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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추색 짙은 만경대 & 시스루 걸친 토왕성폭포 - 설악산

추색 짙은 만경대 & 시스루 걸친 토왕성폭포

 

 

산에 다녀온 날은

머리를 감아도 감아도 풀냄새가 났다.

실핏줄까지 새파란 풀의 정신이

내 몸 온 데를 건드렸나 보다.(부분)” 라고

최문자 시인은 <두 번 꽃필 것도 같은 내일>에서 읊었다.

 

 

어제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설악계곡에서 뭉그적대서였던지 오늘 하루가 다 가도록 내 눈과 머릿속엔 추색(秋色) 짙은 설악풍정이 파노라마진다.

시신경이 내 감각에 설악바이러슬 주입 했나 내 몸에서 설악가을 냄새가 난다. 오색단풍의 계곡, 그 황홀한 색의 잔치를 훼방 놓는 삭풍(朔風), 여린 물길의 아리아, 수줍은 듯 시스루로 감싼 산정들이 내 온몸을 간질간질 설악의 그 골짝으로 내달리게 한다.

 

몇날며칠을 머릴 씻어도 설악의 가을 냄새는 좀체 사라지질 않을 듯싶다.

밤새워 칠흑 속을 달리는 고역도 그렇지만 46년만에 달포동안만 개방하는 만경대를 찾는 산님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2km남짓한 산길을 서너 시간 부대껴야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주저 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었다.

새벽6시반쯤 오색약수터를 나섰다.

 

 

 

그 눈치를 알았던지 탑마루김창곤회장이 새벽의 주전골을 어슬렁대다 8시에 개문하는 만경대입구에 선두로 서자는 거였다. 주전골을 훑는 삭풍은 매서웠다.

이 예쁜 단풍골짝을 포효하는 까닭은 뭘까? 위패동전을 만들던 도적놈들 소탕 된지가 언젠데? 식풍은 방향을 잘 못 짚은 거였다. 왕도둑은 청와대에 있고 졸개들도 다 북악산아래 있으니 거길 휩쓸어내야 맞는데 말이다.

-주전골짝-

 

그런 차가운 주전골새벽은 그래도 멋있다. 삭풍이 훑어도 서기는 살아 꿈틀대고, 물소리는 바람의 울음을 포용한 채 어차피 떠나보낼 단풍이파리를 삭풍에 띄우고 있었다.

름이 빠르게 부산떨고 햇살은 여명의 기운을 골짝 깊숙이 밀어 넣고 있다. 난 그런 새벽의 드라마를 보느라, 맘에 담느라 가슴이 터진다.

 

주전골은 막장 가을단장을 하느라 숨죽였다. 곱게 화장한 이파리들이 바람에 올라 탈까말까 소란하고, 이미 떠난 단풍은 선녀탕가에서 바다로 가는 티켓 끊느라 대기하고 있. 벌써 다 떠나보낸 나목을 붙들고 있는 메마른 골짝의 하얀 바위 숲이 신기하다. 그들의 민낯 속엔 무궁한 세월의 신비의 축적들이 켜켜이 쌓여있을 테다.

-선녀탕-

 

얼빠진 나는 용소폭포소리에 나를 찾는다. 곤두박질친 물살도 지 갈 길을 알기에 몸을 가눠 길을 재촉한다. 만경대입구에 산님들이 웅성대고 있다. 벌써 8시 개문에 줄섰다.

꼭두새벽부터 서둘렀기에 선두에 설수가 있었다. 벼랑길을 탄다. 계곡과 구름에 가린 햇살이 어둠을 사위어 저 아래 한계령을 넘어 온 구불구불44번도로가 용소폭폴 거슬러온 흰 이무기인 듯 착각케 하고 있다.

-용소폭포-

 

반시간쯤 산비탈을 타자 멋들어진 금강송사이로 하얀바위숲이 다가선다. 어쩜 겸재선생의 <금강전도>가 펼쳐졌나 싶었다. 엷은 안무까지 드리웠으니 영락없는 <금강전도>라아~아! 참 대단하다. 글로 어떻게 표현한디야~?

이 한 폭의 그림을 보기위해 밤새워 칠흑어둠을 헤쳤다.

이달 15일이면 빗장을 건다고 해서였다. 오색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급살 맞게 가팔랐다. 눈이 살짝만 내려도 황천길이기 십상이다. 서둘러 패문하는 소이를 알 만했다.

-만경대-

 

신흥사를 향한다. 사십여 일전에 찾았던 토왕성폭포를 다시 보기위해서다. 근디 쌍천물길이 그때나 이때나다.

다만 오채색단장을 했을 가을토왕성골짝에 더 기대를 해야 했다. 더구나 오늘은 시간도 여유롭고 막내일행과 줄곧 동행이라 즐거웠다. 막내는 올봄 제암산행 뒤풀이 때 인사를 나눴는데 용케도 알아봤다.

 

 

설악산은 내게 얼렁뚱땅 여동생 셋을 거느린 행운까지 안겨 줘 뜻밖에 흐뭇한 가-여행에 든 셈이었다.

황홀하게 물든 골짝에서 단풍이파릴 깔고 앉아 여동생(?), 탑마루산님들과 같이 점심을 먹는 재미도 즐거웠다.

난 지금껏 홀로산행 하다보면 끼니도 홀로 때우기 마련이었다.

 

해찰이 좀 많은 나는 동행이 수반하는 신경쓰임에 얽매지 않고 싶어 부러 홀로산행을 즐겼는데, 근래에 들어 나이 듦과 교우의 은근한 쏠쏠함도 못잖을 것이란 생각에 비중을 두기로 했다. 헌데 막내일행이 나를 끔찍이도 챙겨 줘 내 맘도 단풍풍선 달고 부~웅 뜰것 같기도 했다. 

 

오채색으로 타들어가는 내설악골짝의 추색에 흠뻑 젓은 여행길에 동행한 막내일행은 오늘 좋은, 즐거운 산행을 내게 듬뿍 선사했다. 토왕골물길은 접때보단  더 늘었지 싶었으나 엷은 안무를 시스루처럼 휘두른 산정은 토왕성폭포마저 가리고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여름끝자락과 가을끝자락의 토왕성골짝은 사뭇 감흥이 달랐다. 초록무대가 한결 다채로워졌다.

-막내일행-

 

자연의 연출은 최상의 드라마로 산님들을 유혹한다.

산에, 산이 연출하는 드라마틱한 변신에 미치지 않을 위인은 없다. 더구나 사계(四季)란 천혜의 무대를 갖춘 우리의 산천이기에 산님들은 가는 곳마다 넘치는 거다.

시스루 걸친 토왕성폭포는 얼른 얼굴 내 보일 것 같지 않은데 산님들은 혹여나 싶어 악착스럽게 990계단을 오르고 있. 그리고 아~! 연탄성한다.

 

 

나는야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야 산이 좋더라.

푸른 바다가 내려 다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산에는 물, 나무, 돌뿐 아무런 오해도 없어, 법률도 없어

내 발로 뛸 수 있는 원상 그대로의 자유가 있다.

 

 -토왕성골 산능-

 

나는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고래고래 고함을 치기 위하여 여기에 왔는지도 모른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듯.

그 사이에 내가서면, 하늘처럼 무한대처럼 마구 부풀 수 있는 것을

! 170cm라는 것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을

설악산 오름길에 다리쉼 하노라면 내게 한 것 남는 건 머루 다래를

실컷 먹고 싶다는 소박한 욕망 뿐

                                          <진교준의 설악산 얘기>

2016. 11. 05

-비룡폭포 & 필자-

    

 

 

-

-비룡폭포 앞 막내일행-

-육담폭포 앞 산마루산님들-

 

-삭풍몰아치는 꼭두새벽의 한계령-

-새벽의 주전골-

-성국사-

 

-(위)주전바위와 용소폭포-

-만경대개문 카운트다운7분전-

-금강송사이로 만경대가~!-

-오색분소 입구-

 

 

-신흥사 입구-

-부도밭-

-신흥사처마에서 본 갈하늘과 권금성 산능-

 

-토왕성폭포 전망대서 시스루에 가린 폭폰 보이질 않아 인증샷이나 하는?-

-금강문-

-햇님을 삼키는 울산바위-