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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상고대숲 전시장 된 민주지산

상고대숲 전시장 민주지산

 

 

 

어제부터 한파는 눈보라를 몰고 와 중부`강원지방을 비롯 전국을 휩쓴다했다. 새벽공기는 지난 주말 덕유산행보다 더 매섭다. 숨결이 성애가 된 차창에 기웃대는 풍광은 히끄무리 으스스하다. 충북,경북,전북의 겨울산준령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삼도(三道)의 산세가 만나는 민주지산등정을 위한 첫걸음은 10시경에 도마령에서 시작했다.

 

벌써 많은 산님들이 웅성댄다. 눈 덮인 산비탈계단은 포도시 한사람씩만 오를 외길이다. 2층 원색팔각상룡정이 수묵화 앞에 다소 어색해보인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된비알눈길은 십분도 채 안 돼 숨을 헐떡거리게 한다. 헉헉대며 눈길을 오르는 건 펼쳐지는 눈꽃진경에 홀려서다. 눈은 즐겁고 발은 피곤하고 밟히는 눈은 아프다. 기쁨엔 늘 애씀과 아픔이 수반한다.

 

오르막눈길은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눈꽃을 조각하는 칼바람이 분패치는 통에 잠시동안이나마 웅크리고 서있어야 했다. 분패바람이 훑고 간 상고대숲은 애리하고 멋지다. 칼바람의 칼날은 얼마나 날 세웠을까?

~! 상고대숲에 들어섰다. 언어도단의 겨울의 신비경속으로 파고든다. 어설프게 붙은 눈송인 분패 쳐 떨쳐내고 얼음 꽃 - 상고대로 아트페어를 빚어 놨다. 눈 부시다.

 

천태만상의 상고대숲을 거니는 행복이란 그 신비경에 빠져들지 않곤 결코 맛볼 수가 없으리라. 걷기의 행복을 다시 절감하는 순간이다. 걷는 건 미지를 향한 도전이고 그 세계에 나를 던져 몰입해 얻는 자의식이다. 황홀은 빈 맘에서 일렁일 테다.

걷지 못하는 초목들은 제자리에서 시간에 몸을 던진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순응하며 담금질할 때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단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다.

 

초목이 피우는 상고대의 아름다움에, 인고의 의젓함에 경외한다. 경외의 감탄사를 주문처럼 뇌깔이다 한 시간여가 훌쩍 지나고 각호산(1176m)이 상고대숲사이로 바위얼굴을 내민다.

바위벼랑급강하길은 다져진 눈길이라 지옥길(?)이 됐다. 보다는 꼬리를 무는 정체된 울긋불긋한 산님들로 비단구렁이가 됐다는 게 맞다. 하얀 설산 골짝에 비단구렁이라니!

나도 그 비단구렁이가 됐다가 내 뒤의 여산님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통에 하마터면 지옥행할 뻔 했다.

-각호산-

 

여산님이 떨어지면서 나와 부딪쳤는데 난 요행이 오른손으로 나무를 붙잡고 있어서 낭떠러지로 튕겨 떨어지질 않았고, 여산님도 나를 방패로 밀치고는 비단구렁이 대열로 굴러 떨어졌다.

생각할수록 모골이 아찔하다. 겨울산행은 위험하다. 바위벼랑에서 미끄러지면 앞의 산님은 무방비로 같이 떠밀려 떨어지게 마련이다.

 

나무를 붙들고 있었던 오른손이 나와 그 여산님을 구한 셈이다. 갈림길까지의 가파른 하강 길은 눈호강할 여유가 없었다. 1185고지를 넘고 대피소엘 왔을 땐 오후1시가 지났었다.

한파속눈밭위에서 끼닐 때우는 산님들이 군데군데 웅크리고 있고, 기대했던 대피소에도 어디 낄 틈새가 없어 L과 난 끼닐 거르자고 했다. 아직 허기증을 못 느낀 우린 민주지산정을 향한다. 가파른 된비알은 이어진다. 상고대밀림지대도 절정을 구가한다.

 

19984월초 특전사대원들이 여기서 유격훈련으로 천리행군을 하다가 땅거미가 지자 비박을 하게 된다.

그날 밤은 뜬금없이 몹시 춥고 눈까지 많이 내렸다. 아침이 됐어도 기상하는 자가 없었다. 눈속에 파묻힌 6명이 그대로 동사해버린 거였다.

아까 대피소는 그 비극을 잊지 말자는 사후 약방문의 기념물인 셈이다. 오후 1시 반, 드뎌 민주지산정(1241.7m)에 섰다. 히끄무래한 능선들이 겹겹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사위는 장대한 수묵화다.

-대피소-

 

아스름한 수평선에서 일기 시작한 파도는 심하게 요동치며 해일처럼 밀려오고 그 성난 파도를 상고대숲이 막고 있다.

자연의 신비스런 조화는 인류발달의 모티브이다. 과학은 자연의 사타구니언저리쯤 밝혀냈을까? 언젠가 여길 첨으로 와서 품은 회의 하나는 태종왕이 과연 여길 밟고 삼도봉이라 명명했느냐?였다.

1414년에 태종은 전북, 경북, 충북이 만나는 삼각점을 이곳에 찍었다고 해서다.

 

물한계곡을 훑고 삼마골재를 넘은 충청도바람은 맞은편에서 헐떡거리며 소란 떨며 올라서는 경상도바람과 마주친다. 그렇게 충청`경상도바람은 몸을 섞어 석기봉에 올라서면 설천을 누비고 달려온 전라도바람이 팔을 벌려 덥석 안아 소용돌이친다.

그렇게 합친 삼도바람은 대덕산을 넘고, 백두대간능선을 달리다가 덕유산정에서 잠시 몸을 푼다. 그러곤 지리산준령을 넘어 대양을 건너 한라산에 이를 테다.

 

눈가루범벅 된 분패바람이 석기봉으로 내달리고 있다. L과 난 바람 따라가는 걸 포기했다.

쪽새골짝으로 방향을 틀었다. 석기`삼도봉을 향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다. 물한계곡주차장에 3시까지 닿아야 해서다. L이 여간 아쉬워한다. 물한계곡은 눈폭탄 맞았다.

많은 적설에 습기가 농해 여간 미끄러웠다. 미끄럼 타며 하산하느라 엉덩이방아를 몇 번이나 찧었다. 귀찮다고 스틱마저 접은 L은 한 번도 꼬꾸라지질 안했는데~

아마 내가 늙은 탓일 것이다.

 

민주지산은 애초엔 백운산(白雲山)’이라 했다가 민두름산으로, 다시 일제 때 지들 멋대로 민(,)자를 넣어 부르면서란다. 나는 민주지산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름 화산(火山)이현상이 있다.

그는 독립과 혁명에 몸 불사른 한국의 체 게바라였다. 인천상륙작전으로 골수빨갱이들이 죄다 월북했어도 그는 소백산에서 회향(回向) 민주지산에서 대원들을 모아 전열을 정비 지리산에서 활동한다.

 

화산의 불꽃일생은 1953.9.18일 지리산 빗점골에서 49세로 한맺임 한다. 6.10만세사건 주동자로 일제에 검거 돼 해방까지 13년간의 옥살이를 오직 민족의 독립과 혁명이란 신념으로 버텨낸 독립투사였다. L에게 그 남부군얘길 또 하고 있었다.

폭설에 숨은 물한계곡은 어쩌다 숨구멍을 뚫고 가늘게 물소릴 뿜어내고 있었다. 똥구멍에 출렁다릴 달고 산님들을 즐겁게 하는 황룡사가 무재칠시(無財七施)란 입간판을 앞세우고 있다.

 

 

사람들에게 재물이 아닌 진정한 마음을 베풀며 살아야한다는 뜻이란다. 참마음으로 치세를 하면 국태민안 할 것이다. 요사스런 거짓을 진실인냥 포장하여 혹세무민하는 박근혜대통령이기에 청와대에서 대포폰으로 소통했을 테다. 

대통령이 쓰는 전화가 도청된다면 이 나라는 도청공화국이다. 

또한 끼리끼리만 통하는 대포폰은 범죄집단의 전유물이다. 청와대는 범죄소굴인가?  참 웃긴다. 대포폰사용자는 3년이하의 징역형이거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현행범이다. 박근혜의 범죄가 하나 더 추가된다.

-황룡사-

 

청와대가 불안하여 전화하기 겁나면 박근혜는 빨리 옷 벗고 황룡사에 와서 무재칠시를 화두삼아 자성하면 어떨까?

네시간반동안 민주지산 상고대아트페어에 초대해 준 대동산악회에 감사드린다.

쬐까 아쉬웠던 점은 오후4시 반이 넘어 출발하면서 3시까지 와달라는 집행부의 당부였다. 한 시간 반이면 삼도봉에 발자국 남길 수 있었을 텐데~

기왕 시작한 산행이 늘 시간부족으로 아쉽고 애닳은 게 나였다.

2017. 01. 21

 

 

-상룡정앞의 대동산악인들-

-쿨바이러스의 고투-

-민주산정-

-황룡사경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