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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내장산불출봉 - 서래봉의 상춘(賞春)

내장산불출봉 - 서래봉의 상춘(賞春)

잔인한 4월의 연둣빛내장산이 상상이 안됩니다. 추색짙은 단풍의 현란함만 보아왔거든요. 눈꽃처럼 흩나리던 1800여그루의 벚나무가 내장천변을 따라 내장사입구까지 연두이파리터널로 변신했을 16km의 꼬부랑길 퍼레이드도 사열하고 싶었습니다 

 우화정의 풋풋한 4월의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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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사 일주문 앞으로 108나무숲이 터널을 만들었습니다

늦게 집 나선 오늘 원적계곡을 어슬렁대다 원적암비자숲서 요길 때우고 내장산 아홉 봉우리 중 가장 전망이 좋다는 두 봉우리 서래봉과 불출봉을 오르렵니다. 두 우듬지암릉에서 파스텔톤 신록을 즐길 참입니다.

 




 내장사 뒤 원적암쪽 1.3km골찍길은 원적계곡이라 부릅니다. 싱그런 연둣빛이파리들이 좁은 계곡하늘을 가렸습니다. 머리 위로 펼쳐진 풋풋한 연초록차일은 봄햇살을 머금어서 해맑아 눈부십니다. 울통불통한 연초록숲길을 걸으며 새록새록 풍기는 풋내음 들이키는 한량짓을 이맘때의 내장산은 허락합니다. 내장산이 젤 한가한 때가 이때다 싶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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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을 지나 원적암골로 들었습니다. 실개울물소리에 어린 이파리들이 춤을 춥니다. 깊고 한적한 계곡을 홀로 다 차지한다는 호사를 만끽합니다. 인적이 뜸해 호젓해서 좋습니다. 단풍의 계절엔 엄두도 못 낼 호사이지요 

 

내장경내 천변산책로엔 이따금 연초록숲을 태우는 화톳불길이 활활 솟습니다

마흔살 먹은 벚나무들이 초파일을 앞두고 연등예행연습에 들었습니다

파란하늘에 연둣빛 새싹의 탄생을 한땀한땀 수 놓는 내장산의 4월 마지막날 하루  

원적암에서 불출봉을 향하는 된비알길이나 서래봉서 벽련암으로의 하강길에 마주치는 거대고목들의 언둣잎산통은 자연의 경외였습니다. 노거수의 산통을 생각해 봤습니다. 초산때 보다 워낙 근력이 쇠해저서~?  

 

명성황후의 넋이 쉬었다간 석란정지에도 연두이파리가 내려 앉았습니다. 나도 연초록잎새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한 숨을 돌립니다. 잠시 비운의 황후를 생각해 봤습니다

 

불출봉바위에 안긴 연분홍창꽃

 

암릉칼바위 숲 산행의 진미는 산 아래 움푹 파인 내장-원적계곡의 파릇파릇한 연초록물결을 보는 것이지요. 싱그러운 파스텔톤수채화가 뉘엿뉘엿 춤추듯 하는 골짝에 눈 팔고 있음 신선이 된 기분이 듭니다.

 

불출봉에서 조망하는 망해,연지, 까치연봉들도 연초록옷을 걸첬슴다. 서래봉부터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문필봉, 연자봉, 장군봉까지 9개의 연봉 14km가 내장사를 빙 둘러 싸고 있지요

내장저수지, 저수지를 휘감은 벚나무들의 신록이 얼마나 생동감 있었단지~! 저수지를 한 바퀴 휘도는 드라이브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누가 가을단풍을 보자고 그 북세통치는 아수라장에 꾸역꾸역 몸뚱일 드밀겠어요. 갓길 암데나 차를 세우고 양반걸음으로 뭉그적대도 눈살 찌뿌릴 사람 없는 한갓진 산책로입니다. 

 

서래봉도 앙상한 바위갈퀴를 연둣잎에 숨겼네요

서래봉서 전망한 까치,신선,연지,장군봉의 하늘금

서래봉의 암봉들은 써래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뾰족뾰족 솟아 있어 우회철계단이 나있습니다. 불출봉과 내장저수지와 서래봉으로 이어지는 안부에 서래약수가 있습니다. 해발500m쯤 될 석간수질이 안 좋아선지 ‘음용수로 부적합하니 음용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버티고 있습니다. 청정심산골 석간수가 오염이라니?

서래봉 아래 벽련암도 연초록두루마기를 걸쳤습니다

 

 

겨드랑이 찢고 꼬깃꼬깃 말아올린 연두색새싹을 봄햇살에 펴는 4월의 신선함에 눈이 부십니다. 소생의 경외는, 태어남의 황홀은 자연이 배푸는 최상의 아름다움일 것입니다.

벽련암뒤의 서래봉(무논 고를 때의 농기구 써래 같다고 명명된 이름)

벽련암해우소 앞

 

내장저수지변의 40년생 벚나무들의 연푸른손수건퍼레이드 속에 간혹 끼어 든 빨강 단풍나무가 밉쌀스럽기도 하네요. 유독 이때 태를 내야만 하는지 얄밉기도 하지만 색동옷 입은 천변길은 그래 더 멋스럽습니다. 하긴 가을엔 티도 안 날 테니까 

2017. 0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