 부산의 아름다움과 비약을 보여주기 위한 페어마운틴이라. 장산에 오르지 않고 부산엘 갔다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겉치례일 망정 화사한부산을 볼려면 장산엘 오르라. 

시나브로 두 시간여 산행은 펑퍼짐하게 펼친 정상(634m)에서 잠시 갈피를 못잡게 한 정상이 모호해서다. 송신탑보호 땜인지 철조망을 휘둘러놔 아쉬움으로 달래야해서. 해도 부산시가지를 송두리째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오던 길로 하산한다.

아까 갈림길안부에서 옥녀봉쪽을 택했다. 하산 반시간쯤 걸려 장산너덜길안부에 닿았다. 옥녀봉까진 200m였다. 솔숲속의 옥녀봉은 뾰쪽뾰쪽한 화산석바위동네였다. 바위에 올라서서 송정방면시가지를 폰카에 담고 돌아서다 우측 발끝이 요철바위 끝에 걸렸던가보다. 중심을 잃고 추락한 순간 앞 바위에 자빠져 쓰러졌다. 찰나의 불상사라 정신을 잃었는데 아내가 달려와 바위에 엎드려있는 나를 부축하여 일으키려 용 썼다지만 꿈적도 할 수가 없었단다.

옥녀봉 뒤로 우측은 해운대, 좌측은 달맞이

순간 내 얼굴에서 피가 흐른다고 아내가 호들갑을 떨며 손수건으로 지압하려 애쓰면서 마침 저만치서 쉬고 있던 산님한테 도움을 청한다. 달려온 산님이 나를 안고 부축하며 일어 세우려는데 난 왼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산님과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일어선 나는 정신이 들어 그때 상황파악을 했다. 왼쪽 볼에서 피가 흐르고, 왼손목이 심하게 굴절된 채 부어오르며 통증이 심했다. 산님이 부축하며 발을 떼보라는 말에 두 발을 교대로 내디딘 난 '괜찮아요'라며 웃었다.

정상 코 앞의 전망대

아내배낭을 내 가슴팍에 매고 왼손을 배낭에 걸쳐 쑤셔 넣고 손수건으로 팔목을 감싸 당겨 목에 매곤 발걸음을 뗐다. 초행길인 난 산님에게 시내로 가는 최단코스를 물었으나 그분 또한 비슷한 처지였다. 참으로 고마운 산님과 헤어져 200m아래 아까 장산너덜길이정표까지 갈 수밖에~. 오른손으론 뺨의 상처를 압박한 채 하산하며 느끼는 왼팔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전신의 고통은 땀범벅이 되나싶었다.

장산의 소나무를 무단 남벌하면 사형까지 당했다.  왕가의 건축재료나 배를 건조하기 위한 보호림 이였단다.   

초행길인 난 산님에게 시내로 가는 최단코스를 물었으나 그분 또한 비슷한 처지였다. 참으로 고마운 산님과 헤어져 200m아래 아까 장산너덜길이정표까지 갈 수밖에~. 오른손으론 뺨의 상처를 압박한 채 하산하며 느끼는 왼팔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전신의 고통은 땀범벅이 되나싶었다.

안부에 닿자 때마침 산님 한 분이 쉬고 있어 길을 물어 하산한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은 다행이다 싶었으나 시내는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굴곡이 심한 길에서의 통증으로 주저앉고 싶은데 한 시간이상 하산해도 아직 산속이다. 잠시 멈춰쉬고 싶어도 '골든타임'이란 게 머리통을 죄어왔다.

문득 아까 산님의 안내가 불신`원망스러워진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준 건지?  아마 4km쯤 하산했지 싶은데 시내 언저리도 안 보였다. 거기 안부에서 오늘 산행들머리였던 대천공원까진 1.7km란 이정표생각이 떠올랐다. 휘돌고있는 어떤 군부대철조망은 끝이 없다. 내 평생 이렇게 피 말린 시간은 없었다.

심한통증은 아픔으로 머리통을 하얗게 비운다. 선도하는 아내도 초쵀심으로 하얗긴 마찬가질 테다. 드뎌 택시를 잡고 문탠로드입구 구순본정형외과 수술대에 눴다. 철심 세 개를 박아 손목골절을 고정시키는 시술을 받았다. 오후4신데 병원은 북세통이였다.

옥녀봉서 추락 뒤 여기서 어느 산님이 최단거리 시내방향을 대천공원쪽 아닌 봉수대쪽을 안내한 걸 뒤늦게 알았다. 차라리 모른채나 할 것이지.

손목골절뿐만 아니라 뼈가 약간 부서져있어 접골하기가 난했지만 만족한 시술이었다고 구원장님이 안심시켰다. 6주간의 진단과 우선 며칠간의 입원치룔 권했지만 난 통원치룔 고집했다. 두 다리 성하고, 집이 가깝고, 뭣보다도 집이 병원보단 쾌적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민낯 들어낸 폭포사골짝

오늘의 불행은 자연에 대한 나의 시건방과 자만심이 부른 경고성 죽비였다. 동네뒷산처럼 여기고 슬리펄 신은 채 산책 나서듯 무모한 산행을 나섰으니 말이다. 산에선 무조건 겸손해야 한다는 진리를 망각한 벌칙 이였다. 장산은 벌칙치곤 가벼운 죽비 한 대를 내게 내리친 거였다. 

억새밭

634m의 장산이 뒷동산이 아닌 오롯한 해발634m높이란 걸 깜박한 탓도 나의 시건방떨기 다반사의 예였다. 며칠 후 아낸 나를 힐책하며 웃겼다 바위에 올라가보니 당신이 아래바위에 사지 벌리고 납작엎드린 게 깨구락지같았다고.  산행기끌적대며 의시댄 나의 무모한 행위가 하 어리석고 어이없기도 했으리라.

너덜지대서 조망한 시내

당분간 왼손 불구신세 된 내가 아내 손 일일히 빌릴 일이며, 그렇게 엄청 괴롭힐 거 생각하면 유구무언이다. 산에 미처 이십여 년 쫓아다닌 이력이 고작 이리 저급한 수준이란 밑천을 까발려 무안하고, 그저 면목 없을 뿐이다. 부쩍아내표정을 읽는다. 아내가 새삼스럽다.

옥녀봉서 디카에 담고 돌아서다 추락한 문제의 사진 

사고난지 일주째다. 장애인의 삶이 얼마나한 형극인 줄을 어렵푸시 짐작킨다. 이 산행기 쓰는데 1주일 걸린 셈이다. 한 손으로 자판 터치하는 것도 어려워서다. 부부를 서로의 반신이라 했다. 절감한다. 

2017. 08. 28

 

대천공원

생태숲

폭포사경내

 

 

너덜지대서 본 옥녀봉

너덜지대의 때죽나무군락지

정상 아래 마당바위

장산정상서 조망한 미항`부산

양운폭포전망대의 꽃뱀이 자릴 양보하느라 10m낭떨어질 비행했다. 1m높이 바윌 헛발질 해  기브슬 한 난데 말이다. 뱀의 진화는 사람보다 앞선다? 인간의 선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