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해파랑길

(오륙도스카이웨이-동생말-광안리해변-APEC하우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50개 코스 총연장 770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바다를 벗 삼아 걷는다.’는 뜻을 담고 있단다.

나는 오늘 부산 오륙도 스카이웨이를 기점으로 동생말, 광안리해변, APEC하우스까지를 트레킹하기로 했다.

-오륙도-

 

부산에 살고 있는 절친 Y3년만에 만나 동행하기로 해 기쁘고 초행에 안심이 됐다.

Y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수산물도매업을 하며 부를 이뤘는데 3년 전부터 전립선암과 투병중이다. 본시 낙천적이고 건강하여 오늘의 동행도 기꺼이 앞장섰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걸친 스카이웨이는 시늉만 낸 꼴이었다.

-해맞이공원의 초지-

 

유리바닥이 투명치를 안 해 파도의 해식이 실감나질 않고, 더구나 오륙도의 실체를 확인하는 바완 상관없어 실망했다.

다만 푸른 해원을 달려온 파도가 까만 바윌 덮치곤 다시 수직단애를 올라타며 내뿜는 포말의 장관이 발아래에 펼쳐지고 있단 것으로 위안했다. 이기대공원 언덕배기를 오른다.

-해맞이 공원과 오륙도-

 

해풍이 차갑질 않다. 갓 씨앗을 뿌렸던지 연초록새싹이 초지언덕을 이뤘다. 봄날의 한 풍정 속을 걷고 있다. 이마의 땀샘도 분비물을 짜내고 있어 손수건을 꺼냈다. 동남해의 접점, 해맞이언덕이라 계절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나보. 언덕마루에 올라섰다. 내가 워낙 해찰을 해선지 Y의 표정은 거뜬해 보였다.

 

삼십여 년도 훨씬 더 거슬러서다. Y가 공동어시장부근 언덕동네에 2층 양옥을 구입하여 우리부부는 축하차 방문했었는데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단다. 이재에 밝지 못해선, 세파에 굼떠선지 어찌 보면 나처럼 멍청하다.

복부인들처럼 되치길 몇 번 했으면 더 좋은 집에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가진 게 적을수록 편하다는 그의 지론은 곧 나의 지론이기도 했다. 해안절애 위를 걷는 이기대길은 파고들수록 운치와 멋이 물씬거린다. 저 아래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스트레스를 훑어낼 것도 같다. 따스한 햇살, 감미로운 해풍, 몸부림치는 갈색이파리들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오르락내리, 들락날락하는 조붓한 너덜 길을 조심스레 밟는다.

 

Y는 지금 두 번째 항암치룔 받았단다. 탈모가 심해 모자를 꼭 쓴다는 그는 아내 옆에 얼씬거린 기억조차도 가물가물한다고 했다.

하면서 이제 우리가 즐길 인생은 종착점에 닿지 않았나싶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날마다 산을 찾으며 건강챙기는 일에 전념하다 갑자기 객사라도 함이 최고의 바램이란다. 

 

해안초소도 낡고 버림받아 바위벼랑서 거덜 난 채다. 농바위가 망부석으로 두 기생의 넋을 기리고 있는성싶다. 그녀들의 고결한 영혼이 지금 이것도 나라냐?’고 나라를 타락시킨 두 여성의 넝마를 대비케 한다. 암탉이 뭣하면 집안이 망한다고 두 여자의 분별없음에 나라꼴이 엉망이 됐다.

어울마당이 가까워오자 센텀시티 마천루가 신기루처럼 솟고 광안대교가 하늘과 바다를 가로지른다과학의 첨단이 집합체가 되어 불가사이를 실현시키고 있다.

애주가인 그가 전립선암으로 술도 끊고 가벼운 산행으로 소일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어 다행이었다. 소인 즉 내가 선험자여서다.

-농바위-

 

나는 Y에게 긍정적인 자세와 꾸준한 산행에 이어 가급적 아내의 손길로 빚은 음식을 먹으라고 강권했다.

이기대공원이 해파랑길의 기점이 된 것은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점인 탓이란다오륙도해맞이공원을 이기대공원이라고도 하고 해파랑길을 이기대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기대(二妓臺)는 임란 때 기생 둘이 적장을 껴안고 여기 절벽에서 바다에 뛰어든 데서 기인 한다. 일테면 두 논개가 적장을 안고 순절한 장소인 것이다.

이 위태위태한 절벽벼랑에 길을 닦아 망망대해를 안은 호연지기를 실현시킴이니 어찌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으리오. 부산시민이 누릴 행운의 요람처다.

 

바다는 쉼 없이 바윌 핥아내고 육지는 할퀸 만큼 지평을 넓히려는 세 싸움질에 해안은 절벽을 이뤘다. 기막힌 건 옅은 바위골짝마다 지하수가 솟아 바다에 발을 담근다는 사실이다. 이기대길엔 식수를 휴대하지 않아도 될 성싶었다.

패소된 해안초소가 음흉했던 이데올로기의 상징처럼 흉물이 됐다.

-패가 된 해안초소-

 

앳된 청년들이 이념의 희생물로 이 초소에서 외롭게 젊음을 삭혔을 테다. 오직 파도소리만을 상대하면서 말이다.

Y가 군대생활하다 휴가 나왔을 때 자대선임하사가 자기처제를 소개해줬다고 처녀를 찾아가면서 나를 기필코 동행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처녀 댁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밤엔 극장엘 갔었는데 난 찰밥에 낀 돌멩이 같아 얼마나 어색했었던지?

 

Y와 그 처녀의 로맨스도 오래가진 못 했단다. 지금 그 처녀도 어디서 주름살 펴느라 안달일 테다. 훨씬 더 늙은 왕실장도 일본까지 날아가 줄기세포주사를 맞는다지 않는가?

티브이에서 보는 그의 얼굴은 번지르르 유들유들하다.

수직단애에 얹어진 농바위가 기똥차다. 바위가 바윌 이고 또 바윌 머리에 얹은 흡사 망부석 같은데 농()바위란다. 해녀들이 소쿠리()들고 물질하면서 표지삼은 바위라서 붙은 이름이란다.

-농바위 뒤로 멀리 오륙도-

 

두 시간쯤 즐겼을까. 어울마당에 닿았다. 해안바위등걸엔 낚시꾼들이 즐비하다. 청정해역격랑에 부대낀 놈들이라 여간 식감이 쫀득쫀득할 게다.

센텀시티마천루가 보이고 2층의 광안대교가 다가선다. 벌써 어디쯤에 땅거미가 촉수를 내미는지 어두워진다. 동생말전망대에 섰다.

-센텀시티로 이어지는 광안대교-

 

광안대교가 또렷하고 광안포구와 백사장이 저만치에 다가섰다. 내 배속에서 구걸하는 소리가 역력하다. Y가 저녁식사를 하잔다. 아마 그는 나보다 더 시장기가 돋을 테다.

덩치가 나보다 더 우람한데다 오직 밥만 먹고 있는 항암치료기간이어서 말이다.

 

나를 안내하느라 얼마나 고역이었겠나? 미안했다. 글고 너무나 고마웠다. 깔끔한 한정식당으로 그가 안내한다.

낼 모레쯤엔 금정산엘 가겠다는 나의 계획에 동행 못해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입마다신 그였다. 난 해운대에 숙소가 생겼으니 언제나 올수가 있고, 그래 자주 오겠다고, 오면 그때마다 얼굴보자고, 건강 잘 챙기고 있으라고 당부했다.

 

안 아프고 건강해도 앞으로 십년 후면 볼일 다 본다고, 지금 실컨 돌아다니라고 내 손을 잡는 Y였다. 광안대교가 불빛 속으로 사라졌다. 어둠은 바다를 까맣게 물들이고 마천루불빛은 검은 바다에서 물고기가 튀듯 팔딱댄다.

허리구부정한 그가 도심으로 사라졌다.

2016. 11. 15

 

-광안리포구-

-광안리대교-

 

 

 

 

-해맞이공원과 아파트-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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