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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부산 갈맷길 (해운대해수욕장~ 동백섬 ~ 센텀시티)

부산 갈맷길 (해운대해수욕장~ 동백섬 ~ 센텀시티)

 

-하버타운 13층 집서 조망한 해운대백사장-

 

부산갈맷길은 바다와 산, 온천과 시가지를 넘나들며 즐길 수 있는 부산이란 거대도시의 힐링로드다.

눈부신 해운대백사장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쪽빛광해를 끼고도는 해안선과 숨바꼭질하면서 울창한 숲과 빌딩숲을 지나치기도 한다.

맨발로 해운대백사장의 모래톱을 밟으며 동백섬을 향한다.

 

-웨스턴조선호텔서 본 해운대-

 

발가락사이를 빠져나가는 새모래의 사연은 오감을 전율시킨다. 해원을 달려온 바다의 사연과 수백만인파가 여름내 달궜던 애환들을 모래톱은 고스란히 안고 있다가 나의 발가락을 통해 비밀을 풀어놓나 싶다.

부산웨스턴조선 앞에서 동백섬에 발 들여놓자마자 바다는 해안가 바위와의 스킨십에 시간을 쪼아 먹는 간단 없는 우주와 맞닥뜨리게 된다.

 

-하버타운서 본 해질녘의 해운대-

 

밤낮없이 씻어대는 바닷물에 까만 바위들이 유들유들 반짝거리고 그 바위에서 바다를 낚는 강태공들의 한가로움이 한 폭의 묵화가 된다.

데크계단을 오르내리면 인어가 현해탄을 향해 그림움을 삭히고 있다.

지난 늦여름 태풍에 엉망이 된 해안의 애환까지 가슴에 안은 인어는 애간장이 탈 것이다.

 

-갈맷길 인어상-

 

그리움에 애간장 타는 놈은 소나무도 마찬가지다. 단애에 서서 현해탄을 향한 그리움에 한사코 사무쳐 허릴 굽혀 쓰러지는 위태한 몸은 그대로 사진이다.

그 사진 속으로 들어가 해원을 달려온 겨울훈풍에 가슴을 열면 지금이 어느 때인가?하고 시간을 잊는다.

 

-동백공원 해안 갈맷길-

 

현해탄 끝엔 대마도가 보일 듯 하고 해안선 저쪽의 오륙도가 어렴풋 가물거린다오불조불 들락날락 송림 사잇길을 걷다보면 등대전망대에 이르고 누리마루APEC건물이 그림처럼 선뵌다.

난 울창한 숲속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최치원유적지가 동백섬마루에 있어서다.

 

-APEC원경-

 

상록수림이 터널을 이룬 음침한 계단은 빡세 인기척도, 풀벌레소리도 없는 적막이다. 그 넓은 바다도, 많은 인파도 절연 된 깜깜한 미궁의 숲을 오른다.

동백섬마루를 누가 이렇게 칼로 자르듯 평편하게 만들었을까? 운동장만한 꾀 넓은 저쪽에 최치원동상과 기념비와 해운정이 빽빽한 소나무울타릴 치고 좌정하고 있다.

 

-최치원동상-

 

<해사일기>엔 해운대는 층층기암 층이 쌓이고 쌓여 요리저리 굽어졌는데 천 명이 앉을 만큼 마루가 넓고 대마도를 마주할 수 있다,고 했다.

쪽빛 하늘과 바다, 기암괴석의 해안을 거느린 섬은 붉은 동백꽃이 무더기로 깔려 동백(冬柏)섬이라 부르게 됐다지만, 동백나무와 두충나무, 소나무, 전나무 등의 상록수들이 빼곡해 보이는 건 하늘뿐이다.

  

     -최치원유적지의 해운정-

           

최치원(857~?)은 유불선(儒佛仙)에 달통한 문인이며 18세에 과거에 급제한 경세가였다. 선생이 당나라 체류 중에 지은 글들을 모아 집필한 <계원필경집>이 있다.

34살에(진성여왕 4) 관가에 나갔지만 부패한 귀족사회에 뜻을 펼 수가 없자 38살 때 혼란한 국운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으로서 <시무10여조>를 써 올렸다.

-최치원유적지 오르는 숲길-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43세 때 관직을 벗어던지고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인으로 여기 해운대에서 돌담을 쌓으며 시름을 달랬다. 그 담벼락이 지금도 있다. 문득 최치원선생이 그립다.

유신독재에 앞장 서서 초원복집에 유지들을 모아놓고 지역갈등을 조장하며 용비어천가를 부르던 이곳 출신 고관이 떠오른 이유는 뭘까?

-APEC서 본 광안대교 & 이기대공원-

 

그 고관-박통의 맨토였던 왕실장이 대오각성하여 '유산의 딸'을 잘 보필 했으면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했나?’라고 자괴하는 박대통령이 안 됐을지 모른다. 박대통령이 바른 소릴 안 들으면 사직하고 해운대와서 해운정에서 참회록이나 쓰던지?

바른소릴 하다 씨알이 안 먹히자 사직서 쓴 류진룡 전 문화체육장관이야말로 박근혜정부의 참된 공복으로 최치원과 오버랩 된다. 

-APEC하우스-

누리마루APEC하우스에 들어섰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조경까지 첨삭하니 시쳇말로 끝내준다. APEC내부관람 보다는 로비와 정원에서 감상하는 쪽빛 바다와 늘푸른 조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수평선 끝의 이기대공원과 광안대교와 센텀시티를 조망하는 멋스러움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었다.  

센텀시티마천루 숲에서 광안대교를 올라서면 오륙도에 금방이라도 발 디딜 것 같았다.

-APEC정상들의 원탁회의장-

 

멋스런 광안대교를 밟으며 젊음의 판타지 광안리모랫장을 훑고 오륙도행 해안길 해파랑길도 트레킹할 참이다.

근디 광안대교는 인도가 없단다. 까닭은 자살자가 생길까봐서란다.

센프의 금문교가 넘 아름다워 태평양에 다이빙하는 황천객들로 유명세를 치루는 데 부산의 광안대교가 그 오명을 이을까봐 지례 겁먹은 폼 새다. 아쉽다.

-신텀시티 빌딩 숲-

 

센텀시티의 마천루 숲도 이번 태풍에 곤욕을 치렀던 트라우마를 그대로 안고 있었다. 하긴 해운대는 방대한 모래사장이 있어도 갓길포도의 대리석깔판이 뜯겨져나갔는데, 이렇다 할 방파제 하나 없는 고층건물이 태풍에 할퀴었으니 수장(水葬)되는 게 아닐까? 가슴 조였을 테다.

보기 좋은 떡이 반드시 먹기 좋은 건 아니다.

-APEC서 본 광안대교-

 

겉 치례 번드레한 도시행정의 맹점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전시행정의 낭비는 고스란히 서민의 호주머니를 턴다.

이 정부의 눈 먼 행정이 빚은 또 하나의 비리투성이인 해운대백사장의 주상복합신축 LCT가 바로 저기 있다.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박대통령은 엊그제 닥달했다. 헌법을 깔아뭉갠 자기는 뒷구멍 파면서~

  

-동백공원의 만추-

 

해파랑길 답사는 내일로 미루고 웨스턴조선 티`카페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비싼 찻값은 해운대백사장을 편하게 완상할 수 있단 자릿값일 터다.

두 번짼데 창가 쪽은 예약해야 할 만큼 자리 차지하기 어렵다여기도 중국인 특수인가 싶었다. 겨울바다를 즐기는 한량들이 한 폭의 그림 같다.

2016. 11. 13

 

-웨스트조선 티`카페서-

-티`카페서 전망하는 해운대백사장야경-

-센텀시티-

-'태풍피해복구 중'이란 현수막을 걸친 센텀시티-

-동백섬의 단풍-

-APEC서 본 광안대교-

 

-APEC정원 일부-

-APEC로비와 원탁회의장 천정-

-갈맷길 등대전망대-

-갈맷길&해안- 

-해운대백사장의 방풍림 속 갈맷길-

 

-APEC정원서 본 이기대공원 원경-

-인어상 조망대에 선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